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학생!
참 듣기 좋은 소리다. 이 소리를 들어본 지 아주 오래되어서 이젠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난 뭐라 불렸는가? 우선은 '오빠'라고도 불렸다. 아내가 날 처음 만나서는 대충 1년 동안은 그 '오빠'라는 말을 한 것도 같다. 그 후에는? 글쎄 뭐라 불렀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다만, 화가 나면 내 이름이 크게 불렸다는 것만은 분명하게 기억이 난다.
첫째가 태어나자 난 **아빠로 불렸다. 물론 직장에서는 강병길 선생님, 또는 강 선생으로 불렸다. 한참을 그렇게 불렸고, 학원에 나와서도 다른 호칭을 들어본 기억은 별로 없다. 잘 모르는 사람도 대충 선생님이라고 불렀던 것 같다.
친구와의 사업이 잘 되지 않고 여러 송사에 시달리다가 결정적으로 수능문제유출 관련으로 경찰청특수수사과에 불린 적이 있었다. 들어가자마자 영화에서 나오는 그런 방으로 안내하고는 날 보고
어이, 강병길 씨
하고 부르는 순간 난 머리부터 발끝까지 가글을 한다는 느낌으로 아주 어린 시절부터 잘못했던 일을 다 말하고 나온 것만 같았다.
요즘 물건을 사러 가거나 하면 직원들이 자주
아버님
이라는 말을 한다. 음...... 아저씨도 아니고, 아버님이라니 좀 난감하기만 하다. 물론 우리 아이들과 함께 갔을 때만 그렇게 불린다. 혼자 다니면 그래도 여전히 아저씨 또는 선생님 이라고 불린다.
그래서 난 스타벅스를 좋아한다. 내가 내 이름을 저장하면 직원들이 큰 소리로 날 찾아 준다. 내 이름이 뭐냐고?
인간백구
다.
그리고 보니 나는 학원 아이들을 어떻게 부르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대충 이름을 부르는 건 분명하다. 가끔은 '아가'라는 말도 쓴다. 아무튼 이름 앞에 꼭 '우리'라는 말도 넣는 것 같다. 내일부터 아이들 이름을 부를 때 좀 더 친근하게 아이의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이름을 불러줘야겠다. 우선, 그저께 나에게 무척이나 혼이난 '호석'이에게는 '천하의'란는 말을 꼭 붙여서 불러야겠다.
천하의 호석아!
오늘도 파이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