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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랙빈 Nov 01. 2023

블랙빈에게 쓰다

21 금기시되는 주제를 회피하지 마라

-‘금기시되는 주제에 관한 글을 쓰라.’는 낸시의 말에 여자는 무엇을 써야 할지 한참을 망설였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내가 신경 쓸 일이 아니다.”(p131)라는 문장으로 자신을 살폈다.


여자가 생각하는 ‘나’와 남들이 생각하는 ‘나’는 얼마나 다른가?를 들여다본다. 책 속의 낸시는 ‘이제 ‘남’이 아닌 ‘나’의 관점으로 시각이 완전히 전환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했다. 반면 여자는 여전히 ‘남‘의 시점에서 자유롭지 못한 자신을 발견한다.


말로만 입으로만 시각이 전환됐다고 시각을 달리했다고 떠들었다. 여전히 여자는 남의 눈에 자신이 어떻게 비칠까를 늘 염두에 두는 사람이다. 유리병 속에 갇혀 유리병 안에서 열심히 쓸고 닦으며 지내고 있는 것이다. 유리병 밖의 사람들은 정말 여자에게 신경조차 아니 그 안에 누가 있는지도 모른 체 관심도 없이 살고 있는데 말이다.


굳이 보고 있지도, 보고 싶어 하지도 않는 그 사람들을 위해 여자는 병의 안쪽을 열심히 닦고 병 안의 것들을 정리하고 치우면서 스스로를 소진하고 소비하고 있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병 안에서 입으로만 자신을 챙긴다고 말한다. 시점을 밖에서 자신을 들여다볼 ’ 남‘이 아닌 밖에서 ‘자신’을  보는 ’나‘로 옮겨갈 행동이 무엇인지 갈피조차 잡지 못한다. 그저 병 안에서 병에 비친 자신의 모습만을 이리저리 살피며 병 밖만 신경 쓴다.


오늘도 여자는 병 안에서 글을 쓰며 자신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칠까를 고민한다. 사고의 전환, 시점의 변화, 관계의 변경, 태도의 변환, 마음의 상태. 이 모든 것의 초점이 ‘나’가 아닌 ‘너’에 맞춰있다. 평범하고 안전한 노선의 삶을 지향한다는 말로 스스로를 포장하며 여자는 자신을 위로하며 또 전시한다.


책을 읽으며 알아가고 깨우쳐 가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변화되기까지 시행착오의 시간이 여자에게 필요하다. 바꾸는 것은 어렵다. 사실 고장 난 것을 고치는 것은 쉽다. 고장 난 부위를 찾아 부품만 바꾸면 된다. 고장은 고장 난 대상인 내가 아닌 사용할 누군가가 고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사람은 고장이 나서 고쳐야 할 대상이 아니라 상태의 변환, 사고의 치환을 해야 할 대상이다. 고치는 것이 아니라 바꿔야 되는 것이다. 시간과 공이 들어가야 하고 무엇보다 변환과 치환을 위한 자신의 의지가 있어야 한다. ‘너’가 아니라 ‘내’가 해야 하는 일이다.


여자는 인간은 번번이 실수하고 그때마다 후회를 반복하며 살아가는 존재라고 자조自嘲(자기를 비웃음)했다. 이제야 조금씩 글을 쓰며 자조自照(자기를 관찰하고 반성함)로 자조自助(자기의 발전을 위해 스스로 애씀)하고 반성한다. 고쳐야 할 대상이 아닌 치료받고 치유해야 할 대상이라는 사실을 자각한다. ‘괜찮다.‘가 아니라 ’안 괜찮다.‘라고 스스로에게 고백한다. 너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 바꿔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바꾸기 위해 병 밖으로 나오기 시작한다. 보기 싫다고 눈 감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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