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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도리를 지키는 법: 경조사를 대하는 태도

내일의 너희에게 보내는 일곱 번째 편지

by 하늘을 나는 백구

사랑하는 아들과 딸에게.


사회생활을 시작하면 너희 앞으로 수많은 청첩장과 부고장이 날아들게 될 것이다. 때로는 이 모든 것을 챙기는 것이 시간적으로나 금전적으로 큰 부담으로 다가올 때도 있을 거야. 하지만 경조사는 단순히 돈을 주고받는 '거래'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마음의 길'을 닦는 가장 중요한 일이란다.

오늘은 너희가 평생 지켜야 할, 사람을 얻고 마음을 나누는 경조사를 대하는 6가지 원칙에 대해 이야기해 주마.


첫째, 슬픔의 자리(애사)는 만사 제쳐두고 지켜라


인생에는 맑은 날보다 흐리고 비 오는 날이 더 기억에 남는 법이란다. 너희가 꼭 명심해야 할 첫 번째 원칙은 기쁜 일보다 슬픈 일을 더 정성껏 챙겨야 한다는 것이다.


결혼식은 빠져도 서운함이 오래가지 않지만, 장례식에 오지 않은 서운함은 평생을 간다. 누군가 가족을 잃고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슬픔에 잠겨 있을 때, 돈만 보내는 것으로 위로를 대신하려 하지 마라. 갈 수 있다면 반드시 직접 가서 그 슬픔을 함께 나눠라.


장례식장에서 너희가 건네는 따뜻한 눈빛 한 번, 손 한 번 잡아주는 온기가 그 사람에게는 억만금의 부조금보다 더 큰 힘이 된단다. 네가 힘들 때 누가 네 곁에 있어 주었는지를 떠올려 보렴. 너희도 바로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


둘째, 받은 마음은 반드시 기록하고 대물림해라


경사든 애사든, 너희가 살면서 남들에게 축하와 위로를 받게 되는 날이 올 것이다. 그때 받은 부조금과 선물은 너희의 것이 아니라, '잠시 맡아둔 빚'이자 '감사의 증표'라고 생각해야 한다.


반드시 받은 내역을 꼼꼼하게 정리해 두거라. 누가 언제 어떤 일로 마음을 보내주었는지 기록해 두고, 훗날 그들에게 경조사가 생겼을 때 잊지 않고 보답해야 한다. 그리고 이 기록은 너희 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녀에게까지 물려주어야 할 소중한 유산이란다.


"옛날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이분이 이렇게 도와주셨단다."라고 이야기해 주며, 너희 자식들도 그 고마움을 알게 하렴. 은혜를 잊지 않고 갚는 집안이라는 평판은 돈으로 살 수 없는 명예란다.


셋째, 남의 경사에는 너희만의 확고한 원칙을 세워라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쏟아지는 청첩장에 월급이 버거울 때가 반드시 온다. 남의 기쁜 날을 축하해 주고 싶으면서도, 지갑 사정 때문에 망설여지는 너희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


그럴 때는 반드시 원칙을 정해서 그 원칙대로 하라. 예를 들어, '정말 친한 친구는 얼마, 직장 동료는 얼마, 얼굴만 아는 사이는 얼마' 혹은 '직접 갈 때는 얼마, 못 갈 때는 얼마'와 같은 너희만의 기준을 세우렴.


기준이 없으면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혹은 남의 눈치를 보느라 무리하게 되고, 나중에는 '내가 왜 그랬을까' 후회하거나 상대를 원망하게 된단다. 원칙을 세우되, 그 안에서 진심을 담아 축하해 준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무리한 축의금보다 정성 담긴 편지 한 장이 더 빛날 때도 있는 법이다.


넷째, 가족 간에는 계산기를 두드리지 마라


형제자매가 결혼하여 각자의 가정을 꾸리게 되면, 예전처럼 마냥 가깝게 지내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서로의 배우자가 생기고 챙겨야 할 식구가 늘어나면 미묘한 거리감이 생기기 마련이지.


하지만 가족 간의 경조사에는 절대 인색하지 마라. 형제자매의 기쁨과 슬픔을 남들처럼 돈으로만 계산하려 든다면, 그건 더 이상 가족이 아니라 남과 다를 바가 없다.


네가 조금 더 여유가 있다면 더 많이 베풀고, 더 많이 축하하고, 더 많이 위로해 주거라. "형이니까, 오빠니까, 동생이니까 이 정도는 해야지"라는 의무감이 아니라, "내 핏줄의 일이니 내 일처럼 기쁘다"는 마음으로 대하렴. 가족끼리 돈 몇 푼 아끼려다 마음 상하면, 그 상처는 남에게 받은 것보다 훨씬 깊고 오래간단다.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베푸는 것이 결국 너희의 복으로 돌아올 것이다.


다섯째, 베풀었다면 잊어라. 자랑은 독이다.


가족이나 친지에게 금전적으로 도움을 주거나 경조사를 크게 챙겼을 때, 절대로 생색내거나 칭찬받으려 하지 마라.


"내가 이번에 얼마를 냈는데...", "내가 저번 그 일을 해결해 줬는데..." 하며 돈을 조금 더 냈다고 위세를 떠는 순간, 너희가 베푼 모든 호의는 오만함으로 변질되고 상대에게 모욕감을 준단다.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처럼, 가족을 위해 한 일은 그저 사랑으로 한 일이니 입 밖으로 꺼내 자랑하지 마라.


너희의 자녀들이 그런 너희의 뒷모습을 보고 자란단다. 부모가 돈으로 친척들을 좌지우지하려 하거나 무시하는 모습을 보면, 아이들도 똑같이 배운다. 그리고 처가나 시댁도 너희의 부모형제처럼 똑같이 귀하게 대하거라. 내 부모가 소중하면 배우자의 부모도 소중한 법이다.


여섯째, 백일은 떡을 돌려 나누고, 받은 그릇은 채워서 보내라


요즘은 돌잔치는 크게 챙기면서 자녀의 백일은 슬그머니 넘어가는 사람들이 많더구나. 하지만 백일은 꼭 떡을 해서 주변에 돌려라. 백일 떡을 나누는 것은 아이의 무병장수를 비는 부모의 간절한 마음을 이웃과 나누는 미풍양속이란다. 100이라는 숫자가 주는 성숙함을 기리고, 많은 사람에게 아이의 복을 비는 것이니 거르지 마라.


그리고 중요한 예절이 하나 더 있다. 만일 누군가에게 백일 떡을 받았다면, 절대로 빈손으로 돌려보내서는 안 된다.


예전에는 떡을 가져온 접시를 씻어 그 위에 답례 음식을 담아 보내는 것이 예의였다. 그릇을 비워서 보내면 복이 나간다고 여겼기 때문이지. 지금은 시절이 변해 접시가 오가지 않더라도 그 마음은 지켜야 한다. 작은 정성이라도 봉투에 담아 건네거나, 아이에게 필요한 작은 선물이라도 해서 보내는 것이 사람의 도리란다. 가는 정이 있으면 오는 정이 있어야 관계가 돈독해지는 법임을 잊지 마라.


사랑하는 아들과 딸아.

경조사를 챙기는 것은 결국 '사람을 챙기는 일'이다. 돈은 쓰면 없어지지만, 슬플 때 함께 울어주고 기쁠 때 진심으로 박수 쳐준 기억은 영원히 남는단다.

너희가 계산적인 사람보다는, 따뜻한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너희 주변에 너희의 진심을 알아주는 좋은 사람들이 가득하기를 부모는 늘 기도하마.


언제나 너희의 든든한 배경이 되어주고 싶은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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