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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록 쾌선생 Oct 15. 2023

순간의 행복을 놓치지 마라

너의 삶에 '여유'란 것도 있어야지 


자기계발서 안에 있는 사람들은 참 열심히 산다. 일에 열정적이고,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하며, 자신의 성공을 위해 끊임없이 달린다. 새벽부터 일어나 명상과 글쓰기를 하고, 매일 책을 읽고 토론하며, 나를 알리기 위해 애쓰고, 투두리스트를 모두 하기 위해 온 힘을 쏟는다.  

   

처음에는 나도 저렇게 살았던 때가 있었다. 그런 방식으로 스스로를 만족시켰다. ‘아, 나 참 열심히 살고 있구나!’라고 하는 자기만족과 더불어, 친구들도 소위 나에게 ‘갓생’을 산다고 표현했으니까. 그러나 가끔 나 자신을 돌아보면,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다. 만족 사이에서 불쑥불쑥 올라오는 불만족. 어제도 잠을 제대로 못잤는데 미라클모닝을 하겠다며 갑자기 확 일어나고, 투두리스트를 해내지 못하면 나를 원망했던 게 반복됐다. 실수 하나 허용하지 않는 삶은 나 자신을 꾸준히 압박했다. 처음 활기차던 모습과는 달리 얼굴에 웃음은 사라지고, 그저 “이 모든 일을 마치면 성공할 것”이라는 생각에 머무르며, 즐길 거리 하나 없이 지냈다.   

  

나에게는 세종도 비슷한 사람이었다. 앞서 말했듯, 세종은 그야말로 독서광이자 일벌레다. 실록을 보면 6개월동안 처리하는 업무가 500가지가 넘는다. 새벽 3시에 일어나 공부를 하고, 웃어른께 문안인사를 드리며 하루 3번 회의는 기본, 제사를 드리거나 백성들의 소리를 듣는 것이 일상. 1분 1초도 쉴 틈 없었을 것 같은 그의 모습에서 ‘역시 저렇게 해야 성공하나’라는 마음이 있었다. 자기계발서 속의 그들을 보며, 또 세종을 보면서도 난 항상 이런 의문이 있었다. ‘언제 쉬세요?’      



이런 나에게 ‘나는 이럴 때 즐겨’ 하고 말했던 사람이 있었으니, 그것도 세종이다. 


"오늘 같은 날은 드물다. 마땅히 각각 취하고 즐기도록 하라. 
대궐 안에 있는 여러 정승은 내가 술잔을 권할 것이니,
대궐 밖에 여러 신하는 이를 본받아라." 

이날 임금과 신하들은 같이 종일토록 즐겼는데, 
좌의정 이원(李原)은 일어나서 춤을 추기도 했다. 
세종께서도 “아침 날씨는 안개가 끼어 어둡더니, 
곧 도로 청명하게 개어 연례(宴禮)에 차착(差錯)이 없었으니, 
내가 이를 몹시 기뻐한다." 며 기쁨을 함께 나누었다. 7/1/1  

   


새해 첫 날, 안개가 끼어 걱정이 되었는데 이제는 환하게 개었음을 기뻐하며 술잔을 부딪히고 취하며 노는 모습. 그런 신하들을 바라보는 흐뭇한 전하의 용안(왕의 얼굴). 평생을 일만 하면서 살았을 것 같다는 내 생각과는 달리, 세종은 순간의 행복을 만끽하고 사람들과 나누고 있었다. 새해마다 명나라 황제에게 드리던 예식인 망궐례를 행하던 세종대왕은, 이례적으로 잔치를 베풀며 종일토록 즐겼다는 기사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랬었구나’ 하고 잔치의 분위기를 상상했을 뿐이었다.     


내가 이 실록 기사를 읽게 된 것도 새해 첫날이었는데, 그날 나는 세종대왕릉에 있었다. 세종대왕 역사문화관을 관람하고 나온 후 세종대왕 동상으로 향하는 길. 한치 앞도 안보이는 짙은 안개가 서서히 걷히기 시작했다. 어두웠던 하늘은 몹시 밝아졌고, 구름 한 점도 없는 맑은 날이 되었다. ‘너무 일만 생각하지 말고 이렇게 좋은 날을 즐기렴’ 하는 세종의 윤음(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새해 첫날에 세종대왕릉에 가는 건 한 해를 잘 보내보겠다는 나름의 굳은 마음이었는데, 그 굳은 마음만을 보느라 순간의 행복을 놓치지 말라는 세종의 당부. 성공하고 싶다는 마음에 몰두하다가 주변에 있는 행복과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고 있던 건 아닐까.      


‘치열하게 사는 삶’이란 나를 계속 ‘무엇인가를 해내야하는 사람’은 아닌 것 같다. 내 삶을 주도적으로 열심히 살면서도, 순간의 행복도 누릴 줄 아는 여유 있는 사람이 되는 것. 미래를 보느라 현재를 놓쳤던 내가 다시 보이기 시작한다. 순간이 모여서 하루가 되고, 하루가 모여서 1년이 되고, 1년들이 모여서 내 삶이 되는 법. 이제 순간의 행복도 느껴가며, 내 인생에 최선을 다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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