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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록 쾌선생 Nov 11. 2021

책에는 없는 요즘 세대가 세종에게 반하는 이유

이런 건 왜 국사책에 없을까 

 “진짜예요? 와...”


주변 사람들에게 세종 이야기를 하면 하나같이 나오는 반응이다. 세종이라고 하면, 명실상부 최고의 성군으로, 역대 가장 많은 성과를 만들어낸 위인으로만 기억하는 분들에게 숨겨진 세종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건 나에게는 큰 즐거움 중 하나다. 도대체 어떤 이야기를 들었길래 이런 놀라운 반응이 나오는 걸까?      


세종 9년 10월 8일, 세종은 황희 정승에게 탈정 기복(나라에 위급한 상황이 생겼을 때 신하를 참석시키는 것)을 명했는데, 이에 대해 황 정승은 그 명을 거두어달라 청한다. 그 당시, 명나라 황제에게 세자가 인사를 할 일이 있었는데, 그때 황희 정승이 세자를 모시면 좋겠다는 이유였다.      



공부하고 있는 세종실록에서 발췌


세종이 말하기를, “세자가 멀리 떠나는 것은 국가를 위하여 소중한 일이니, 그대에게 의지하지 않으면 어찌하겠는가. 그대는 정성스럽고 순수하여 화려하지 않지만깊고 무겁다지혜가 있어 정말 세상에 드문 지식인이며 세상을 보필할 큰 인재로다(중략) 일찍이 태종과 만나 오랫동안 중대한 신하가 되었고, 덕이 부족한 나를 도움에 있어서는 내가 가장 신임하는 신하가 되어 계책을 생각할 때마다 세상을 다스리고 백성을 구제하였도다. 경은 슬픔이 깊기 때문에 그렇겠지만(황희 정승은 어머니의 삼 년 상(喪)을 치르는 중이었다.) 내가 그대를 믿고 의지하는 간절한 심정을 어찌 가볍게 여길 수 있겠는가나의 간절한 마음을 힘써 따라서 그 직책에 나아가도록 하라. 사양하는 바는 마땅히 허락하지 아니하겠노라.”




위의 기사에서 읽을 수 있듯, 세종은 신하의 청을 거절할 때 그저 ‘안 된다’라며 단호하게 얘기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반하는 포인트는 바로 이것, ‘세종의 화법’에 있다. 굵게 표시한 세 부분을 살펴보자.     


그대에게 의뢰하지 아니하면 어찌하겠는가. 

: 세종은 ‘~게 하라.’라는 강요형이 아니라 설득과 권유,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온전히 전달해준다. 권위로서 누르지 않고, 오히려 나는 당신이 필요하다는 취약성을 드러낸다. 


② 그대는 정성스럽고 순수하여 화려하지 않지만깊고 무겁다지혜가 있어 정말 세상에 드문 지식인이며 세상을 보필할 큰 인재로다


: 보통 상대방에게 요청할 때, 대부분 사람들은 ‘내가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강조한다. 하지만 세종은 반대다. 세종은 상대방의 좋은 점을 먼저 알아봐주고 자세히 나열해준다. ‘황희 정승, 그대는 좋은 사람이오.’라고 끝나지 않는다. ‘좋다’라는 말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정성스럽다. 순일하다. 화사하지 않다. 깊다. 무겁다. 지혜가 있다. 희대의 온식이다. 세상을 보필할 큰 인재다. 무려 8개의 장점을 찾아서 말해주는 것이다! 만약 ‘내가 무엇 때문에 좋아?’라는 질문을 건넨다면, 8개 이상의 장점을 말하는 게 쉽지는 않다. 반대로, 만약 상대방이 나에 대해서 이렇게 구체적으로 인정을 해주면 기분이 어떨까?     


여기에서 세종은 칭찬이 아닌 ‘인정 기법’을 활용한다. 칭찬과 인정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칭찬은 그 사람이 하는 행위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고, 인정은 그 사람 자체로서의 존재감, 노력, 그 자체로서 인정해주는 것이다. “시험 잘 봤네! 축하한다!”라고 하는 것은 결과에 대한 칭찬이고, “너의 열심히 하고자 하는 그 마음과 최선이 이렇게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었구나. 역시 너는 한다면 하는 사람이다.”라고 하면서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인정이다. 이렇게 눈물 나는 인정이 또 있을까?      




내가 그대를 믿고 의지하는 간절한 심정을 어찌 가볍게 여길 수 있겠는가.     

: 세종은 요청할 때 왕과 신하라는 위계로만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자신과 같은 사람으로 대한다. ‘그대를 믿고 의지하는 간절한 나의 심정’을 얘기하며, 가볍게 여기지 말라는 정중한 청을 건넨다. 그저 왕권으로 누르지 않는 것이다. 할 수 있음에도 하지 않는 절제다.      


그저 “불허한다!”가 아닌, “내 명에 따르라!” 라도 아닌, 권유형의 문장과 상대방에 대한 구체적인 인정, 자신의 취약성을 드러내면서 권위를 내려놓는 포인트. 군주라면 흔히 이렇겠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기존 인식을 뒤집은 세종의 말에 사람들은 모두 감탄을 마지 않는다. ‘주변 사람들이 저에게 이렇게 말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라며 자조 섞인 이야기도 함께 하곤 했다.     


세종이 위대한 업적을 이룬 것은 단지 그의 환경이나 재능 때문만은 아니다. 수많은 일을 해내기 위하여 인재들과 협업했고, 꿈꾸었던 비전을 공유했다. 그들의 마음을 생각하고 권위를 내려놓으며 백성의 눈물과 마음을 헤아렸다. 국사책에는 나오지 않아 잘 모르지만, 조금만 더 들여다 보면 가슴을 울리는 감동과 놀라움이 가득한 세종의 이야기들. 571년 전, 이 땅에서 치열하게 살아갔던 그의 발자취를 보며 여전히 배우고 있는 우리처럼, 우리가 남기고 있는 말 한 마디, 행동 하나가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으로 다가가기를 바라본다.      





* 이미지 출처

https://www.onday.or.kr/wp/?p=7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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