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토리의 2층 두 칸
우리 부부에게는 <각자타임>이라 불리는 시간이 있다.
세계여행을 시작하며 24시간을 붙어있다 보니 정말 똥 쌀 때 빼고는 모든 걸 함께한다.
서로의 속도가 다름에도 밥 먹는 것부터 작업, 낮잠, 영화 보기 등등을 함께 하다 보니
속도차가 생기기 시작하며 본인의 의지로, 스스로 하고 싶은 걸 하는 시간이 필요해졌다.
덕이는 그 시간을 내가 잠든 새벽시간을 활용하기 시작했고
어느새 우리는 서로의 시간을 존중하며 "각자타임 1시간!" 혹은 "각자타임 하고 말 걸기!" 등의 자연스러운 룰이 생겼다.
그리고 어제와 오늘,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주말의 높은 숙박비에 치여 게스트하우스의 도미토리에서 각자타임의 끝판왕을 경험하고 있다.
생활하는 시간엔 적당히 함께 활동하다 휴식이 필요할 땐 나에게 주어진 2층 다락의 공간으로 들어온다.
이때부터 서로와의 연락은 카톡이다.
심심하면서도 새로움이 꽤 재밌다.
고작 이틀 남짓이지만 잠들기 전 각자의 돔으로 들어가며 "안녕 잘 자 내일 봐"라는 인사를 건네는 것도 왠지 모르게 애틋하고 아침에 일어나 마치 한 달여간 떨어져 있던 마냥 반가워하는 것도 재밌다.
(웃기긴 하다.. 바로 옆 침대칸 이면서..ㅋ)
내가 선택해서 헤어지는 건 싫지만 이렇게 나의 의지가 아님으로 잠시 떨어져 있는 건 흥미롭다.
'이제 자야지' '핸드폰 그만해야지' 잔소리하는 사람이 없는 해방감(?) 때문은 아닐 것이다.
밀린 유튜브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도 아닐 것이다.
타의에 의해 주어진 상황이 재밌을 뿐이다 (정말루)
37살에 스스로 선택하기에는 망설여질 게스트하우스, 호스텔이라는 경험이
장기여행자라는 이름아래 선택 할 수 있는 것도 나에게 주어진 복이라 생각하며
내일은 호텔의 한 침대에서 잘 수 있으니 오늘의 각자타임을 맘껏 즐겨보자!
빨리 쓰고 유튜브 봐야.. 아니지 나 잔다 오해하지 마! (찡긋)
: 강제로 각자타임이 된, 이젠 나에게 맞지 않는 숙소
일본은 숙박요금이 비싸다.
게다가 주말이나 성수기시즌이 더해지면 공간대비 가격은 내가 본 어떤 곳보다 친절하지 ㅇ낳다.
우리에겐 지금 토, 일 잘 곳이 필요하다.
이런 가격에는 그나마 착한 게스트하우스로 눈을 돌린다.
다행히 두 자리가 있었고 우리는 도미토리에서 지내기로 한다.
시설은 깔끔하고 조용했다.
우리는 바로 옆이지만 독립된 공간으로 들어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각자타임'을 보내게 되었다.
개인주의가 몸에 탑재되어 있는 나에게 게스트하우스는 편한 곳이다.
오히려 할 일을 최소화하게 되어할 일을 처리하는 시간이 효율적으로 줄어든다.
이와는 반대로 함께하는 데 있어 배려, 효과성은 떨어질 수 있다. (능력치가 퇴화된다고 할까?)
내 할 일만 잘 해낸다고 부부가 잘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게스트하우스 내에서의 각자타임은 내게는 그다지 반갑지 않다.
어차피 침대에서 핸드폰이랑 시간을 보내는데 이는 별로 내 삶에 도움이 되는 시간이 아니다.
그렇다고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건 내 자세에 너무 마이너스다.
이번 게스트하우스의 생활은 비용을 줄이기 위한 선택이지만
내가 선호하는 라이프스타일은 아니다.
남들이 자는 새벽에 일어나 조용히 살금살금 다녀야 하고
낮잠시간은 직원들이 청소를 하고
책을 읽거나 작업을 할 때는 라운지의 자리를 체크하거나 카페로 가야 한다.
내 전용곤간은 1평도 안 되는 침대 칸뿐.
아주 실용적인 가격에 타협했지만 또 선택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