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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 Dec 08. 2022

러브. 사랑을 말하는 방식

부녀 사이 언어의 벽 [바다 수필집01]

사랑을 말하는 방식. 

Love language. 내가 사랑을 말하는 방식이란 말이다. 부모님과 나는 서로를 사랑하는 방식이 다르다. 간단하게 생각하지 못했는데 저 단어를 보고 완전히이해해버렸다. 우린 서로 다른 언어를 쓴다. 언어라면 내게 아주 익숙한 주제이니, 너무 당연하게 지금까지 내가 느끼던 미묘한 억울함을 바로 캐치했다.  


언어가 서로 다르다는 건, 둘 다 공용어를 쓰거나 한 명이 다른 이의 언어를 배우면 해결되는 일이다. 쉽게 국제커플의 예를 들어보자. 요새 국제커플 유튜브를우영우 드라마 리뷰를 보면서 많이 보았는데, 서로가 서로의 언어를 조금씩 흡수하는 걸 자주 목격했다. 언어는 그렇게 서로에게 스며든다. 국제학교에서 지낸 내 친구들만 해도 한국어를 다섯 단어 이상은 안다.  


언어가 다르다고 소통을 못하는 게 아니다. 공용어를 쓰면 된다. 근데 부모님과 나는 둘 다 공용어를 쓰지 않는 것이다. 아차. 내 말은 사랑을 말하는 방식이 보편적이지 못한다는 것. 어쩌면 우린 무엇이 공용어인지도 모르는 것일 수도. 아니면 나 혼자 그런 것일 수 있다.  


이제 다른 방법은 내가 부모님의 언어를 배우는 것이다. 그들의 사랑을 말하는 방식에 적응하면 된다. 근데 언어 배우는 게 여간 힘든 일인가? 발음도 어렵고단어 하나 모르면 아무 말도 못한다. 정말 옹알이 하는 아기 단계를 성인이 해야 되는 일이다. 이게 얼마나 답답한 일인지 아마 많은 이들이 공감할 것이다. 그리고 실수도 많이 하게 된다. 당연하다. 처음 배우는 언어인데 말 꺼내면 다 실수지. 그게 쌓여서 조금씩 성장하는 것이지, 누가 입 열자마자 완벽하게 다른 언어를 소화하는가?  


그런데, 이제 나는 그 실수를 만들기 싫어했다. 그래서 아예 입을 닫았다. 영어를 배워야 하는 환경에서는 에라 모르겠다 말하면 늘겠지 싶어서 입을 활짝 열었었는데, 부모님과 사랑에 관해서는 아예 회피했다. 


그래. 그래서 억울했다. 왜 나만 혼자 노력하고 부모님을 이해해야 되나 싶었다. 그런데 나는 이미 안다. 지금 내가 적어 놓은 이 A4 용지 한 장 분량의 억울함이 부모님께는 한 열 배, 스무 배 정도로 쌓여 있을 것이라는 걸. 그래서 내 감정을 마주한 지금 그냥 시원하게 토해내고 다시 돌아보지 않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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