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기억이 불현 듯 난다.
우리 집은 부유한 편이 아니었음에도 부모님께서는 책을 사는 것에는 아낌이 없으셨다. 내가 필요하다 하면 문제집이건 학교 준비물이었든지 간에 뭐든 책은 다 사주셨던 기억이 있다.
그럴 필요까지는 없었음에도 초등학교 때에는 매월 나오는 3가지 종류의 문제집을 모두 샀던 기억이 있다. 이달의 학습, 다달의 학습, 모범학습.. 뭐 이름은 그랬던 거 같은데 중복된 문제도 있었고 다 못풀고 버리기도 했던 기억도 있어서 씁쓸하다.
좁은 집에 아버지께서는 당시 30권이 넘는 백과사전을 사서 집에 책꽂이에 넣어주시기도 했다. 지금이야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정보가 다 나오지만 그 당시 그 양장본으로 무겁기만 하던 그 백과사전이 기억에 남는다. 가나다 순으로 정리된 백과사전의 무게를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서점에 가면 나는 기분이 좋았다. 책을 뒤적여 보는 것도 좋고, 서서 책을 보는 것도 좋다. 도서관도 좋아한다. 기회만 되면 가야겠다고 다짐한다.
정호승 산문집에서 작가가 고백하기를 ‘지갑의 돈을 채우는 것보다 방안에 책을 채우자’라는 어느 동네 화장실 문구가 기억에 남는다 했고, 추사 김정희는 “가슴속의 만 권의 책이 들어 있어야 그것이 흘러 넘쳐서 그림과 글씨가 된다”고 했다
또 황순원 선생은 “되읽고 싶은 책을 단 한권이라도 챙기고 있는 사람은 외롭지 않다”고 했다.
여기의 글귀 중 기억에 남아 그대로 옮겨본다.
“어쩌면 인생은 책입니다. 인생이라는 책은 단 한번밖에 읽지 못합니다. 어리석은 사람은 그 책을 제대로 읽지도 않고 마구 넘겨버리지만, 지혜로운 사람은 열심히 밑줄을 그어가며 읽습니다. 연애편지를 읽을 때 청년은 급하게 읽고, 중년은 차근차근 읽고, 노인은 읽고 또 읽습니다. 책도 이와 같습니다.”
‘내 인생에 힘이 되어 준 한마디’ 정호승 산문집 -
그랬다. 책도 인생이고 인생도 책이다. 그러니 가까이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