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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작 Mar 21. 2019

04 인터뷰

내가 처음 맡았던 프로그램에 전국 축제를 소개하는 코너가 있었다. 그 코너를 통해 알게 된 두 가지 사실이 있었는데 대한민국은 생각보다 축제의 나라라는 사실과 공무원들은 인터뷰를 잘 안 해준다는 사실이었다. 해주더라도 마지못해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전라도의 어느 축제 담당자가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걸쭉한 사투리를 구사했던 그 사나이는 고향에 대한 애정과 사명감을 가진 사람이었다. 방송도 잘했지만 거기서 끝내지 않고 자신들이 직접 만든 책자를 회사까지 보낸 뒤 꼭 한번 자신들의 지역을 방문해달라는 전화도 잊지 않았었다. 이 사람의 열정은 축제뿐만 아니라 그 지역에 대한 호감까지 상승시켰다.




오늘 갑자기 이 사나이가 생각난 이유는 어떤 행정기관에 섭외 전화를 했다가 퇴짜를 맞았기 때문이다.

청년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사업인데  뭘 알아야 신청을 해서 혜택을 받지 않겠는가. 전화를 했더니 담당자는 내부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리고 몇 시간이 지난 뒤 다시 전화가 와서 논의 결과 지금은 너무 바빠서 못한다며 거부의사를 밝혔다. 알겠다며 두 말도 하지 않고 끊었다. '내부 논의'라고 했을 때 직감을 했었다.

인터뷰를 안 할 수 있다. 그들이 꼭 방송에 출연해야 하는 의무는 없다. 또 학생 때 행정기관에서 아르바이트했던 경험으로 사소한 것이라도 함부로 결정할 수도 없고 결재단계를 거쳐야 하는 시스템인 걸 안다. 무엇보다 나도 마이크 울렁증이 있는데 방송에 익숙지 않은 사람들은 긴장할 것이다.

그래도 말이다, 최소한 홍보를 해야 하는 입장이라면 달라야 하지 않을까. 정보의 유무에 따라 혜택을 놓칠 수도 있다면 더더욱 말이다.  문득 자의든 타의든 떨리는 목소리로 인터뷰에 응해주는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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