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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백구 May 08. 2017

<어바웃 타임 About Time>

운명이 아닌 '의지'로 빚어낸 로맨스

내겐 사랑이 항상 가장 중요했다.


'시간 여행'을 하는 수많은 영화가 있었다. 최근에는 드라마도 셀 수 없이 많아졌다. 시간 여행을 하는 방법도 다양하고 그 능력의 활용법도 천차만별이다. 위기에 빠진 도시나 나라를 구하거나 외계 생명체로부터 지구를 지키기도 한다.
영화 <어바웃 타임>은 '시간 여행 능력'을 거창한 일에 활용하지 않는다. 첫사랑의 등짝에 자외선 차단제를 터뜨려 왕창 뿌리기, 여자친구의 부모님께 민망한 말실수, 오랜만에 본 친구를 동성애자로 오해하는 등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능력을 이용해 과거로 돌아간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횟수로 시간 여행을 하는 순간은 사랑을 하겠다는 의지가 강력할 때다. 영화 <어바웃 타임>은 사랑을 얻고 유지하고 지키는 것은 인연이나 운명이 아니라 의지라고 말한다.
팀(돔놀 글리슨)은 성인이 된 날, 아버지(빌 나이)로부터 놀라운 비밀을 듣게 된다. 자신의 가문이 대대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아버지는 팀에게 이 능력으로 무엇을 하고 싶냐고 묻자 팀은 이렇게 말한다.

‘여자친구가 있으면 정말 좋을 거 같아요’

런던으로 간 팀은 우연히 만난 사랑스러운 여인 메리(레이첼 맥아담스)에게 첫눈에 반한다. 어설픈 행동과 몇 가지 실수가 있었지만 시간 여행 능력으로 만회, 팀은 메리와 뜨겁게 사랑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팀의 사랑에 대한 의지와는 다르게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나타난다.
여자들이 어떤 남자를
좋아하는지 아는 영화


영화 <어바웃 타임>은 특유의 감수성으로 많은 관객들을 재관람하게 했다. 나 또한 영화관에서 3번은 봤다. ‘워킹 타이틀 필름스’라는 영국에서 가장 로맨틱 영화를 잘 만드는 제작사가 이 영화를 만들었다. 워킹 타이틀과 가장 궁합이 잘 맞는 감독은 단연 ‘리처드 커티스’ 감독이다. 워킹 타이틀과 리처드 감독이 함께 만든 영화로는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노팅 힐>, <브리짓 존스의 일기> 시리즈, <러브 액츄얼리> 그리고 이 영화 <어바웃 타임>이다.


리처드 커티스 감독은 여자를 가장 잘 아는 남자 감독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여성 관객들에게 인생 영화를 선사해주고 있고, 감독의 영화 속 남자 캐릭터들이 대부분 여성들에게 대단히 매력적으로 느껴진다는 점에서 이같이 말할 수 있다.


영화 <어바웃 타임>은 로맨스 영화지만, 운명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만날 수밖에 없는 사랑의 인연이 존재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주인공 팀은 강력한 의지와 시행착오 끝에 메리와 사랑을 나눈다. 블라인드 레스토랑 첫 만남의 우연은 다른 이유로 했던 시간 여행으로 다시 찾아오지 않았다. 사랑의 시작은 팀의 의지, 사랑을 지키는 힘은 팀과 메리 모두의 의지였다.


블라인드 레스토랑에서의 첫 만남은 우리가 사람의 목소리와 대화만으로 얼마나 설렐 수 있는지 느끼게 한다. 목소리를 듣고 설레다가 나중에는 주고받는 대화의 즐거움이 우리의 심장을 뛰게 한다. 팀이 메리에게 딸기 무스를 먹여주기 위해 입술을 찾다가 눈에 묻힌다. 당황하거나 짜증 섞인 말투로 불만을 토로할 법하지만 메리는 ‘신선한 느낌이네요’라며 농담을 던진다. 아직 등장하지 않았고 이름도 모르는 여자 주인공의 목소리와 대사에 묻어나는 성격만으로 이미 관객들은 그녀의 사랑스러운 매력에 빠지고 만다.


사랑의 운명이 아닌
사랑의 의지를 말하는 영화


팀의 집주인이자 괴팍한 극작가 해리 채프먼(톰 홀랜더)의 성공적인 연극 공연을 위해 자신의 능력을 사용한 팀은 메리의 전화번호가 사라졌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에 그녀를 찾기 위해 그녀가 좋아한다고 말한 케이트 모스 사진전에 간다.


