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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을 나는 백구 Oct 22. 2023

문해력 향상을 위한 읽기, 쓰기

진짜 읽고 있나요?

한 학부모님이 질문을 한다. 

한 아이가 우리 학교 천재급 전교 1등이라고 소문이 났어요.
그리고 유명 자사고에 입학했는데요. 글쎄 거기서는 영 맥을 못 추네요. 
우리 학교가 별로여서 그런가요? 그 아이가 독서 논술 학원 다니면서 책도 어마하게 읽었다는데 뭐 국어를 제일 못하네요."


  일단, 전교 1등에 대한 오해부터 풀어보자. 한 학교에 전교 1등은 몇 명이나 있을까? 적어도 10명은 될 거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왜냐하면 1번만 1등을 해도 그 아이는 전교 1등으로 소문이(또는 소문을 낸다) 난다. 그러하니 본래 독보적인 전교 1등이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는 말이다. 

  다음은 그렇게 책도 많이 읽고 발표도 잘해서 영재 소리를 듣던 학생이 왜 고등학교 가서는 맥을 못 출까? 이 부분에서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문제가 있다. 바로 그 아이가 다니던 독서 논술 학원은 아이들이 가서 직접 책을 읽고 고민하고 글을 쓰고 발표를 했었는지에 대한 것이다. 대부분 독서 토론을 한다는 학원에서는 강사가 정리해 주는 인물 관계, 줄거리, 고민할 문제, 해결 방안 등을 일방향적인 강의로 진행한다. 그러면 아이들은 그냥 그 내용을 외우게 된다. 그리고 외운 내용 거의 그대로 발표를 하는 것이다.

  이러니 아이답지 않은 말과 내용으로 어려서 극찬을 받을 수밖에 없던 것 아닌가? 하지만 나이가 들어 스스로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보여야 할 때는 더 이상 한계에 부딪쳐 그러지 못했던 것이다. 우리 주변에 이런 아이들이 너무 많다. 

  다음은 얼마 전 모 학교 입학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후배 교사와의 통화 내용이다. 나와 공부하는 학생이 그 학교 지원을 한다기에 도대체 면접을 어떻게 대비해야 하냐고 물었다.

  아, 자기소개서를 솔직하게 잘 쓰게 하세요. 대입 자소서 많이 봐주셨잖아요? 그럼 그런 식으로 정리해서 쓰게 하세요. 문제는 면접 문항인데요. 자소서와 생기부를 보고 한 학생에게 몇 문제를 종이로 제시해 줘요. 그럼 학생이 고민하고 발표하는 거죠. 근데 이게 학원에서 예상문제랍시고 정리하고 외워온 아이는 문제의 핵심이 그게 아닌데도 비슷한 문제만 나오면 고민 없이 줄줄줄 외운 걸 발표해요. 그리고 밖에 가서는 자기가 합격할 거라고 말하죠. 근데 걔는 100% 탈락이거든요.
문제가 요구하는 바를 정확히 파악하고 상대가 필요로 하는 말을 해야 하는데요. 일단 소재만 비슷하면 외운 걸 말해버린다니까요.

  어디든 본인이 읽을 줄 아는 능력을 키우는 학원에 다녀야 한다. 진짜 문해력을 키우려면 직접 읽고 생각하고 정리하고 나서, 생각의 흐름을 잡아주는 보조자 역할을 하는 강사에게 약간만 기대는 것이 좋다. 모든 걸 정리해 주는 것보다. 


  가끔 이런 말씀을 하시는 학부모님을 만난다. 

  저는 진짜 우리 아이 문해력을 키워주는 수업을 원해요. 근데 여기는 왜 강의는 안 하고 아이들하고 책만 읽죠? 뭐 제가 돈이 아까워서 그런 건 아니고요. 


  오늘도 난 어린아이들과 '관촌수필'을 읽고 정리 중이다. 


  <녹수청산>의 뜻을 주인공 '대복이'와 연관 지어 생각하고 서술하시오. (50자)


  <공산토월>에서 '석공'의 결혼식 날 마당에 들어간 아버지를 '나'는 어떤 감정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서술하시오. (20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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