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빽지 Mar 12. 2024

뭘 하는지는 알고 들어오셔야 해요.

광고인을 위한 내비게이션: 2. 제작의 역할

과거엔 광고의 꽃이라 불리는 역할이 AE란 기획자였다면, 현재에 와서 광고의 꽃은 제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크리에이티브가 중요해진 시대라는 것을 방증하죠.


오늘날 디지털을 중심으로 콘텐츠에 파묻혀 사는 사람들에게 이용 행태에 따라 하루 수십 개에서 수백 개 광고가 노출됩니다. 오프라인까지 포함하여 인지하지 못한 광고까지 계산하면 하루 수천 개의 광고를 마주하게 됩니다.


그러나 일반인은 광고를 기억하지 못합니다. 하루에 하나라도 기억하고 가슴이 뛰는 무언가를 느꼈다면 정말 다행이죠. 그렇게 하기 위해 광고인은 남들과 똑같은 메시지와 비주얼에서 벗어나 울림을 주는 차별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찾습니다.


아무리 기획 방향과 전략이 좋아도 사람들에게 보이는 결과물이 밋밋해버리면 임팩트를 줄 수 없기 때문에 제작의 역량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의 광고주는 광고에 대해 잘 모르고 그 뜻과 의의만 좋다면 OK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광고주도 광고를 너무 잘 알고 상황입니다.


제가 항상 명심하려는 것 중에 '광고주가 어쩌면 나보다 더 잘 알고 있을지 모른다'는 말이 있습니다. 해당 업에 대해 마케팅과 광고 측면에서만 인사이트를 뽑으려고 하는 광고인과 그 업에서 수년, 수십 년 동안 쌓은 노하우와 소비자 데이터 등 히스토리를 알고 있는 광고주의 인사이트는 깊이에서부터 분명한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광고대행사가 특정 과제란 틀 안에서 숙제를 해올 것이고, 조금 벗어나더라도 뿌리를 헤치지 않을 것을 알기에, 틀린 것이 아닌 전부 답이 될 수 있는 다양한 다름을 보여줄 것이기에 광고주는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를 알며 소비자 페르소나에 입각하여 생각하는 시야가 생긴 것이죠. 그래서 크리에이티브 파트만 나오면 매의 눈으로 바라보고 평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필요에 따라 광고주가 크리에이티브를 직접 수정하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제작 삼대장

앞서 언급했듯이 광고에서 제작은 사람들에게 보이는 결과물을 책임집니다. 울림은 주는 한 문장의 카피일 수도 있고 클릭을 유도하는 이미지일 수도 있고 공감을 일으키는 스토리가 담긴 영상일 수도 있습니다. 어떠한 결과물이라도 혼자서 만든다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제작은 대체로 AE로만 이루어진 기획 파트와 다르게 다양한 역할들이 제작이란 이름아래 함께 움직입니다.


가장 기본적인 구성은 디자이너 혹은 아트디렉터라 불리는 디자인 툴을 다루는 역할. 스토리와 메시지를 만드는 카피라이터. 그리고 이들을 관리하고 창의적인 개발을 주도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가 있습니다.


#디자이너(아트디렉터)

디지털광고대행사라면 디자이너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고 종합광고대행사라면 아트디렉터라 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순히 이름만 달리 부른다기보다는 세부 역할에서도 차이가 존재합니다.


광고업에서 디자이너는 AE의 세세한 요청사항에 따라 그것을 결과물로 만들어 내는 역할이라면, 아트디렉터는 아트적인 기획과 전략을 구성하고 그에 따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역할이죠. 수동적이냐 능동적이냐의 차이가 존재하며 AE를 통해 좁은 범위에서 과제에 집중하느냐, 캠페인 전체적인 방향만 있을 뿐 제작이란 큰 범위에서 창의를 발현하느냐 차이가 있습니다.


특징으로 보면 디자이너는 특정 툴들을 활용하는 능력이 뛰어나며 속도가 빠릅니다. 아트디렉터는 다양한 툴을 다루는 대신에 스스로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생각하기에 속도가 느립니다. 아트디렉터는 제작 파트 전반에서 아이디어를 내고 전략을 잡는 측면에서 AE와 유사한 기획력을 요구합니다. 필요에 따라서는 카피를 직접 작성하기도 합니다. 디자이너보다는 큰 개념이지만 광고대행사의 역할과 규모에 따라 나뉘는 부분이기에 누가 더 잘났고 못난 것은 없습니다. 


이들은 오랜 시간 경험과 연차를 쌓으면 CD로 올라섭니다. 대부분이 아트디렉터 출신의 CD입니다. 카피라이터나 AE 출신의 CD도 존재하지만 가장 무난하고 전형적인 테크트리입니다. CD의 롤과 역량을 가장 잘 이해하고 수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카피라이터

종합광고대행사처럼 규모가 크거나 영상 광고를 주로 하는 곳에 존재하는 스페셜리스트입니다. 디지털광고대행사나 소규모인 곳에는 카피라이터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층적인 카피가 상대적으로 덜 필요하기 때문이죠. 이런 곳에서는 AE가 카피라이터 역할을 대신합니다.