가끔 누군가는 말한다. ‘인연이 있다’ ‘만날 사람은 만나게 돼 있다’ 혹은 ‘결혼할 짝은 따로 있다’ 운명론자들이 흔히 말하는 이런 종류의 이야기들은 사랑에 관해서 스스로를 수동적 인간이라고 선언하는 것과 같다. 영화 <어바웃 타임>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운명이 아니라 사랑에 대한 의지다. 영화는 내가 어떤 사람과 사랑할 것이고 얼마나 이 사랑을 지킬 의지가 있는지를 팀의 행동을 통해 보여준다. 팀은 매일 케이트 모스 사진 전시회장에 찾아가 소파에 앉아서 안 올지도 모르는 메리를 하염없이 기다린다. 팀이 메리와 사랑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나타나는 장면이다.


둘의 사랑이 팀만의 의지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만남의 시작은 팀이지만, 사랑을 혼자 할 수는 없는 법. 과거로 돌아가 파티장에서 메리를 데리고 나온 팀에게 메리는 ‘내 차가 있는 곳까지만 데려다줘’라고 말한다. 그 차는 메리의 집 앞에 있었고, 결국 팀은 메리를 집까지 데려다준다. 자신에게 다가온 팀을 메리가 한 걸음 더 가까이 이끌었다고 볼 수 있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너의 고백을 거절하지 않을 거야


극장에서 연극을 보고 나온 팀은 3년 전 여름 자신의 고백을 거절한 첫사랑 '샬롯(마고 로비)'을 우연히 만난다. 샬롯은 자신의 친구와 함께 극장에 왔음에도 친구를 혼자 밥을 먹으라며 보내고 팀에게 함께 식사를 하자고 한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너의 고백을 거절하지 않았을 거야’ 당시 샬롯은 팀이 시간을 되돌려 두 번이나 고백했지만 받아주지 않았다. 그녀는 팀이 시간을 되돌리는 것만으로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교훈을 얻게 해 준 여자였다. 다시 만난 샬롯은 팀을 만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다.


첫사랑 샬롯의 유혹(?)에도 팀은 메리에게 청혼할 생각에 뛰쳐나온다. 그 어떤 상황과 분위기도 그의 사랑에 대한 의지는 꺾지 못한다. 그러고 보면 이 영화 속 캐릭터들은 대부분 사랑을 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고 수동적인 사람이 거의 없다. 팀도, 메리도, 심지어 샬롯도 그렇다. 이 얼마나 적극적인 사랑을 권장하는 영화인가.


결말에서 내레이션을 통해 교훈을 주려는 의도가 직접적으로 느껴져 아쉽지만, 리처드 감독 특유의 사랑스러움이 묻어나는 영화이고 많은 여성들의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이야기와 캐릭터라는 점에서 이 영화는 두 번 이상 볼 가치가 있다.


더 다양한 날들이
앞으로 펼쳐질 거야


마지막으로, <어바웃 타임>의 명장면인 결혼식 장면을 빼놓을 수 없다. 폭우가 쏟아지고 바람에 나무가 휘청거리고 텐트는 다 무너진다. 그러나 신랑 신부와 하객들은 웃음이 멈출 줄 모른다. 이후 팀이 메리에게 ‘결혼식 때 비가 좀 안 왔으면 더 좋았으려나?’라고 묻자 메리는 단호하게 ‘아니, 완벽한 결혼식이었어. 더 다양한 날들이 앞으로 펼쳐질 거야. 재밌잖아’라고 말한다.


이는 영화의 메시지와 일치한다. 어떤 환경과 상황이 행복을 결정하지 않고, 이를 극복하는 힘은 의지라는 것이다. 비가 오지 않았다면 더 좋은 결혼식 혹은 더 행복한 날이었을까. 앞으로 더 다양한 날이 펼쳐질 것이라는 메리의 말이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대신한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과 상황은 언제나 우리의 예상대로 움직이거나 흘러가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는 사랑하고 또 사랑한다.


오늘은 어버이 날이므로 나의 어머니께서 나에게 직접 해주신 말씀으로 이 글을 마친다.


삶에서 일어나는 일이 열 가지일 때,
아홉 가지가 힘들고 어려워도
'사랑'이라는 한 가지 이유가
나머지를 극복한다



http://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70829

(사진출처 : 다음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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