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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연재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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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붕어 Dec 26. 2021

스걸파를 본 다음엔 반드시 글을 쓰게 된다. 뭐라도……

연재실패번외_나 이렇게 바보같이 산다_4화 / 보라




'스트릿댄스 걸스 파이터(이하 스걸파)'를 본 다음엔 반드시 글을 쓰게 된다. 뭐라도……. 스걸파에 나오는 10대들을 보고 나면 더 좋은 30대가 되고 싶고, 더 나은 사람이고 싶어져 책상 앞에 앉게 된다. 반드시. 언제나 그랬다. 이렇게 열심히인 10대들 앞에서는 온종일 침대에 누워있는 나를 좀처럼 보여주고 싶지 않고 더 괜찮은 사람으로 길을 터주고 싶은 마음이 마구마구 솟는다. 지금껏 노력의 아름다움을 모르던 내가 '스우파'와 '스걸파'를 보며 비로소 노력의 아름다움을 느꼈다.


나는 하기 싫을 때는 안 하는 사람. 하고 싶어질 때까지 미루는 사람. 이런 나에게 직장생활은 그야말로 고역이었는데, 회사일은 좀처럼 하고 싶어지지가 않았기 때문에 애를 먹었다. 그러면 마감에 임박해 일을 하게 마련이고, 그게 쌓이면 매일이 마감이 되어 스트레스로 잠도 오지 않는 악순환이었다.


그런 나는 '스걸파'를 보며 만약에 내가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나간다면 어떻게 될까, 상상한다. 살아남기는 해야겠고, 뭘 할지 생각은 안 나고, 힘들어 죽겠고, 그러다 떨어지는 상상. 그런 상상을 하다 보면 아! 이래서 보이지 않는 노력이 이렇게나 중요하구나 싶다. 그게 다 모여 내 데이터가 되고, 위기의 순간에 꺼내놓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과 함께. 이걸 10대에 해내고 있다니! 난 아직도 머리로만 생각하고 몸은 침대에 있는데 말이다. 이러니 '스걸파'를 본 뒤면 누워있을 수가 없다. 나도 막 노력하고 싶어져서 몸이 근질근질해진다.


번외의 번외…오늘의 일기

순천에 왔다. 올해가 가기 전, 순천만의 갈대를 보기 위해서.

꼭 오고 싶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 사이를 걷고 싶었다. 아무와도 이야기하지 않으며, 노래도 듣지 않고, 나 혼자 뚜벅뚜벅. 그렇지만 나는 왜 오늘 모자가 안 달린 겉옷을 입었을까. 순천만을 걸어들어갈 때는 왼쪽 귀가, 돌아나올 떄는 오른쪽 귀가 떨어져나가는 줄 알았따. 지난번에 피어싱을 뚫은 양쪽 귀 모두 진물로 고생중인데 냉각치료가 되는 기분이었다. 만져보니 진짜로 좀 호전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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