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처럼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걸까?
시 고모부님이 돌아가셨다.
친할머니, 외 할아버지, 큰 아버지, 시 할머니에 이어 5번째이다.
지난 5년간 케냐에 살고 있다는 이유로 가까운 친지의 부고를 카카오톡 문자나 전화로 전해 듣고, 장례식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그래서인가 나는 아직도 가끔은 할머니가, 외할아버지가, 큰아버지가 한국에 살아계신 건지 정말로 돌아가신 건지 헷갈릴 때가 있다. 여전히 추석이나 설이 되면 할머니가 계신, 큰아버지가 계신 큰집으로 차례를 지내러 가야 할 것만 같다.
몇 번의 경험 이후 장례식 이란 것이 돌아가신 분이 아닌 남아 있는 사람들을 위한 의식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장례식에 참가하지 않고서는 도무지 한 사람의 죽음이 실감이 나지 않으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한국에서 장례식에 참가했던 사람들이 시끌벅적 모여 함께 슬퍼하고 함께 체념하고 함께 떠나보낸 그분들이 내 마음속에서는 예전 모습 그대로 아직 계속 살아계시는 것 같다.
돌아가신 그분들은 과연 본인들이 이런 식으로, 이런 순간에 삶을 마감하리라 상상이나 하셨을까?
장례식에 참가하지 못했던 내가 그러한 것처럼 그분들의 영혼도 어디선가 이 낯선 상황을 현실로 받아들이지 못한 채 자신이 죽은 건가 아직 살아있는 건가 헷갈려하며 떠돌고 있는 건 아닐까?
내가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병으로, 사고로, 노환으로 생을 마감하고 있다.
죽음을 맞이하는 당사자에게는 그의 전부인 온 세상이 끝나는 것인데, 세상은 그가 죽고 난 이후에도 무엇하나 달라진 것이 없다.
내가 당사자가 되지 않는 한 나의 죽음은 죽을 때까지 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을 것만 같다.
죽음이란 것이 단 한 사람의 예외도 없이 우리 모두에게 언젠가는 찾아올 것임에 분명한데도 우리는 대부분의 이 유한한 시간의 끝을 그냥 모른척하며 지낸다.
내가 허락하지 않는 한, 내가 준비가 되지 않은 한 내 삶은 절대 끝나지 않을 것처럼
1달 후를 계획하고
1년 후를 계획하고
10년 후를 계획하고
30년 후를 계획한다.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선택의 갈림길에 섰을 때, 어떤 길이 내가 진짜 원하는 길인지 헷갈릴 때
내가 한 달, 혹은 1년, 3년 정도 끝이 정해져 있는 시한부 인생을 산다고 상상하면 그 선택이 쉬워지기도 한다.
내가 단 한 달 밖에 살지 못한다면 난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할까?
내가 단 3달 밖에 살지 못한다면 여전히 난 이일을 하고 있을까?
내가 딱 1년밖에 살지 못한다면 지금처럼 이렇게 살아가도 억울하지 않을까?
여전히 현실로 와 닿지 않은 시고모부님의 죽음을 맞으며,
케냐에서 코로나로 돌아가신 한 선교사님의 죽음을 마주하며,
전 세계 코로나바이러스 누적 사망자가 300만 명이 넘어갔다는 뉴스를 읽어 내려가며
나는 나에게 이 질문을 던져 보고 스스로 답해보았다.
내가 앞으로 단 한 달 밖에 살지 못한다면 나는 한 달 동안 뭘 할까?
나는... 6살이 된 내 딸과 아침부터 저녁까지 함께 있으며 내가 딸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온 몸으로 눈빛으로 마음으로 보여줄 것이다.
온 몸 세포 하나 하나에 세겨져 절대 잊어 버릴 수 없도록, 안아주고 뽀뽀해주고, 쓰다듬어주고, 손잡아주고, 칭찬해주고, 사랑한다고 말해줄 것이다.
같이 바다를 보고, 해지는 하늘도 보고, 놀이공원도 가며 많은, 아주 아주 많은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나는... 고마웠던 사람들(가족, 친구, 은인)을 찾아가 그들의 눈을 보고, 손을 잡고, 지금껏 사랑을 나누어 주어 감사했다고, 함께 해 주어 고마웠다고 말해줄 것이다.
당신들 덕분에 내가 이번 생에 참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말해줄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하고 싶은 것이 이것밖에는 떠오르지 않는다.
럭셔리한 여행, 좋은 집, 비싼 차, 사업의 성공 이런건 안중에도 없다.
사람이 참 단순하고도 명확하다.
물론 알고 있다.
기간이 3개월이 되면 답이 조금 달라질 것이고, 1년이 되면 조금 더 달라질 것이고, 10년, 30년이면 더 달라지겠지?
기간이 길어질 수록 현실적인 고민이 더해질테고, 다른 사람의 이목도 점점 신경이 쓰일테고 욕심도 조금씩 덧붙여 지겠지?
그런데 누가 아는가?
나에게 남은 삶이 단 한달 뿐일지...
내 삶의 마지막 날이 바로 오늘이 될지...
아무런 준비도 없이, 예고도 없이 생을 마감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며 다시한번 다짐한다.
그래.. 오늘이 내 생에 마지막 날인것 처럼 사랑하고 감사하며 살자.
죽음 앞에서,, 유한한 삶이란 것이 참.. 별거 없게 느껴지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