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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빽지 Feb 11. 2024

뭘 하는지는 알고 들어오셔야 해요.

광고인을 위한 내비게이션: 1. AE의 역할

지난 시간에 광고대행사 종류에 대해 크게 디지털, 종대, 독대, 외국계 4가지로 분류하여 소개해보았습니다. 이번엔 광고대행사 내부에는 어떤 직무들이 있는지 역할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광고대행사의 직무에는 크게 기획과 제작이 있습니다. 이중 일반인도 많이 아는 역할은 AE라 불리는 기획자와 아트디렉터라 불리는 디자이너입니다. 광고대행사에 꼭 필요한 역할이자 최소한의 직무이죠. 이들은 회사의 방향이나 규모에 따라 다양한 스페셜리스트로 변화합니다. 오늘은 광고대행사에서 기본이자 핵심인 AE에 대해 소개하겠습니다.


AE의 공통 역할

- AE(기획자, 기획파트)

먼 과거부터 광고대행사에 존재했던 직무이자 광고대행사의 꽃이라 불린 AE입니다. 요즘은 크리에이티브가 중요하기 때문에 꽃까지는 아닙니다만, 모든 일은 AE를 거쳐야 합니다. AE는 아(A).. 이(E)것도 제가 하나요?의 웃픈 준말이 있을 정도로 모든 일에 관여하죠.


AE는 Account Executive의 준말이며, 계정 관리자. 즉, 광고주를 관리하는 사람을 뜻합니다. 과거에는 영업 기회를 통해 매출을 만들어내는 역할이었지만, 현재에 와서는 사회적 변화에 따라 영업과 관련된 일들은 많이 축소되었습니다. 영업은 경험이 많은 팀장 및 임원급이나 외부의 전문인을 모셔서 그들의 인맥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광고 영업을 하는 회사가 아니고서야 일반적인 광고대행사는 아웃바운드가 없으며 직원에게 강요하지도 않습니다. 말씀드린 윗분들의 인맥을 통해서나, 회사가 유명하다면 자연스럽게 광고주에게서 직접 인바운드가 오는 형태입니다.


오늘날 AE는 영업베이스가 축소되면서 광고주를 둘러싼 커뮤니케이션과 기획베이스가 중심이 되었습니다. 선두에서 광고주를 전담마크하면서 그들의 요청사항을 해결해 주기 위해 내외부로 메인 커뮤니케이션을 도맡습니다. 광고주와 협력사를 케어하면서 내부적으로는 프로젝트에 구성된 제작파트와 매체파트 등의 구성원들을 케어해야 하죠. 물론 광고주가 가장 우선되지만 구성원들의 의견들이 배제되지 않도록 그들의 니즈를 파악하고 취합하고 절충안을 찾는 것이 AE의 핵심 역량입니다. 간혹 AE가 메인이기 때문에 내 마음대로 할거야! 광고주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구성원들의 의견은 중요하지 않아!라고 생각하는 AE들이 있는데요. AE는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의견을 조율하는 조율자임을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사람으로 치면 AE는 두뇌이나 도움을 주는 분들이 없으면 실질적으로 움직임을 갖고 무언가를 만드는 팔다리가 없는 것이기 때문에 AE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모든 구성원을 나의 편으로 만드셔야 합니다. 프로젝트(=캠페인) 단위로 봤을 때 프로젝트 매니저, PM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커뮤니케이션만큼이나 기획력도 좋아야 합니다. 프로젝트 전체적인 방향과 전략을 잡기 때문에 설정한 값에 따라 제작물과 매체의 퍼포먼스가 크게 좌우됩니다. 생각했던 대로 제작물이 나오지 못하고 퍼포먼스가 나오지 못한다면 기획의 패착이며 광고주는 성과에 문제를 삼으며 AE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습니다. 큰 그림과 그 안에 요소들을 하나의 뼈대에 담을 줄 아는 눈이 있어야 하죠.


위기는 곧 기회라고 상황마다 발현되는 인사이트도 중요합니다. 센스라고 하죠. 최초 방향과 전략에서 남들이 보지 못한 인사이트를 도출하거나, 운영에서 추이를 파악하고 키를 바꾸는 결단력, 무엇보다 광고주의 무리한 요청을 유연하게 대처하며 만족시키고 내부 구성원을 힘들게 하지 않는 판단력과 사고력도 겸비해야 합니다.


