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동동 엄빠
발 동동 엄빠.
나는 그렇게 부른다.
29살이 된 환자를 다섯 살 배기처럼 대하는 부모들.
팔에 작은 생채기라도 생기면 오만 걱정하며 발을 동동 구르고 울적한 표정 하나에도 마음을 쥐어뜯는다.
그들의 표정에는 늘 걱정이, 그 걱정 밑에는 은근한 통제가 깔려 있다.
그들은 자녀의 모든 감정과 상황을 인정하지 않았다.
원래 애가 좀 예민해서, 요즘 잠을 못 자서, 남들보다 마음이 좀 약해서...
자녀의 진단명, "상세불명의 우울증"은
그들에게 부모로서의 실패의 낙인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29살 청년은 발동동부모로부터 독립하고 싶었다.
군대에서 부모님께 편지를 쓸 때마다 “사랑합니다, 걱정 마세요”라는 문장을 억지로 넣곤 했다. 그 문장은 진심이기도 했지만, 부모를 안심시키기 위한 의무감이기도 했다. 그에게 효도는 미덕이 아니라 사랑을 증명해야 하는 시험지처럼 느껴졌다.
감사하면서도 벗어나고 싶고, 벗어나고 싶지만 그들이 상처받을까 봐, 혹은 내가 정말 혼자 독립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서 두렵다. 이게 그의 오랜 감정패턴이었다.
그의 인생은 늘 부모의 5지선다형 안에 있었다.
전공을 고를 때도, 친구를 만날 때도, 심지어 오늘 저녁 반찬 메뉴조차도.
오랜 시간 동안 부모의 기대와 기준 속에서 살아오며, ‘나’라는 존재는 점점 희미해졌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이 싫은지도 모른다. 자기로 채워져 있어야 할 그 공간 안에는 오랫동안 눌러온 무력감뿐이었다.
그에겐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는 부모는 있었지만, 마음 편히 숨 쉬고 드러누울 공간은 없었다.
자율성과 책임감의 회복을 위해
아이와 부모의 경계를 세우는 것은 무관심이 아니다.
오히려 “너는 스스로 설 수 있다고 믿는다”는 깊은 존중의 표현이다.
사랑이 숨통을 죄지 않도록,
서로의 삶이 건강하게 분리될 때
비로소 진짜 그의 인생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