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식의 아이러니
아기의 이유식 후반(9~12개월)에는
스스로 집어 먹을 수 있도록 작게 잘린 핑거 푸드를 줍니다.
쉽게 으스러지는 부드러운 식감으로 익힌 채소, 잘게 찢은 고기, 완숙 계란 같은 음식을 준비하죠.
만들다 보면 '이 재료로 호두 밥도 해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법하죠?
그런데 또 걱정이 스칩니다.
혹시 내 사랑이 건강을 해치면 어쩌나.
그래서 '개와 고양이를 위한 영양지침(NRC 2006)' 발행본을 구매하고,
탄단지 비율, 비타민, 미네랄 양을 계산하며
호두를 위한 자연식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한편으론 자연식을 먹이면 사료는 더 안 먹지 않을까.. 불안한 마음도 있었지만,
'네가 즐겁게 먹는다면 평생 만들어 줄게.'
라는 마음으로 준비했습니다.
여행, 아플 때, 바쁠 때..
자연식만 고집할 수는 없어요.
그럴 땐 사료를 찾았습니다.
그런데 자연식 먹은 지 반년쯤 지나니,
호두는 예전처럼 사료를 거부하지 않고 먹기 시작했어요.
떨리는 마음으로(자연식 탈출각!) 신나서 사료만 연달아 주니
이틀째부터 고개 돌아갑니다.
호두와 3년째 동네 친구였던 조조.
서로 성격은 달랐지만, 함께 있을 때 유독 사이가 좋았어요.
올초 조조가 전 주인과 떨어져 지내게 된 지 한 달쯤 지났을까,
곧 보호소로 보내질 예정이라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고민 끝에 조조를 데려왔어요.
그렇게 오랜만에 만난 조조는
앙상하게 마른 몸, 푸석한 털, 어딘가 외로운 눈빛... 을 하고 있었습니다.
'배고팠겠다... 너무 말랐네.'
짠한 마음이 몰려왔어요.
하지만 그것도 잠시..
조조는 사료를 주자마자 도망쳤습니다. 정말로요.
호두 덕에 쌓여있는 자연식을 하나 꺼내옵니다.
역시-
눈을 반짝이며 그릇까지 싹싹-.
그날 이후 조조는 호두와 함께 자연식을 먹으며
식사는 즐거운 것임을 금세 배워갔습니다.
반려견 식사가 즐거워졌다는 건
반짝이는 눈빛과 텅 빈 밥그릇에서 알 수 있어요.
그 밥이 사료든 자연식이든,
'밥은 즐겁다'라는 경험이 식사시간을 기다리게 만들었나 봅니다.
그리고 이 작은 설렘이 하루하루 쌓여서,
언젠가 그리움에 잠긴 집사를 따뜻하게 감싸줄 거라 믿습니다.
다음 화에서는 집 나간 댕맛 돌아오게 만드는 초간단 토퍼 이야기해 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