카피라이터는 이름 그대로 카피를 전담하는 역할이며 제품이나 서비스, 브랜드 등을 매력적으로 선보이고 궁극적으로 팔기 위한 카피를 작성합니다.


주의하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광고 카피라이터는 긴 호흡으로 글을 작성하는 작가나 에디터와는 다릅니다. 광고라는 속성 자체가 사람들이 잠시 머무르는 순간이나 찰나에 이목을 이끌고 판단하게 하며 좋은 인상을 심어줘야 하기 때문에 카피라이터는 짧은 글을 능숙하게 쓸 줄 알아야 합니다. 그것은 키메시지나 슬로건, 테마, 캐치프레이즈 같은 결과물로 나타나죠. 가령 '사람이 미래다', '가전은 역시 LG'와 같은 것입니다. 짧지만 울림이 있고 명확한 베네핏이 있습니다.


카피라이팅은 제한된 영역과 초수에서 거르고 벼르는 작업의 연속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글이라고 안 하고 카피라고 하는 겁니다. 물론 긴 호흡의 스토리텔링이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그 속에서 핵심 키워드를 조합하는 통찰력을 겸비해야 합니다.


카피는 광고를 이루는 가장 최소이자 기본 단위입니다. 광고는 전달이 목적입니다. 따라서 비주얼이 없어도 카피는 필수적입니다. 카피가 없는 광고도 카피적인 선택이기 때문에 잘하는 카피라이터의 존재 여부는 광고에서 매우 중요한 키가 됩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

캠페인 전반의 크리에이티브를 담당합니다. 관련된 모든 방향과 전략을 설정하고 구성원을 관리합니다. 총괄하는 역할이죠. CD가 팀장이라면 아트디렉터와 카피라이터는 팀원입니다.


비주얼과 관련된 모든 것을 이끌어가는 수장이기 때문에 광고와 광고 외적인 부분에서까지 많은 경험과 인사이트를 지니고 있어야 합니다. 인문학이라던지 심리학이라던지 나아가서 시대를 꿰뚫는 경제학까지 잡학다식함이 많을수록 능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철이 들면 안 되는 역할이라 생각하며 모든 것을 열어두고 받아들이는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안 그러면 틀에 박힌 생각으로 클리셰를 갖게 되며 이는 크리에이티브를 총괄하는 CD에게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광고업에서 캐릭터라는 게 가장 선명하게 보이는 사람들이 CD입니다. 오랜 기간 축적된 경험이겠지만 이는 좋은 뜻으로 받아들이면 안 됩니다. 예술가라면 특정 스타일이라는 게 필요하지만 수많은 광고주의 니즈를 반영해야 하는 CD는 하얀 종이처럼 투명해야 합니다. 그래야 광고주와 산업을 꿰뚫는 크리에이티브가 나올 수 있습니다.



제작 파트는 외부 프로덕션이나 부띠끄, 모델 에이전시, 녹음실 등 다양한 제작사 및 아티스트와 협업을 합니다. 영상을 만든다면 좋은 프로덕션과 관계를 유지해야 하며, 좋은 모델을 섭외하기 위해, 좋은 지면을 촬영하기 위해, 퀄리티 좋은 음악을 만들기 위해 외부 파트너들과 친밀하고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합니다. 이들의 노고가 현실적으로 매우 중요합니다. 이는 아트, 카피, CD 할 것 없이 공통의 역할입니다. AE가 광고주와 잘 지내려 하는 것처럼요.


이제 막 광고를 시작하려거나 시작한 분들을 위한 글이기에 두 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직접적인 관여를 통해 사람들에게 전달할 결과물을 만들고 싶다는 욕망이 강하다면 AE보다는 제작 파트로 가셔야 합니다. 여기서부터 피를 본 광린이들을 주변에서 많이 봤습니다. AE는 큰 전략을 세우는 우산이며 제작은 그 우산을 쓰는 여러 사람의 형상입니다. AE는 실질적인 체감이 간접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툴을 잘 다루신다면 아트디렉터를 희망하시면 되고, 툴을 못 다룬다면 카피라이터 혹은 다른 스페셜리스트를 보유한 제작이 있는 광고대행사에 가셔야 합니다.


둘째. 광고는 예술이 아닙니다. 물론 예술과 같은 오브제들을 활용하고 결과물을 내기 때문에 큰 범위에서 예술이라 하는 것을 막지 않겠으나, 엄연한 상업적 활동이며 광고주(브랜드, 제품, 서비스)를 위한 솔루션입니다. 좀 더 쌔게 말한다면 아티스트병에 걸려 으쓱대는 분위기 잡을 필요 없습니다. 모든 건 최종적으로 광고주가 결정합니다.


오늘은 제작의 기본적인 역할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광고업에서 크리에이티브라 하는 결과물은 소비자를 향하며 최종적으로 그들에게 보이는 것들입니다. 우스갯소리로 PT를 준비할 때마다 이번은 크리가 중요하다. 이번에도 크리가 중요하다. 아마 다음에도 크리가 중요할 것이다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요. 사실이 그렇습니다. 제작자로서, 광고인으로서 가장 중요한 일을 한다 생각하세요. 자부심을 가지고 역할을 다해주시길 바랍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