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이 내게 준 선물
허리 디스크가 터져 흘러나왔다는 판정을 받은 뒤 내 하루는 불안과 두려움에 손이 떨려오는 걱정이 지나고, 오히려 평온한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다른 큰 질병에 비해 별거 아니라는 생각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왼쪽 다리 감각의 무뎌짐과 힘 빠짐 현상, 그리고 등에서부터 엉덩이에 이르기까지 극심한 고통의 원인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어디를 조심해야 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알았기 때문이다. 막연한 두려움이 실체를 보이니 오히려 평온함이 찾아온 것이다.
예전에 학원 운영일로 소송을 당했던 적이 있었다. 내용은 법인카드 유용 문제였다. 물론 친구였던 (당시 온라인과 오프라인 국어과목의 1타 강사였던 이**) 놈이 학원 인수 등의 문제로 사기(본인은 그렇게 말했다)를 당하고 친한 친구이자 대표원장이었던 내게도 함께 소송을 걸어온 것이었다. 처음 검찰에서 전화를 받은 뒤, 경찰에 출석할 때까지의 불안함과 두려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새벽마다 잠에서 깨어 자주 부르지 않던 하나님을 애타게 찾으며 기도했던 기억도 있다. 그러던 불안감이 경찰 출석 후 상대방에서 제시했던 내용들을 확인하다 보니 (물론 이것도 경찰에서 보여준 게 아니었다. 질문을 종합한 결과 대략적으로 확인한 내용이었다.) 온통 거짓들이었기에 내가 열심히 증거만 모으면 별일 없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물론 이후 소송이 진행되었고, 판결은 무난하게 잘 나왔다.
우리가 살다 보면 두려움의 원인이 고통과 아픔에 있지 않은 것 같다. 오히려 고통과 아픔이 지나고 실체를 알게 되면 두려움은 사라지게 된다.
요즘 아이들이 공부하면서 막연한 두려움에 시달리는 모습을 자주 본다. 특히 재수종합학원에 다니는 아이들은 한 번이 아니라 적어도 두 번 이상을 수험생으로 지내고 있고, 실패가 주었던 고통을 고스란히 알고 있으며, 앞으로 자신이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확신이 들지 않으니 얼마나 두렵기만 하겠나.
이런 때 공부를 어떻게 하라느니 어떤 과목에 집중하라는 식의 말은 잘 전달이 안 된다. 그냥
난 널 믿는다.
넌 무조건 대학에 갈 거야.
내가 이렇게 말한 아이들 중 실패한 아이들은 없어.
이런 말 한마디에 웃고 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본다.
막연한 두려움은 실체가 없을 때 온다. 실체가 무엇인지를 알고 나면 오히려 평온해진다. 아이들은 마음속의 막연한 두려움이라는 감정과 싸우고 있다. 그 감정보다 더 강한 믿음이라는 것이 찾아오면 곧 평온해진다.
마음이 평온해지니 고통도 줄어든 것 같다. 그리고 매일 아침마다 조금씩 몸이 낫고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이 또한 믿음이겠지만 평온함이 고통을 물리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