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시간이 되니 슬슬 배가 고프기 시작한다.
남편은 종종 밖에서 약속이 있고 아이들은 늘 밤늦게
학원에서 돌아오기 때문에
저녁은 나 혼자 해결하는 날이 많다.
이런 날은 혼자 대충 한 끼만 때우면 되는데
밥상을 차리기가 꽤 애매하다.
안 먹고 버티다간 자기 전에 라면을 끓일 것 같고,
뭘 먹어야 살도 안 찌고 맛있고
간단히 해결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 보니 허기는 채우지 못한 채
이미 입맛이 떨어져 버렸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까 점심때 많이 먹어 놓을걸 하는
어리석으면서도 웃긴 생각이 든다.
아 오늘 낮에 친구랑 강남역 만두집에서 먹은
만두가 생각난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찜통에서
바로바로 쪄서 꺼내주는 찐만두.
만두를 간장에 살짝 찍어 한 입 먹고
단무지를 입에 쏙 넣으면
이보다 완벽할 수가 없다.
배부른지 모르고 한 알 두 알 먹다 보면
어느새 한 접시는 금방 비우게 되는 게 찐만두다.
고기만두, 새우만두를 차례로 비우고
마지막은 왕만두.
살며시 반을 갈라 뜨거운 김을 호호 불어 먹으면
두 입이면 끝나는 왕만두다.
왕만두라는 이름 때문일까.
한 개만 먹었는데도 벌써 배가 불러
그다음 남아있는 왕만두는
못 먹게 되어버렸다.
친구 하나 나 하나 먹고 그렇게 못 먹게 된
남은 왕만두 두 알.
어떻게든 욱여넣으면 먹을 수는 있는 크기였다.
방금 말했듯이 두 입이면 충분한 왕만두.
그러나 친구와 나는 그 만두 두 알을 남기기로 했다.
둘이서 만두를 세 접시나 시켜 맛있게 먹은
우리의 마지막 자존심이랄까.
먹성 좋은 우리에겐 큰 결심이었다.
그 두 알이라도 접시에 남아 있어야 후덕한 아줌마 둘이
가게에서 자리를 비울 때 조금 당당해지는 것이었다.
‘우리 그렇게 많이 안 먹어요.’
라는 메시지라도 남기듯이.
먹을 때는 우악스러웠을지 모르겠다.
만두의 맛에 이성을 잠시 잃었었으니깐.
그러나 떠날 땐 우아하자.
티슈로 입을 닦고 아 배불러서 도저히 못 먹겠다는
새침한 표정으로 일어나자.
싹싹 비워진 접시보다는 만두가 두 알이라도
올려져 있는 접시는
왠지 도도해 보인다.
그렇게 마지막 자존심으로 남기고 온 그 만두 두 알이
저녁 시간이 되니 내 눈앞에 왜 이렇게 아른거리는 걸까.
아 지금 딱 그 두 알을 먹으면 저녁 요기에 딱인데.
아까 그걸 먹고 왔어야 했다고 생각하니 입에 벌써 침이 고인다.
'그 두 알을 싸 올걸. 단무지도 하나 챙겨 왔으면 딱인데 말이야.'
나는 오늘 자존심을 지키는 대신 배고픔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