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직업 유산 답사기-1(유소년 시절 편)

나비효과의 서막-나는 그렇게 스물이 되었다

by 반향

나는 2022년 올해 마흔이 되었다. 그동안 여러 가지 직업을 전전(?) 하다가 마흔 살이 된 올해 또다시 새로운 길에 발을 내딛게 되었다. 지금까지 남들보다 조금 특이한 직업 경험을 해왔던 나의 추억을 기록으로 남겨 보고자 한다. 학창 시절부터 지금 시간에 이르기까지 반추해보고자 한다. 그중 첫 번째로 유소년 학창 시절에 대해 되새김질해 보고자 한다.


나는 지방의 소도시에서 태어나 자랐다. 대학에 가기 전까지 태어난 도시에서 계속 자랐으니 인생의 절반은 나의 고향에서 보낸 셈이다. 그곳에서 나는 중고 생활을 마치었다.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중고 생활을 마치었다. 내가 졸업한 시점을 기점으로 국민학교에서 초등학교로 명칭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여하튼 나는 국 중고 생활 동안 나름대로 성실한 학생이었다. 머리가 출중하게 뛰어난 편은 아니었지만 수업시간에 집중하려 노력하였고 가정 형편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학원도 다니며 부족한 공부를 보충하려는 나름 성실하고 열심히 하는 학생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특출 나게 눈에 띄는 학생은 아니었다. 내가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나름 성실하고 평범한 국중학교 시절을 마친 나는 고등학교에 입학 할 때 인생에서 단 한번뿐인 매우 희한한(?) 경험을 하게 된다. 바로 고등학교에 수석으로 합격하게 된 것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참으로 희한한 일이었다. 물론 내가 졸업한 고등학교는 그 지역에서 가장 성적이 낮은 인문계 고등학교였다. 그렇다고 내가 당연히 수석으로 입학할 정도로 터무니 없는 학교는 아니었다. 나는 그냥 무난히 합격할 정도의 수준이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시험 당일 우주의 기운이 나를 도운 것인지 컨디션이 컨트롤 되지 않을 정도로 좋은 것인지 평소보다 매우 높은 성적이 나와 버렸다. 결국 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어 전교생을 대표해 입학 선서까지 하게 되었다. 이 사건이 나의 인생에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키게 된다.

그렇게 화려하게 고등학교에 데뷔하게 된 나는 주변의 기대를 온몸으로 받으며 고등학교 내내 더욱 열심히 공부할 수 밖에 없었다. 자의 반 타의 반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무상교육이 되었지만 라떼는 고등학교 수업료를 분기별로 내야 했는데 이 수업료를 안 내기 위해서는 일정 성적을 유지해야 했다. 가정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공부하게 되었고 나는 내신성적은 매우 우수한 학생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하지만 머리가 비상하지 않았던 나의 수능 모의고사 성적은 비상사태 수준이었다. 그러다 고3이 되었고 고3 3월 모의고사 성적이 수능성적이 된다는 말을 들으며 모의고사 점수를 확인하게 되었다. 그 때 나는 주위의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성적을 받았다. 집에서 가까운 대학 정도를 갈 수 있겠구나 라는 현자 타임을 경험하였다.


그렇게 현자 타임을 겪고 만발한 벚꽃을 보며 싱숭생숭한 마음으로 지내던 고3 봄 어느 날 우연히 고급 정보를 얻게 되었다. 그것은 대학 수시입학 제도였다. 지금은 수시 제도가 일반적인 일이 되어 버렸지만 이천년대 초반에는 수시 제도라는 것이 처음 생기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누구나 인터넷을 사용 하지만 그 때는 인터넷으로 정보를 얻는 것이 지금처럼 일반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정보 접근의 비대칭성이 결과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나는 내가 머릿속으로 꿈꿔 왔던 서울에 있는 대학의 모집 요강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내신성적이 좋았던 내가 지원하면 좋을 대학을 찾게 되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내신과 면접테스트만 보면 수능에 상관없이 대학에 합격할 수 있었던 대학을 찾게 되었고 담임선생님과 진로 상담을 하였다. 담임선생님은 좋은 분이셨지만 수시제도가 처음으로 생긴 상황이었고 선례가 없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시지는 않았다. 다만 네가 하고 싶으면 학교장 추천서는 써 줄 수 있다고 하였다. 나 역시 나의 성적 형편을 알기 때문에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Hoxy나 하는 마음으로 서울에 있는 2개의 대학에 지원하였다. 하지만 그 중 1개 대학의 서류전형을 통과하였고 최종 면접 테스트를 거쳐 고3 1학기에 운이 좋게도 대학 합격을 결정 짓는 괴상한 일을 벌이게 되었다.


인생에는 예상치 못한 기회가 찾아오는 것 같다. 하지만 준비되어 있지 않은 사람에게는 그 기회가 기회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나는 경험적으로 그러한 사실을 배웠다. 만약 내가 성실한 중학교 생활을 하지 않았더라면, 고등학교 생활을 열심히 하지 않았더라면 학창시절의 이런 기회가 현실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내가 가진 역량보다도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는 그런 기회를 얻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분에 넘치는 대학교에 입학하게 되었고 산소같은 02학번이 되었다. 하지만 나의 산소같은 학교생활이 이산화탄소에 질식 될것같은 상황으로 바뀌기 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나는 그렇게 스물이 되었다(후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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