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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빽지 Feb 02. 2022

나에게도 찾아온 코로나 녀석

일상공유: #1 코로나

"똑똑, 코로나입니다. 잠시 들어가도 될까요?"라고 했으면 대차게 거절이라도 할 텐데 코로나는 평소와 다를 것 없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불시에 찾아왔다.


당시 정황상 처음에는 몸살로 착각을 했었다. 고통스러웠지만 견딜 수준이라 출근도 했다. 저녁엔 죽을 먹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이 되니 열은 내려가고 빠르게 호전되고 있기에 코로나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3일째에는 새로운 통증이 찾아왔다.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고 이때서야 PCR 검사를 받았다. 4일째 아침 한 통의 문자가 왔다. "양성입니다."


백신을 2차까지 맞고 주말에 3차를 예약해둔 상황. 3차를 맞으라고 권고하는 3개월 만에 코로나는 백신보다 한 발 빠르게 찾아왔다. 몸에 이상이 오면 바로 검사를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는데 막상 몸에 이상이 오니 정황을 따지다 몸살로 치부해 버렸다. 그간 뉴스에 나오는 이슈들이 나를 포함해 내 주위에는 일어나지 않았기에 안전불감증도 한몫했다. 다행히 회사 가까운 직원들은 2차 감염 피해가 없었다. 나 때문에 귀한 시간 반납하고 PCR 검사를 받고 업무에 지장을 준 게 너무 미안할 뿐이다.


2차 백신을 맞아서 그런지 격리기간은 1주일이었다. 격리는 센터와 자택 두 가지 방법이 있었는데 자택을 신청했고 다음날이 되자 건강관리세트가 왔다. 아침과 저녁 하루 2번 체온, 산소포화도, 맥박수 등을 측정해 정해진 앱에 기록했다. 이틀 정도는 2시간에 한 번씩 구청에서 전화가 왔고 끊임없이 몸상태를 체크했다. 몸이 호전되고 있는 상황에서 격리에 들어갔기 때문에 상태는 괜찮았다. 다만 문제는 지루함이었고 혼자만의 시간 속에서 앞으로의 계획을 정리할 수 있는 리프레시를 가졌다. 브런치도 다시 시작한 시기가 이 때다.


코로나 일자별 증상

-1일 차

가만히 있어도 머리가 주기적으로 깨질 듯이 아팠다. 머리가 핑핑 돈다는 표현이 딱 맞겠다. 열이 나면서 오한까지 오니 온탕 냉탕을 왔다 갔다 한 것 같았다. 몸은 누구한테 뚜드려 맞은 건지 삭신이 쑤셨고 다리는 모래주머니를 찬 것 마냥 무거웠다. 기침은 나오는데 인후통 때문에 목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 걸음걸이는 느리고 허리를 제대로 세우기가 힘들 정도로 기운이 약했다.


-2일 차

열은 내려갔지만 아직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다행인 건 스스로 흔들리지는 않았다. 인후통 때문에 목에 스크래치가 났고 목소리가 갈라졌다. 아직은 몸이 으스스 추위를 느꼈으며 몸도 안 좋은데 목까지 나가버리니 언어구사력이 처참했다.


-3일 차

머리가 완전히 호전됐다. 그러나 이때 콧물과 기침이 잦아지며 새롭게 눈이 붓기 시작하며 다크서클이 심해졌다. 눈이 너무 뻑뻑해서 주기적으로 안약을 넣어보곤 했다.


-4일 차

눈 주위가 너무 부었다. 누가 봐도 수면이 부족한 사람처럼 피곤해 보였다. 체한 듯 배가 빵빵해지고 밥을 못 먹게 매스꺼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뭘 먹어도 맛이 없었다. 진짜 '맛'이 없었다. 미후각이 둔해졌다. 자연스레 변비가 찾아왔다.


-5일 차

매스꺼움이 계속되자 어지러움이 찾아왔다. 여전히 콧물과 기침은 나왔고 복부팽만과 둔해진 미후각 때문에 강제 다이어트가 시작될 뻔했다.


-6일 차~

6일 차부터는 모든 게 서서히 정상화되었다. 기력도 찾아오고 복부팽만과 매스꺼움이 방귀로 잘 나오면서 위와 장 기능이 제 역할을 하며 변비도 사라졌다. 미후각도 점차 돌아와서 그간 충분하지 못했던 에너지 섭취를 했다. 증상들 중에 대부분은 강하게 와서 하루 이틀이면 금방 호전되지만 콧물과 기침만은 예외인 녀석들이다. 가장 잔잔하게 찾아와 가장 오랫동안 머물렀다.


지금은 꽤 시간이 지나 정상적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 다만 일상의 변화가 찾아왔다면 코로나를 걸려본 사람이기에 안전불감증이었던 과거에 나보다 좀 더 방역에 예민해졌다는 것이다. 이번 계기로 코로나는 집, 회사, 술집, 카페, 문화공간 등 장소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숨만 쉬어도 걸릴 수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일상에서 나도 모르게 일어날 수 있는 부주의들을 자각하고 조심하면서 힘든 시기를 지혜롭게 탈출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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