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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과 아뭄사이

쉬어갈까?

by 하늘을 나는 백구

어제 종합병원에서 MRI 촬영을 하였다. 3번과 4번 척추 디스크가 파열된 상태로 진단이 내려졌다.

하긴 최근 2주 동안 숨을 쉬기도 힘들 정도로 등과 허리가 아프더니, 급기야 왼쪽 허벅지에 힘이 빠지고, 무릎 아래로 감각이 무뎌지기까지 하였으니 대충 짐작한 대로 진단이 나온 셈이다.


그러고 보면 내 허리가 무척이나 아팠던 기억이 10년 주기로 있었던 것 같다. 제일 처음이라 할 수 있는 것은 교직 생활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당시 TV에서 양쪽 손잡이를 잡고 무릎을 꿇은 채 롤러 같은 도구를 앞으로 밀었다가 당기는 운동 기구를 선전하였고, 이게 복근에 좋고 허리에 좋다고 하여 하나 구입했다. 그리고 딱 하루 열심히 운동을 한 결과 수업 시간에 서 있기도 힘든 정도로 허리에 통증이 왔다. 당시에는 정형외과에 갈 생각은 꿈도 못 꾸었고, 단순히 한의원에 가서 침 맞고 물리치료를 받으면서 간신히 회복되었던 기억이 남아있다.


그리고 한 10년쯤 지났을 때였던가. 가족끼리 처음으로 해외여행이란 걸 다녀온 기억이 있다. 첫째 아이는 말레이시아 선교 활동을 떠났고, 둘째를 데리고 아내와 함께 홍콩에 3일 간 다녀왔다. 무척이나 더웠던 기억이 있다. 당시 아주 어렸던 둘째는 더위를 먹고 지쳐 있어서 가는 곳마다 시간 날 때마다 아이를 업고 다녔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와서 친구들과 스크린 골프를 치러 갔는데 골프는 시작도 못하고 허리를 숙이다가 '악!' 하는 비명과 함께 내 허리와 관련된 두 번째 고통이 시작되었다. 물론 당시에도 한의원만 다니려고 했는데 도저히 낫지 않아서 드물게 보이던 통증의학과에 가서 주사를 맞고 간신히 회복했던 기억이 있다.


최근 4달 정도 계속 왼쪽 무릎이 아파서 침도 맞고 물리치료도 받던 중 갑자기 왼쪽 등부터 다리까지 어찌해야 할지 모를 정도의 고통이 찾아왔다. 대통령선거와 연휴가 겹친 관계로 근처 한의원에서 침을 맞고 부황을 뜨면서 간신히 수업을 이어갔지만 도통 회복이 잘 되지 않았고, 오히려 왼쪽 다리 감각이 무뎌지는 느낌만 들었다. 결국 직장이 있는 목동 근처 통증의학과를 방문하게 되었고, 담당 의사의 권유로 MRI 촬영을 했는데 그 결과가 디스크가 터져서 왼쪽으로 흘러나온 상태라는 것이다.


난 스스로 무척 엄살이 심하다고 생각해 왔다. 그리고 병은 자랑하라는 신념을 갖고 있던 터라 그간 아플 때마다 여기저기 소문을 냈었다. 그때마다 가족들은 엄살쟁이라고 놀려댔는데, 어제 결과지를 받아 들고 귀가하니 모두들 놀란 표정이었다. 난 겁도 나고 무척 아팠지만 왠지 어깨가 으쓱 올라가기도 했다. 왜냐하면 남들은 걷기도 힘든 상태라던데 매일 빠지지 않고 출근하고 수업을 했고, 외부 특강까지 지속적으로 진행해 왔기 때문이다.


이제 좀 쉬엄쉬엄 일하라는 하나님의 말씀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 즈음, 입시 설명회 제안이 들어왔다. 약을 먹고 주사를 맞으면서 조심조심 생활하되, 정상적인 생활을 포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라는 생각도 해 본다.


더 이상 아프지 말고 아물었으면 좋겠다.



아픔과 아뭄이 비슷한 말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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