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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결 Jun 07. 2024

Latelier de Plasir

일본 타베로그 전국 1위 베이커리의 위용

L’atelier de Plaisir

타베로그 일본 전국 베이커리 1위.

베이커리로는 유일하게 4점을 넘는 평점을 지니고 있다. 0.02~3점의 차이로 촌각을 다투는 순위에서 홀로 유일하게 2등과 0.07점의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군림’하고 있는 느낌.

도쿄 시내에서 꽤나 떨어진 祖師ヶ谷大蔵역 부근에 위치해 있다. 평일 오픈 30분 전에 도착했다. 도착하니 줄이 굽이굽이 굽어져 30명 정도는 된다. 게다가, 그람을 기준으로 원하는 양만 살 수 있는 量り売り 판매형식이라 회전률이 굉장히 느리다.. 빵을 사고 나오니 2시간이 지나있다. 역시 빵에 미친 나라.

30종류 이상의 천연발효종을 직접 배양하여, 각 빵마다 적어도 3종류 이상의 발효종을 사용한다고 한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일본도, 우리나라도 ‘천연발효종’이라는 단어를 마케팅의 수단으로서 서슴없이 사용하고 있다. 물론 공업적인 이스트도 근본적으로는 천연발효종이기에 잘못된 표현은 아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의 천연발효종은 가게에서 직접 길러낸 발효종으로 인식되기 마련이기에, 엄밀히 말하면 소비자 기만적인 워딩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내가 일하고 있는 곳의 셰프의 말에 따르면, 도쿄의 유명한 베이커리중 100% 직접 만든 천연발효종으로만 빵을 만드는 곳은 이 곳이 거의 유일하다고 한다. 천연발효종을 사용하는 것의 무수하게 다양한 이점이 있지만, 취약점으로는 역시 ‘불안정한 발효력’.


안정되있지 않고 비교적 약한 발효력 때문에, 통상 베이커리들은 천연발효종과 이스트를 병용하곤 한다. 천연발효종에 대해 정말 많은 공부를 해온 田中셰프이기에 가능한 결과물일 것이다. 그렇게나 많은 발효종의 품질을 균일하게 관리하는 것이 얼마나 고되고 어려운일일지 가늠조차 되지 않지만.


일본은 빵에 대한 팬덤이랄까, 소비자층이 두텁다 보니, 구글에서 유명한 베이커리 셰프들의 인터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나 또한 이것을 바탕으로 글을 쓴다) 물론 장인정신으로 묵묵히 빵을 만들어나가는 셰프들도 많지만, 그 유명세를 바탕으로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곳도 많다. 옳고 그름을 논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저 나는 놀라웠다. 타베로그 베이커리 부문 1위인 가게임에도 불구하고 田中さん은 인터뷰조차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유일하게 찾아낸 인터뷰에서는 스스로의 경력조차 말하기 꺼려하는 굉장히 신비주의적 마인드의 셰프였다. 음, 타베로그 1위에게 ‘은둔’이라는 표현은 모순적이기 그지없지만, 적어도 나에게 L’atelier de Plaisir는 ‘은둔고수’의 느낌이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스스로의 빵을 만들어 나가는 장인정신.

내부 사진 촬영이 금지된 곳이라, 카메라에 담지 못했지만 가게에 들어서면 왼편으로 정말 큰 제분기가 자리해있다. 직접 본 제분기 중에 가장 거대한 놈이었다. 역시 최근에 빵좀 제대로 만든다는 곳에 제분기는 빠질 수 없는 존재인 듯하다.


그 옆으로는 해외 유기농 밀가루와 프랑스산 물이 늘어서있다. 일본에서 전개하는 프랑스 태생의 브랜드라면 모를까, 개인 베이커리가 물까지 프랑스산을 고집하는 곳은 굉장히 드물다. 수도세만 내면 거의 무료다시피 사용할 수 있는 물이 아닌, 일본산 식수도 아닌, 프랑스 수입산 물이라.. 그것도 콘트렉스를 바탕으로 4~5종류의 물을 ‘블렌딩’해서 사용한다고.. 밀가루 블렌딩은 들어봤어도 물 블렌딩은 낯설다.. 이렇게까지 프랑스 본고장의 맛을 추구하는 그 열정에 뤼스풱트를.

이것들을 감안한다면, 빵의 가격이 납득이 된다. (오늘도 계산대 앞에 서보니 7만원이었기에)

빵을 먹으면서도 느낀 것인데, 과연 이것을 빵이라고 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사진으로도 알 수 있듯이, 정말 많은 재료가 들어간다.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베이커의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맛있는 재료를 아무리 많이 쑤셔넣는다고 한들 맛있다고 느껴지진 않는다.

되려 ‘오합지졸’의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하지만 田中さん은 정말 각 재료를 정확히 이해하고 모든 재료 하나하나의 존재의미를 소비자에게 납득시키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맛과 식감의 조화와 밸런스를 표현하는 방법이 너무 설득력있었다.

먹고있자니 어디선가 셰프의 속삭임이 들린다.  

“내가 빵이 뭔지 보여줄게. 어때? 차원이 다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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