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에 9시에 출근하고 6시에 퇴근하는 삶은 결코 없을 것 같다
퇴사한 거 후회한다. 하루빨리 안 한 거. 하루빨리 나왔어야 했는데, 20대에 나왔어야 했는데 그런 후회한다. 내 생에 9시에 출근하고 6시에 퇴근하는 삶은 결코 없을 것 같다. 단정 지으면 안 되는데, 단정 짓게 된다. 내게 직장인의 삶이란 5평 살다가 10평 살 순 있어도 30평 살다가 10평 살 수는 없는 것과 같다.
Q. 다시 직장으로 돌아간다면 그 이유는 뭘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직장으로 돌아간다면 조건이 있다.
우선 억대 연봉에 노마드 조건이 기본이다. 여기에 한 술 더 떠 아래 3가지 조건도 붙였다.
(1) 타인이 아닌 나를 위해 일할 것
(2) 언제, 어디서, 어떻게, 누구와 일하는지는 내가 정할 것
(3) 단발성 수입이 아닌 추후 파이프라인과 연결될 것
이쯤 되면 회사 안 돌아가겠다는 건데, 이런 미친 조건을 맞춰준다는 미친 제안이 있다. “저 9-6시 직장인 못하는데, 출근 안 해도 돼요? 제가 알아서 일하고 성과로 얘기할게요.” 순진무구하게 물어도, 성과만 낼 수 있으면 상관없단다.
당분간 눈 감고 귀 닫고 쉬는 게 목표다. 하지만, 찔끔찔끔했던 부업 세금만 6천만 원 정도 예상하라는 세무사 말에. 마음에 흔들렸다. 아무리 확고한 기준을 세워둬도 이 모양 이 꼴이다. 그렇다면 기준 없는 삶은 얼마나 위태로운가?
6천만 원은 내 백수 1년 예산이었는데. 이걸 다 세금으로 내면 보유한 주식 중 유일하게 흑자인 애플 주식을 팔아야 한다. 그래서 다시 귀를 열고, 아래 조건까지 따져봤다.
(4) ‘건강’ 키워드를 가진 사업일 것
(5) 직장 내 배우고 싶은 있는 사람이 있을 것
(6) 혼자 할 때 보다 더 큰 규모로 일 할 수 있을 것
무슨 6개가 넘는 조건을 다 맞춰줄 회사가 어딨어? 싶지만 있다.
“최대한 늦게 시작할 수 있을까요?”
여기서 막혔다. 그럼 그렇지. 시작일은 ASAP이다. 망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하는데, 나 바보 같지? 나 배가 불렀지?”
친구에게 물었다. 대답이 없었다.
“나 바보야. 배가 불렀어. 이런 기회가 어딨어? 이렇게 쉬다가 이 기회가 마지막 기회가 되면 어떻게 해?”
대답이 없었다. 나한테 의사 하라고 제안이 와도 내가 의사 자격증도 없으면 그 제안은 무효다. 나한테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 와도 내가 아직 회복되지 않았으면 그 제안은 무효인 거다. 그래서 무효한 제안에 아쉬워하는 것도 바보다. 이러나저러나 바보다. 이왕 바보면, 직장인 바보보다 백수 바보가 낫겠지?
내가 만약 직장으로 다시 돌아간다면 위 6가지 조건에 기가 막힌 타이밍 또는 기다림의 여유까지 제공해 준 회사다. 그럼 이 한 몸 바쳐 입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