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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일리지혜 Oct 29. 2022

둘째 성별을 알고, 가출을 했다

part1. 자신없었던 아들 둘 육아


2020년, 둘째를 임신하고 성별을 알게될 즈음.

12주때는 흔히 각도법이라고 부르는 방법으로 성별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고, 16주때는 거의 성별이 확정되는데 첫째는 아들이니, 둘째는 괜히 딸일것 같다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12주 때 병원을 갔을 때, 초음파를 한번 쭉 보시더니, 성별은 다음검진 때 정확히 알수 있다고 하셨다가 마지막에 갑자기'뭐가 보이는데...음..이러면 거의...' 라고 하시면서 괜히 망설이셨습니다. 첫째가 아들이라고 하셨죠? 물어보시고 셋째를 말씀하시는 걸 보니 대략 어느정도 짐작이 갔습니다.


하지만 저는 집에와서 '성별 반전' '16주 반전' '각도법 반전' 등 온갖 반전이란 반전을 검색하면서 반전이 있을거라는 끈을 놓지 않았습니다. 그 사이에 남편은 이미 어느정도 예상을 하고, 성별에 크게 연연해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한달동안 반전 사례를 찾아보며, 반전의 기대를 안고 초음파를 보러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검색했을 때도 아들이었다가 딸이었다는 반전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고..저역시 반전은 없었습니다.


그렇게 아들 둘맘 확정을 듣고 집으로 오는 길에도 저는 '내가 정말 아들 둘 엄마가 되는건가?' 하며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아들 둘'에 대해서 익히 얘기를 많이 들었기 때문에, 많이 힘들고, 내 성격도 세지고, 목소리도 커지도..정말 그렇게 되면 어떡하지? 하며 걱정이 많이 되었습니다.



내가 과연 아들 둘 육아를 잘 할 수 있을까?



온갖 걱정에 휩싸인 상태로 차 안에서 남편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울컥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뱃속에 있는 아이에게는 정말 미안하지만...아직 아들 둘 육아에 대한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에요.


사실 남편은 한 달 전 힌트를 얻었을 때부터 이미 저를 위로해주면서 받아들이고 있었던 상태였고, 

한달이 지나고 확정을 얻었을 때도 어느정도 예상을 했기 때문에 무덤덤했습니다.

처음에는 저를 위로해주고, 공감해주다가 아무리 위로해도 통제가 안될 정도로 울고있으니, 

남편도 어느순간 아이에게 미안하다며, 이미 한달전부터 알지 않았느냐. 하며 그만 울라고 해줬습니다.


하지만 저는 남편의 온갖 위로와 공감이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고, 오히려 저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울음을 그치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차에서 남편과 다투면서, 속상한 마음에 차 문을 박차고 나와 무작정 걸었습니다.

핸드폰도 끄고, 울면서 집 주변을 하염없이 걸었습니다.


엉엉 울면서 그렇게 감정을 토해냈습니다. 그것도 뱃속에 아이가 있는 임산부가.

배를 붙잡으면서 아가한테 미안하다며, 엄마가 오늘만, 오늘만큼만 속상해하고, 다시 훌훌털고 일어나겠다고,

정말 미안하다고, 미안한 마음에 더 울음이 나왔습니다.


그 사이에 남편은 저에게 전화를했고, 핸드폰이 꺼져있으니 저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첫째를 봐주신 친정부모님께서도 산부인과 간다던 딸이랑 사위가 아무 소식이 없으니, 연락을 하셨고,

그렇게 제가 연락이 안된다는 소식을 들으셨습니다.


한참을 혼자 방황하고 난 뒤 핸드폰을 켜는데, 바로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습니다.


받아보니, 경찰인데 실종신고 들어왔다고, 바로 가족에게 연락하시라는 전화였습니다.


실종신고라니...?


알고 봤더니, 걱정이 많으셨던 친정아빠께서 바로 경찰서에 전화를 하고, 실종신고를 하셨다는 겁니다.

아...일이 커졌구나 싶어서 바로 친정으로 첫째를 데릴러 갔는데,

엄마께서 무슨일이냐며 사위랑 아빠가 저를 찾으러 나갔다고 하셨습니다.

자초지정을 들은 엄마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들이면 어떻고, 딸이면 어떻니
건강한게 최고야

하시면서, 그게 뭐 별거라고, 그것때문에 사위하고 싸웠냐며..빨리 집에 가서 둘이 잘 풀으라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저의 가출아닌 가출 이벤트가 종료되고, 집에 가서 첫째를 재우고나서 남편과 다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제가 핸드폰을 끄고 연락두절이 되었던 게 가장 큰 문제였기에 저도 미안했고, 남편도 미안해했습니다. 그렇게 다사다난 했던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마지막에는 그래, 아이가 건강한 게 최고지, 아들이면 어때, 괜찮아. 하며 현실을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16주 동안 저는 아무래도 뱃속에 있는 아이가 딸이길 바랐나봅니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크는 법, 그래서 눈물이 많이 났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가족에게 몹쓸 짓을 했구나, 

그리고 뱃속에 있는 아이에게도 못할 짓을 했구나, 싶었습니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되기엔 나는 아직 그릇이 작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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