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한 문장
당신이 해야겠다고 생각한 말, 당신이 실제로 한 말, 당신이 하지 않았지만 했으면 좋았을 말에 관한 글을 쓰라
위로의 단어들, 삶의 방향을 바꿔주는 단어들, 사려 깊게 선별된 단어들. 그런 것들이 현실 치료에서 강조하는 것들이다.(p198)
낸시는 자신의 아들 댄이 다발성경화증 진단을 받았을 때 “네가 어떤 기분인지 알아”라는 말이 아닌 “네가 어떤 일을 겪고 있는지 나는 상상조차 할 수 없구나”라는 말을 해야 했다는 것을 심리 상담을 받고 나서야 알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친구 게리로부터 “네 고통이 너무 커서 댄이 자신의 고통을 느낄 여지가 없잖아.”라는 말을 듣고서야 아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아들이 스스로 경험할 수 있도록 놓아주는데 아주 큰 걸음을 내디딜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사람은 누구나 어떤 한 문장 혹은 한 단어로 상처와 위로를 주고받는다. 여자 역시 그러하다. 자신이 누군가에게 한 말로 상처를 준 것은 하나도 인지하지 못하면서 누군가로부터 들은 말에는 오래 상처를 받았다고 하소연을 한다. 머릿속 기억인자가 상대에게 상처 준 것에 대해서는 절제모드가 작동되고 받은 것에 대해서는 과장의 모드가 작동되어 마음의 감정을 흔들리게 만든다.
2008년, 뒤늦은 사춘기로 요동치는 감정의 시기를 보내던 고등학생의 아들로 힘겨웠던 어느 날 아침에 걸려온 언니의 전화, “잘 지내지? “라는 말에 둑이 무너진 방파제가 된 여자는 별스런 말도 아닌 그저 평범한 안부의 말에 폭풍 오열했다. 가까이 있지 않아 아주 사적인 면까지 속속들이 다 보지 못하면서도 여자의 속내를 다 알고 있는 듯한 언니의 말들로 여자는 그날 위로받았다. 그리고 낸시의 친구 게리의 말과 비슷했던 마지막 한마디 “그래도 네가 엄마잖아....” 그 말로 그날 그 시간의 폭풍 같았던 마음이 가라앉았다.
그러고 얼마 후 여자의 세상 안 여기저기 폭풍의 잔해로 남아있던 상처의 말들은 언니가 제안한 봄 제주여행으로 세상 밖으로 가지고 나와 지우고 버리는 시간을 통해 인생이라는 거대한 바다에서 생겨났던 태풍의 시간은 무사히 지나갔다. 그렇게 여름의 태풍 같은 겨울 폭풍을 5월의 봄바람같이 따뜻하고 온화한 언니의 말과 여행 덕분에 이겨낼 수 있었다.
지금도 그 말을 해주던 언니는 내 삶의 등대가 되어 서 있다. 흔들리지 않는 고정점으로 우리 곁에서 빛을 발하며 위로와 감동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