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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을 나는 백구 Jan 17. 2024

수술과 요양병원

어머니 집에 있는 짐들을 정리했다.

  어머니 골절이 심해서 수술 날짜를 잡기가 어려웠다. 대략 2주가 넘어서야 비로소 수술을 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그전에는 다리도 부었고, 내과 관련 상태도 좋지 않아서 수술을 할 수 있는 상황까지 만들기 위해 병원에서 부단히 노력을 한 것이다.

  수술 당일 출근은 포기하고 수술실로 향했다. 대략 6시간 30분의 수술을 마치고 나온 어머니 표정이 고통에 일그러져 있었다. 다음 날 면회 가는데 내 가슴이 두근 거린다. 또 아프다고 소리 지르고 병실에 피해는 주지 않았는지, 당장 나가겠다고 투정을 부리는 건 아닌지.

  그런데 생각보다 건강해 보인다. 말씀도 잘하시고 식사도 잘하신다. 마음이 놓였다.

  수술 직전에 어머니 집에 있는 짐들을 정리했다. 이젠 요양병원으로 모셔야 하기 때문이다. 집에서는 도저히 모실 엄두가 나질 않는다. 부축을 하다가 잠깐 실수하면 골절이 되어버리니 도무지 방법이 없다.

  짐을 정리하면서 한참을 울었다. 그동안 내가 너무 무심했다는 자책에 가슴이 아렸다. 먼지로 가득한 앨범을 챙기다 또 울었다. 나이 들면 눈물이 많아지나 보다. 아버지 돌아가셨을 때는 혼자 몰래 추모관 방문해서 울었던 것이 다인데. 이젠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눈물이 시도 때도 없이 흐른다.

  수술이 잘 되어 내일이면 요양병원으로 모실 수 있게 되었다. 병원에서는 편하게 식사하고 생활할 수 있다니 다행이라고 말씀하신다. 그래 내가 좀 무심했던 게 맞다. 다시 우울해지려고 한다. 

  돌이켜보면 지난 12월부터 지금까지 어머니와 이렇게 많은 대화를 나누고 얼굴을 쓰다듬고, 변을 치우고, 고맙다는 말을 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젠 정신을 차리고 웃는 얼굴로 어머니 면회를 다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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