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읍'에 살고 있다. 아이의 초등학교도 읍에 있다. 그런데 과밀학교다. 학군이 좋은 것도 아닌데 학생이 많아 학교시설이 부족하다.아파트 단지가 형성되면서 지금의 자리로 초등학교가 옮겨왔다. 그때 넓게 짓지 못해서 우리가 이사오기 전 운동장 귀퉁이에 건물을 신축했다. 작년에는 급식실이 좁아 공사를 했다. 그 기간동안 아이들은 배달 도시락을 먹었다.
내년에 새 아파트가 입주를 시작하면 신입생은 더 많아진다. 그래서인지 2학기부터는 조리실을 공사한단다. 9월부터 또 급식을 못 먹게됐다는 설명과 함께 투표를 해달라는 안내장을 받았다.
1. 외부업체 도시락 2. 외부업체 위탁급식 3. 개인도시락 지참
아이를 기다리다 열띤 토론 중인 엄마들 이야기를 엿듣게 됐다. 학교는 더 이상 신축할 공간이 없어 도서관을 없애려고 했다가 반발이 심해 무산이 됐다고 한다. 그래서 조리실 공사를 할 수밖에 없는데 작년에 급식실 공사로 도시락을 먹는 동안 불만이 많아 이번에는 학부모 의견 수렴을 하게 됐다는 배경을 알게 됐다.
다음은 1-3 중에 뭘 선택할 것이냐에 대한 토론이었다. 엄마들은 1은 절대 안 된다였고, 5명의 엄마 중 3명은 3번 개인도시락을 선택하겠다는 의견이었다.
나는 일 하는 엄마이기도 하지만, 1~2학년 때 방학 돌봄 도시락을 싸보낸 경험이 있어 한 학기 내내 도시락을 싸겠다는 엄마들이 존경스럽게 생각됐다.
정말이지 매일같이 새밥을 하고 출근 전에 따뜻한 반찬을 준비하는 건 보통일이 아니었다. 학교에서 겨우 점심 한끼 먹고오는데 그것마저 내가 해야한다니! 두려웠다!
아이는 편식이 심하니 3번(개인도시락)을 해달라고 하면 어쩌지! 내 마음은 무조건 2번(위탁급식)인데!
아이랑 집에 오면서 이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두근두근
"엄마, 난 무조건 2번이야. 1번은 절대 안되고 3번도 절대 안돼."
엥? 아이가 도시락과 위탁급식을 헷갈린 건가?
"개인도시락 하고 싶다고?"
"아니. 2번 급식 하고 싶다고. 근데 애들은 다 3번이래. 어휴. 애들은 엄마 힘든 것도 모르나봐. 엄마 절대 3번은 하지마."
감동감동 그래도 미안한 마음에
"근데 너도 도시락이 더 좋은 거 아니야? 좋아하는 반찬 배부르게 먹을 수 있잖아."
"아니야. 5일도 아니고 한 학기 계속 싸야된대. 그건 힘들어. 안돼." 하면서 꼭 안아주는 아들♡
아들의 이런 마음도 모르고 혼자 두려워하던 순간의 내가 미안했다. 엄마가 힘들 거라고 판단할 줄 아는 아들이 엄마를 생각보다 많이 아껴주는 아들이 한없이 감사해진 하루였다.
사랑 가득한 너의 눈길이 거짓없이 사랑을 표현하는 너의 말소리가 나에겐 늘 기적같은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