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FAQ. 퇴사 후 백수가 좋은 이유?

사무실에 9시부터 6시까지 있는 거 숨 막힌다

by 배작가

퇴사 후 백수의 삶에는 장점 3가지와 단점 1가지가 있다. 장점을 정리해 보니 무소득을 감수할 만큼 크게 중요한 일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보편적인 시각에서 말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중요한 삶의 기준이고, 그래서 직장인의 삶이 더 어렵게 느껴졌던 건지도 모른다. 개인의 기준은 전적으로 고유하니까.


아래 장점 3가지가 크게 중요하지 않거나 단점 1가지가 아주 중요하다면, 퇴사 후 백수가 되는 옵션에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


장점 1. 속도 선택권


미용실에서 머리 하는데 옆 손님이 본인 빨리 나가야 된다고 항의를 시작했다. 디자이너분이 아직 다른 손님 보고 계신지 스테프는 쩔쩔맨다. 과거 내 모습과 다르지 않아서 이해도 되고, 안타깝기도 했다. 나도 내가 세상 제일 바빠서, 모든 사람들이 내 시간을 아껴줘야 한다고 착각했던 때가 있다. 시간 아낀다고 팀원이랑 걸으면서 미팅하고, 천천히 걷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천천히 걷지 못했다.


내게 디자이너를 얌전히 기다리고, 끼어드는 차를 먼저 보내주고, 모르는 아이와 농구 한 판 해줄 수 있는 느림의 선택권은 중요하고 또 중요하다.


장점 2. 장소 선택권


폐쇄 공포증이라도 있나 했다. 사무실에 9시부터 6시까지 있는 거 숨 막힌다. 직장인의 나는 근무 중 잠깐이라도 나와서 차에 앉아 있었다. 하루 종일 일하는 건 상관없는데, 일을 누가 정해 준 사무실이라는 공간에서 해야 되는 게 고역이었다. 집이건 카페건 서울이건 치앙마이건, 내 존재의 존재할 장소는 내가 정할 수 있는 게 귀하고 또 귀한 장점이다.


장점 3. 시간 선택권


상사가 2시경 미팅 시간 어떠세요? 하면 그건 내 의사를 묻는 게 아니라 그냥 2시 미팅 통보다. 직장인이면 당연 감수해야 되는 게 아닌가 싶지만, 나는 이게 정말 싫었다. 백수 또는 1인 사업가는 누구를,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날지 모두 선택할 수 있다.


단점 1. 무소득


유일한 단점이자 강력한 단점이다. 하지만 본인이 가성비 높은 인간인지 여부를 실험할 수 있다는 점은 희망적이다. 나는 오늘 하루의 기쁨을 오마카세가 아닌 내가 읽은 문장 하나, 뜨거운 반신욕 시간, 그리고 아무도 날 찾지 않는 적적함에서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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