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코칭하며 갱년기를 건넜다

흔들림 마저 풍경이 되는 시간

by 배은경

"본 글은 업체로부터 소정의 원고료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갱년기를 주제로 한 글을 쓰기 위해 나의 시간을 돌아보니, 일에 대한 몰입과 배움의 즐거움을 통해 이 시기를 '나답게' 지나왔다.


​나는 갱년기를 ‘힘겹게 견뎌낸 사투의 시간’으로 기억하지 않는다. 돌이켜보니 이유는 분명했다. 나는 내 마음의 운전대를 놓지 않고 있었다. 내 몸과 마음의 주인은 결국 나라는 준엄한 자각, 그리고 스스로를 돌보는 ‘셀프코칭’의 힘이 나를 지탱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존재의 지표면이 흔들리는 그 시기에 내가 선택한 것은 '몰입'이었다.


강연자이자 코칭 전문가로서 나는 글을 쓰고, 코칭을 하고, 강의를 했다. 글쓰기는 나에게 가장 깊은 자신과의 대화의 방식이었다. 하루를 보내며 느낀 감정들, 설명하기 어려운 마음의 흔들림, 이유 없이 올라왔다가 사라지는 생각들까지도 글로 옮기다 보면 자연스럽게 정리가 되었다.


코칭의 시간은 또 다른 방식으로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타인의 내면을 경청하고 그들의 성장을 돕는 시간 속에서 나는 역설적으로 나 자신의 존재 이유를 확인했다.


강의는 나를 ‘현재’에 머물게 하는 가장 강력한 장치였다. 사람들 앞에 서는 순간, 나는 나의 상태에 머무를 수 없다. 전달해야 할 메시지, 그 자리의 에너지에 집중하게 된다. 그 몰입의 시간 속에서 나는 살아 있다는 감각을 또렷하게 느꼈다.


강단 위에서 쏟아내는 뜨거운 에너지와 코칭 세션에서 나누는 깊은 공감의 파동은 나를 소진시키기보다 오히려 생생하게 깨어 있게 만들었다.

​나는 또 하나의 방식으로 나를 붙들어 세웠다. 그것은 낯선 세계를 향한 ‘배움’의 열정이었다. 강의를 위한 이론적 공부를 넘어, 나는 평소 동경해 왔던 디지털 제작 장비들의 세계로 뛰어들었다. CNC 조각기, UV 프린터, 대형 플로터, 레이저 조각기, 그리고 3D 프린터까지 복잡한 기계의 언어는 처음에는 낯설고 서툴기만 했만 즐거운 경험이었다.


​배움은 단순히 지식을 더하는 행위가 아니었다.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성장하고 있다는 자기 효능감의 회복이었다. 손끝에서 전해지는 창작의 즐거움은 갱년기가 가져온 심리적 빈자리를 채우는 가장 정직하고 건강한 재료가 되었다.


배움은 나를 다시 살아 움직이게 하는 가장 강력한 엔진이었으며, 내 삶의 지평을 무한히 넓히는 새로운 항해였다.

​불안은 대개 머릿속 생각에서 자란다. 과거의 후회와 미래의 걱정을 무수히 오가는 사이 마음은 점점 복잡한 타래처럼 엉킨다.


그때 나는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는 ‘셀프코칭’을 멈추지 않았다.

“지금, 나는 무엇을 느끼고 있는가?”

“나는 진정 무엇을 원하는가?”

“지금 내가 가장 가치 있게 에너지를 쓸 곳은 어디인가?”


질문은 내 마음의 방향타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수시로 점검하고 조정하는 고독하지만 숭고한 의식이었다.


​나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머리가 아닌 몸의 감각에서 찾기로 했다. 2015년 제주로 이주한 나는 제주의 길 위에서 반려견들과 함께 걷는 시간을 '움직이는 명상'으로 삼았다. ‘찌아 패밀리’라 부르는 나의 강아지들과 발을 맞추어 걸으며 나는 생각을 멈추고 현재에 집중했다. 발바닥에 닿는 제주 흙의 단단한 질감, 코끝을 스치는 바다내음 섞인 바람, 그리고 곁에서 걷는 강아지들의 숨소리, 나에게 명상은 특별한 장소에서 가부좌를 트는 의식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감각을 온전히 수용하고 나 자신과 마주하는 일이었다.


스스로를 현재에 머물게 하는 셀프코칭을 통해 불안의 안개는 잦아들었고, 나는 비로소 가장 온전한 나에게로 돌아올 수 있었다. 제주의 길 위에서 나는 자주 생각이 단순해지는 정화의 경험을 했다.


텃밭에 씨를 뿌리고 기다리는 시간 속에서 나는 귀한 진리 하나를 배웠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멈춘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땅속 깊은 곳에서는 이미 치열하게 생명이 자라고 있었다. 작물은 오직 자신만의 속도로만 자라날 뿐이었다. 비록 지표면 위로는 아무런 기척이 없어 보여도, 땅속 깊은 곳에서는 이미 치열한 생명의 박동이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 그것은 갱년기라는 터널을 지나는 나의 삶과도 닮아 있었다.


눈에 띄는 화려한 성취가 당장 보이지 않아도, 나의 생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성숙을 향해 진행되고 있음을 텃밭은 조용히 증명해 주었다. 그 믿음은 나를 조급함의 늪에서 건져 올렸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긍정하게 만들었다.


​결국 갱년기를 잘 지나가는 방법은 특별한 기술이나 외부의 화려한 위로가 아니다. 내 삶의 주도권을 내가 쥐고 있다는 단단한 믿음, 그 자체다.


주변의 따뜻함과 제주의 평온한 풍경은 분명 큰 힘이 되었지만, 결국 그 모든 긍정적인 요소를 수용하고 나의 에너지를 어디로 흘려보낼지 최종적으로 결정한 것은 나 자신이었다. 누구도 내 대신 내 마음의 운전대를 잡아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갱년기는 인생의 오후를 맞이하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할 빛의 산란이다. 그 시간을 어떻게 채우느냐에 따라 생의 무게와 빛깔은 전혀 달라진다.


나는 흔들리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흔들림 속에서도 운전대를 놓지 않았을 뿐이다. 내 몸과 마음의 주인으로서 스스로를 단단히 세우는 것, 그것이야말로 내가 갱년기라는 계절을 가장 멋지게 통과할 수 있었던 노하우였다.


갱년기는 이겨내야 할 고통이 아니라, 정성껏 살아내야 할 ‘생의 절기’이다. 어떻게 채우느냐에 따라 그 시간은 전혀 다른 풍경이 된다.


​흔들림마저 아름다운 풍경이 되는, 이 생의 한복판에서 나는 여전히 배우고, 사랑하며, 나의 삶을 지속한다.


결국 갱년기를 잘 지나가는 방법은 특별한 기술이 아니라 그저 ‘나답게 살아내며’ 지나가는 것이다. 흔들림이 없는 삶이 위대한 것이 아니라, 흔들림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나아가는 삶이 아름다운 것이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갱년기를 개인의 생물학적 고통으로만 가두지 않고, '가족과 사회라는 관계의 숲 안에서 함께 이해하고 연착륙'하려는 이번 공모의 취지에 깊이 공감합니다.


갱년기 사연 공모전

기간: 2026.03.03~04.30

대상: 100만 원 (1명)

최우수: 60만 원 (1명)

우수: 각 30만 원 (3명)

장려: 각 10만 원 (5명)

입선: 「좋은 생각」 1년 정기 구독권 (2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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