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엄마가 필요하다

한 사람을 위한 따듯한 밥상의 힘

by 배작가
Q. 정신과 의사 정혜신과 서울시와의 만남으로 탄생한 치유공동체 '공감인'의 대표 프로그램인 '누구에게나 엄마가 필요하다'를 참여하며 깨달은 건, 한 사람을 위한 따듯한 밥상의 힘이었습니다. 떠올릴 때마다 힘이 되는 따듯한 밥상 혹은 주양육자(엄마 등)의 손길, 가족과의 추억이 있다면 써주세요.


할머니가 부재함을 믿을 수 없다. 몇 년이 흘렀는지 모르겠다. 그 날이 4월 28일이었다는 사실만 안다. 할머니가 떠난 순간 우리 다섯 가족이 다 같이 손에 손을 맞잡고 펑펑 울었던 순간만 안다. 그 순간이 내 생애 최고 바닥이었기에. 내 기억이 그 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0.1초 만에도 땅바닥에서 울 수 있다.


할머니의 밥상은 아직도 나를 정신적으로 먹여 키운다. 뚱뚱한 텔레비전 앞에 밥상을 펴놓고 아침을 먹으면 간식이 올라왔고, 간식을 먹으면 점심이 올라왔다. 점심을 먹으면 과일이 올라왔고, 그걸 먹으면 물론. 저녁 시간이었다. 할머니는 무슨 나를 먹이는 게 삶의 미션인 양 나를 먹였다.


내가 할머니에게 사준 유일한 선물이 뇌혈관 세트라는 점이 가장 미안하고, 임종을 지킬 수 있게 허락해 준 게 가장 고맙다.


나는 가끔 혼자 잠들기 무서운 밤이 오면, 할머니가 옆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하나도 무섭지 않다. 무신론자인 내게 할머니는 신보다 더 강력한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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