여러 시장 상황과 소비자 및 트렌드 인사이트가 있어야 하며 제작과 매체 등 다른 파트에서 진행하는 일들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스터디와 경험이 필요하죠. 그래야 누구와도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지고 광고주 문의에 즉각 대응이 가능해집니다. 육각형의 스탯이 있다면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전천후 스타일의 플레이메이커 성향을 요구합니다.


AE의 광고대행사별 역할

AE는 광고대행사의 종류에 따라 업무의 범위가 넓어지기도, 집중되기도 합니다. 디지털 광고대행사의 경우, AE는 굉장히 많은 일을 소화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직적으로 스페셜리스트 또는 특정 분야를 담당하는 부서가 없거나 그 의미가 희미한 경우들이 많아서 AE가 다양한 일들을 진두지휘하게 됩니다.


아트디렉터, 카피라이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없거나 희미한 조직의 경우는 AE가 디자이너에게 제작물에 대한 기획과 스토리보드를 디테일하게 잡아서 의뢰하기도 하며, 소비자에게 송출되는 모든 영역의 광고 카피를 직접 쓰기도 합니다. 매체를 다루는 전문 부서가 없다면 랩사라 불리는 외부 파트너와 다이렉트로 일을 하면서 퍼포먼스에 직접 관여하기도 합니다. 디지털은 특성상 매체가 다양한 만큼 소재도 다양하고 결과도 즉각적이기 때문에 실시간 대응도 많습니다. 콘텐츠 제작 전문 부서가 없다면 SNS, 바이럴 등 콘텐츠도 직접 기획하며 작성하기도 합니다.


어찌 보면 제작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롤과 매체에서 미디어 플래너의 롤, 콘텐츠에서 AM이라 불리는 운영 담당 매니저의 역할도 함께하며, AP라 불리는 크고 작은 전략을 짜는 역할까지 모두 AE가 하게 되죠.


반면, 종합광고대행사의 경우는 그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곳들이 많기 때문에 역할이 잘게 잘게 분담되어 있어서 AE는 기획 그 자체와 광고주를 포함한 전반적인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광고대행사를 이루는 최소 역할인 AE는 규모가 작을수록 하는 일이 다양해지며, 규모가 클수록 특정 영역에 집중된다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이제 막 AE의 길을 가시는 분들께선 디지털 광고대행사처럼 다양한 일들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을 가서 광고대행사의 전반적인 일들을 경험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이런저런 일들을 몸소 경험해야 기획 자체와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종합광고대행사에서 빛을 낼 수 있으며, 그러지 못한 AE와 일을 헤쳐나가는 방법과 방식에서 큰 차이를 낼 수 있습니다.



일본과 비교하면, 일본의 AE는 과거부터 전통적인 영업베이스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고, 전략 등의 기획적인 부분은 AP가 담당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요. 우리나라는 AE의 의미가 넓은 의미로 통용되고 있고 실제로 하는 일도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래도 인력풀이 비교적 적기 때문이겠죠.


세상 모든 직업과 일은 다 힘들지만, 힘드냐 안 힘드냐를 중점적으로 생각하시면 AE는 힘든 역할임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배울게 많냐 적냐를 중점적으로 생각하시면 일과 인간관계 그리고 나아가 인생에서 얻어가는 경험이 많은 직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줄곧 광고대행사에서 AE라는 기획자로 살아왔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게 중요해진 시대에서 광고업계는 점점 제작의 역할이 대두되고 있으며, 과거만큼 기획자가 세상에서 이슈 되는 경우도 줄었습니다. 내 손으로 멋진 광고를 만들겠다? 어찌 보면 현재의 AE는 그것과 거리가 멀 수 있습니다.


그래도 전 이 직무가, 이 역할이 마음에 듭니다. AE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문제점들을 해결하며 광고주를 포함한 구성원들과 무탈하게 일을 메이드 해나가는 멋이 있습니다. 리더의 역할과도 닮았고 과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한 박지성 선수의 역할과도 닮았습니다. 관람객 눈에는 띄진 않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헌신하며 팀을 유기적으로 묶고 승리할 수 있게 만드니까요. AE는 그런 역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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