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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결 Jun 07. 2024

Boulangerie ADACHI

일본 베이커들의 베이커, ADACHI

Boulangerie ADACHI


어느 날의 회고.

일본 최고의 베이커리와 파티스리가 日本橋소재의 명망있는 백화점에서 이벤트성 협업을 진행한다는 소식.

백화점 오픈시간 30분 전에 도착하여 이미 늘어져있는 줄에 합류한다. 생각보다 길지않은 줄이었기에, 안심한다.


시간이 되어 백화점이 오픈하자 사람들이 재난이라도 일어난 듯이 미친듯이 뛰어들어간다. 본능이 얼떨결에뜀을 명령하여 발을 옮기는데, 백화점의 몇 개의 입구로 부터 미친듯한 인파가 몰려들어온다. 역시는 역시. 입구가 여러개였던 것..


그렇게 수준급의 들숨날숨으로 계단을 뛰어 올라가 예약표를 받으니 내 앞으로 몇백팀. 예상대기시간 3~4시간.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평없이 기다린다.

이것이 ADACHI.


지금은 폐점했지만, 요코하마점의 마지막 영업일을 노려 도쿄에서 2시간을 달려 오픈 한 시간전에 도착.

그러나, 대기줄 300명 초과로 웨이팅도 못한단다.

허망하더라. 그리고 놀랍고 대단하더라. 일개의 베이커리가 이 정도의 힘을 갖을 수 있다는 사실이. 그날 따라, 아무리 도쿄라지만 한겨울이라 찬바람이 더욱 매섭게 몰아치더라. 이것이 ADACHI.


회고들로 부터 알 수 있듯이, ADACHI는 일본 전국에서 손꼽히는 베이커리다. 그저 맛있는 베이커리를 넘어, 셰프들마저 동경하는 베이커리. 어떠한 이유로 타베로그 상위권에 랭크되어있지 않은 건지 의문일 뿐인


足立さん은 본래 스타일리스트 출신. 우연히 프랑스에서 빵에 매료되어 전직하게 된다. 일본에서 기초를 닦은 뒤, 자신을 매료시킨 프랑스로 건너가 프랑스 바게트대회에서 우승한 경력이 있는 유명점에서 수련.


지금이야 가게를 리뉴얼 오픈해 조금은 다른 컨셉으로빵을 굽고 있지만, 이전에는 스스로만의 Originality을완전히 배제했었다고 한다. 지금도 일년에 1~2번은프랑스로 건너가, 여러 가게를 돌아다니며 최대한 프랑스를 재현하는 것에 집중한다고 한다. 그것은 빵에서 비롯될 수도, 문학에서 비롯될 수도, 혹은 음악에서 비롯될 수도. 프랑스에서의 영감과 식경험을 바탕으로 빵을 만들어간다. 아니, 철저히 재현(再現)한다. 어중간한 어레인지는 지양한다. 프랑스산 밀가루를 베이스로, 바게트의 경우 VIRON社의 밀가루를 사용. 어쩐지예술이더라.

후지산 등반을 목표로 떠난 시즈오카(静岡). 명색이 빵만들고 있는 사람인지라, 어디를 가든 베이커리를 찾는다. 静岡라면 답은 정해져있다. ADACHI.


운이 좋게도 원래는 휴무인 날이지만, 최근 프랑스에서 돌아온 足立さん이 프랑스에서 느낀 것과 먹은 것을 토대로 프랑스 Marché에서 있을 법한 큼지막하고 심플한 빵을 위주로 판매한다고. 그것도 足立さん이 직접 접객을.



오픈 두 시간 후가 되서야 가게에 도착. 꽤나 시골에 위치했음에도 불구하고 역시나 긴 줄이 늘어져있다. 그 뒤에 나란히 줄을 서니, 오늘 손님은 내가 마지막이 될 것 같다는 스태프의 말. 후에 몇 팀이나 왔지만, 정말로돌려 보내더라. 요코하마의 악몽과는 달리 이번엔 운이 좋게 세이프!


어느정도의 기다림끝에 점내에 들어가니 足立さん을 볼 수 있었다. 아니 알현할 수 있었다. 아니 영접할 수 있었다. 비록 빵은 별로 남아있지 않았지만, 한 개라도 먹어볼 수 있다는 기대감과 기쁨. 긍정과 낙관이 비관과 부정을 압도했다.


다음 날 후지산 등반을 앞두고, 새벽 3시 허기진 배를 아다치상 바게트로 채운다. 그리고, 일본에서 가장 높은 곳 후지산 정상에서 브리오슈를 즐긴다. 좋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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