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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을 나는 백구 Dec 30. 2023

응급실 풍경

내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

근래 들어 투석 중이시던 어머니 건강이 많이 안 좋아지셨다. 2달 동안 몇 번의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면서 기력도 많이 쇠해진 것 같았는데 급기야 그저께 이유를 알 수 없는 골절상을 당하셔서 응급실에 들르게 되었다. 아침부터 밤까지 꼬박 기다리다 입원을 다시 하게 되었으니 이젠 요양병원으로 모셔야겠다는 생각을 굳혔다.

아침부터 응급실은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다.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부부

남편이 갑자기 쓰러졌나 보다. 당뇨 등의 문제를 응급실에서 알게 된 듯하다. 아내는 옆에 앉아 남편과 얘기를 나눌 때 빼고 고개를 돌려 연신 눈물을 닦는다. 부부로 살아가는 이유가 분명해 보인다. 아프지만 아름다워 보인다.


70대 할아버지와 손녀(?)

할아버지가 혈압 등을 이유로 호흡이 곤란해져서 응급실에 왔다. 내 생각에는 손녀벌되는 20대 초반의 아가씨가 곁에서 말동무되어주며 화장실까지 챙긴다. 너무 아름다워 눈물이 날 지경이다. 아가씨 얼굴이 세상에서 젤 예뻐 보인다.


50대 엄마와 젊은 아들

아들이 좀 싹수없어 보인다. 엄마는 고통스러워 토하고 입원해야 할 상황인 듯한데 옆에서 졸거나 핸드폰만 만지작 거린다. 한 대 쥐어박고 싶다고 생각하던 그때, 엄마를 아들이 부축해 주렸는데 그 엄마가 또 성질이 보통이 아니다. 가만 생각해 보면 오랜 기간 병 수발을 들었을 수도 있겠고, 이런 상황이 너무 익숙할 수도 있겠다. 그리고 보니 젊은 아들이 아침부터 엄마 옆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대견해 보인다.


90대 할아버지와 할머니

할아버지가 요양병원에서 실려왔다. 할머니는 곁에서 할아버지에게 큰소리도 치면서 달래기도 하면서 간호 중이다. 아마 중환자실로 들어가는 것 같다. 내가 나이 들었을 때 나나 아내가 서로를 곁에서 지켜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본다.


70대 아들과 90대 아버지

90 먹은 아버지 목소리가 정정하다. 70대 아들은 아버지 입원 수속을 마치고 

"엄마에게 전화해서 설명하고 올게요."라고 아버지에게 말한다.

아아!!!

70대 아들이 엄마라고 부르는 이는 얼마나 행복할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젊은 친구들은 주로 골절 등으로 실려 왔고, 곁에는 중년의 엄마가 꼭 붙어서 환자를 쓰다듬고 있다. 


그리고 나와 어머니

입원 수속까지 마치고 부은 다리 가리 앉을 때까지 안정 취한다는 설명을 듣고 병원을 나온다. 요 며칠이 내 인생에서 가장 어머니와 친해진 날들이 아니었을까 한다. 낳아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도 했다. 그리고 사랑한다는 말도 했다. 이제 다음 주 시간을 잡아서 어머니 집 정리를 해야겠다. 

돌아가실 때까지 편안하게 계시다가 살짝 눈감고 잠들듯이 가시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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