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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백구 Dec 29. 2019

그의 재능이 아닌 시대의 불안함

영화 <고흐, 영원의 문에서> 리뷰, 2019년 12월 개봉

*[영화 앞담화]는 깊이 있게 파고드는 [영화 뒷담화]와 달리 스포일러 없이 간편하게 읽는 영화 리뷰입니다.
영화 <고흐, 영원의 문에서> 포스터


가수 양준일로 인해 대한민국들썩이고 있다. 시대를 잘못 만났던 그는 약 30년이 지난 이제야 빛을 보고 있다. 방송국 PD, 언론사 기자, 권위 있는 전문가 혹은 정치인 등이 아닌 대중이 그를 다시 불러냈다. 문화의 권력이 기득권 세력에서 대중에게 넘어오는 시대를 만나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그를 보며 빈센트 반 고흐를 떠올렸다. 문화 권력이 귀족과 성직자에게 있던 시대에 빈센트는 비루한 삶을 살았다. 영화 <고흐, 영원의 문에서>는 빈센트의 비루하고 멸시받던 삶과 그의 마지막 나날을 담고 있다. 그러면서 그를 둘러싼 시선들을 비추는데, 온전히 빈센트의 점을 통해 보여준다. 그 시선들은 그가 살아낸 불안한 시대상을 대변한다.


내가 보는 것을
사람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어


불안함은 개인적 관계에서 시대적 환경으로 확장된다. 우선 아주 가깝게 교류했던 화가 폴 고갱과의 관계를 부각한다. 그들은 공동생활을 했지만 자주 논쟁을 벌인다. 이때마다 빈센트 불안한 시선을 빈번하게 노출한다. 후반부로 가면 그 불안함은 빈센트가 아닌 그를 둘러싼 환경으로 옮겨간다. 이는 권력 있는 성직자와 만나 대화하는 장면에서 정점을 찍는다. 빈센트의 그림을 평가절하하는 성직자의 태도를 통해 대의 불안함이 한 천재 화가를 놓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빈센트 반 고흐가 지금 시대에 살았다면 어땠을까. 여전히 그의 재능을 아무도 알아보지 못했을까. 그는 생전에 단 한 작품밖에 팔지 못했지만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화가 중 한 명다.


신이 미래의 사람들을 위해서
저를 화가로 만든 것 같아요.


영화 <고흐, 영원의 문에서>는 그 시대 사람들이 놓친 빈센트 반 고흐를 대면하게 한다. 우리가 우리의 시선으로 가수 양준일을 소환한 것처럼 지금 시대의 또 다른 빈센트가 있다면 이제는 놓치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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