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를 하던 24살
처음으로 혼밥을 했다.
그때의 혼밥은 서글펐지만
그 이후 혼밥은 자유시간이기도 했다.
기차 타고 타 지역 대학에 출근하던 그때도
기차역 근처 분식집에서 혼자 먹던 저녁은
꽤 기분 좋은 시간이었다.
연고가 없는 도시에서
혼자 밥을 먹을 땐
진짜 자유를 느꼈었다.
집 근처 대학으로 이직을 하고는
혼밥을 한 적이 없다.
동료와 함께 하는 점심시간이 감사했다.
하지만 때로는
피곤하고 우울한 내 감정은 뒤로 두고
동료들과 즐거운 척을 할 때도 많았다.
가끔은 혼밥이 필요했다.
지난주 금요일
나이 마흔에 처음으로 혼자 영화를 봤다.
혼밥은 자주 하지만 혼영은 처음이었다.
남편은 영화를 좋아해서 남편이 남친일 때부터 함께 극장을 자주 다녔다.
남편은 치우침 없이 모든 장르의 영화를 좋아한다.
딱 하나! 오컬트만 빼고!
그런데 나는 <파묘>가 보고 싶었다.
남편은 가위눌릴 것 같다며 거절했다.
심약하다고 놀리긴 했지만 강요하면 안 될 것 같아 나 혼자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혼영의 시간은 생각보다 좋았다.
영화를 보러 가는 길
보는 순간
끝나고 팝콘을 사서 집에 가는 길
모두 완벽했다.
혼밥만큼이나 혼영도
나만 생각할 수 있는 자유의 시간이었다.
가끔은 관계에서 벗어나
나만의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구나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