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한 그 선택이 정말 최선이었을까?

생각의 패턴을 발견하다.

by 바스락북스

"" 뭐라고? 코로나 때문에 지방에서 인천 가는 공항 리무진이 없어졌다고?"

8월의 무더운 여름날, 20KG에 달하는 무거운 여행용 케리어 두 개를 가지고, 6살 된 딸아이의 손을 잡고

친정인 대구에서 인천 공항으로 가야 한다!


인터넷 검색과 지인 찬스를 사용하여 알게 된 대구에서 인천 공항 가는 방법은 3가지가 있었다.

1. 대구에서 인천까지 리무진 버스를 타고 간다 : 4시간 30분 소요, 현재 예약 불가능

2. 대구에서 KTX를 타고 서울역까지 간 다음 인천 공항행 전철로 갈아탄다. : KTX 2시간, 인천공항행 전철 1시간, 총 3시간 소요되나 서울역에서 환승이 조금 부담.

3. 대구에서 인천까지 일반 고속버스를 타고 간 다음, 인천에서 인천 공항행 버스로 갈아탄다. : 약 6시간 소요. 고속버스 환승 부담.


3가지 방법 중 나는 고심 끝에 KTX를 타고 가는 2번째 선택지를 골랐다. 출국까지 단 1주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어서 나는 서둘러 KTX 기차표를 예매했다.

' 그래! 난 어떤 상황에서든 당황하지 않고 이렇게 신속하고 판단하고 결정하지!! 하하하'

속으로 내심 뿌듯해하며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 동생들에게 리무진 버스가 없어졌다는 어처구니없는 소식과 함께 차선책으로 나는 KTX를 타고 가기로 결정했으며 이미 예매까지 했다고 이야기했다.


동생들이 깜짝 놀라며 묻는다.

"진짜 그 선택지 밖에 없었던 거야? 다른 선택지는 정말 없었을까? 왜 가족들과는 상의도 한번 해보지 않고 혼자 그렇게 결정했어? 우리한테 말했으면 그냥 차로 공항까지 태워다 줬을 텐데..."


왜 난 4번째 선택지를 아예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걸까?

아니다.

사실 생각은 했다.

하지만 그 생각이 떠오르던 순간 내 안의 어떤 목소리가 나를 막아섰다.

" 내가 좀 불편하고 말지, 뭘 다른 사람(심지어 가족이라도)까지 부담 주고 힘들게 만들어?"

" 내가 부탁했는데 혹시 상대가 싫다고 거절하면 어떻게 해? 이건 너무 부끄럽고 창피한 일이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다는 생각, 그리고 거절에 대한 두려움.

이 두 가지는 내가 살아오면서 경험한 무수한 선택의 순간에 항상 따라다니던 생각의 패턴이었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이 사고의 패턴을 견고하게 쌓아놓고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이 패턴대로 결정했다.


집안 형편 때문에 서울에 있는 대학이 아니라 대구에 있는 대학교를 가기로 결정했을 때

대구에 있는 대학 중에서도 취업이 잘 되는 사범대를 가기로 결정했을 때

내가 졸업하던 해 대구에서 과학교사 임용을 하지 않아 경기도에서 임용시험을 치기로 결정했을 때

이런 굵직굵직 한 결정부터 집을 고르고, 물건을 사고 취미를 결정하는 사소한 결정들까지


나는 가족을 포함 그 누구에게도 웬만해서는 의견을 묻지 않았고, 부탁하지 않았고 혼자서 고민하고 혼자서 결정했다.

그리고는 이것이 최선의 선택이었다 혼자 스스로를 위로해왔다.

"내가 했던 그 선택들이 정말로 최선이었을까?




"진짜 그 선택지 밖에 없었던 거야? 다른 선택지는 정말 없었을까?"

동생의 이 질문은 나에게 적지 않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내가 패턴을 정해놓고 습관적으로 해오던 그 많은 선택들이 어쩌면 최선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 그것 말고 다른 선택지가 있었을 수도 있다니...


한참 동안 이 질문은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나는 내 사고의 패턴이 내 인생에서 어떤 결과를 이끌어 내 왔는지 하나하나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1. 나는 내가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싫은 만큼, 누군가 나에게 과도한 부탁을 하는 것을 싫어한다.

2. 그리고 그런 부탁을 받으면 신경질적으로 반응하고 화가 난다.

"도대체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이런 부탁을, 이런 질문을 할 수가 있지? 양심이 없는 거야? 책임감이 없는 거야?

3. 나 같으면 절대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이런 부탁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왜만 하면 혼자 모든 걸 결정한다.

4. 쓸쓸해지고 외로워진다.


그래서 인생의 많은 순간에 내가 외로웠던 거였다.

다른 사람에게 내 마음을 내보이지 않고 손을 내밀지 않아 친절을 베풀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해놓고, 수많은 선택지 중 어쩌면 차선의 선택을 해왔던 거였다.

상대의 부탁에 과도한 화를 내며 그들에게 친절을 베풀어 주지도 않고는 혼자서 씩씩 거렸던 거였다.


사람이 죽기 전에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데

나도 내가 한순간에 바뀌기를 기대하지는 않지만

조금씩이라도 연습은 해봐야겠다.


" 나 좀 도와줄 수 있겠어요?"

"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별거 아닌 이 두 마디가 나한테는 그렇게 어려웠다니...


왠지 이 두 마디만 잘해도 내 인생에 수많은, 생각지 못했던 다른 선택의 길이 열릴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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