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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누구를 가르치겠는가

욕설이 일상이 된 곳

by 하늘을 나는 백구



강병길
사물함 위치
좆같네요


어느 월요일 아침,

한 학원 단체 카톡방에 올라온 세 줄짜리 메시지.


나는 잠시 의심했다.

학생인가? 익명 채팅방 캡처인가?


아니다.

글쓴이는 나와 같은 공간에서 강의하는 '국어 강사'였다.


아이들에게 말의 품격을 가르쳐야 할 사람이

"좆같네요"라는 표현을,

그것도 다수가 모인 공개방에서,

대상까지 명확히 지목하며 던졌다.


강사가 강사에게 욕을 했다.

그것도 단체방에서,

그것도 국어를 가르치는 사람이.


나는 정중히 요청했다.


말씀을 가려주세요.
불만이 있다면 직접 말해주시고,
정중한 사과를 요청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사과를 받았다.


하지만 그 일이 그냥 지나가서는 안 된다고 느꼈다.


우리는 지금,

국어를 가르친다는 사람들이

말의 품격을 잃어가는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가 말하는 ‘문해력’이란 게 대체 뭔가요?


우리는 매일 학생에게 말하죠.


공감해 봐.
말을 조심해.
정확하게 표현해 봐.


그런데 우리는 스스로 묻지 않죠.


나는 지금, 어떻게 말하고 있는가?


교육은 단지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말하는 태도를 가르치는 일입니다.


내가,

당신이,

우리 모두가.


국어 교사라면,

말이 흉기가 되지 않도록,

말이 수치가 되지 않도록

말의 품위를 회복하는 데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국어를 가르치는 우리,

우리부터 국어를 다시 배워야 할 때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 말은 학생에게도,
학부모에게도,
강의 중에도
하실 수 있으신가요?

라고 묻고 싶었다.


그리고, 혼자서 화를 삭이고 있을 때

교무실 한쪽에서 들려오는 소리


존나 씨발 열심히 하란 말이야. 그러면 존나 성적이 올라.


학생을 면담하는 강사의 목소리가 여기저기 겹쳐 들리고

그중에서 유독 욕설만 골라 듣는 내 귀를 원망하며

에어팟으로 소음을 차단했다.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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