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엄마 뱃속에서 10개월이라는 시간을 거쳐 세상에 태어납니다. 하루하루 설렘을 안고 300일 동안 기다림 끝에 출생하는 게 '우리 아이'입니다.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아이의 부모입니다.
그러나 기쁨은 오래가지 않습니다. 기쁨은 사라지고 짜증과 걱정이라는 감정이 그 자리를 대신합니다. 아이가 말하기 전에는 말이 통하지 않아 힘들고, 말을 시작하면 호기심 가득한 행동이 부모를 힘들게 합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가면 배움이 새로운 걱정거리로 떠오릅니다. 남들보다 빠르게 숫자와 한글을 익히게 하고 싶습니다. 초등학교 교육과정 일부를 먼저 배우게 해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과연 이게 누구를 위한 교육인가요? 아이를 핑계 삼아 부모의 불안감을 채우고 있는 건 아닐까요? 어떻게 하는 게 올바른 교육방법일까요?
지금까지 해 왔던 '잘못된' 교육 방식
1. 학습지
주변 아이들을 보니 학습지를 시작합니다. '우리 아이만 괜히 늦어질까?' 불안해집니다. 다른 아이들을 따라 학습지를 시킵니다. 이때, 아이의 의견은 고려하지 않습니다.
어린 시절 아이는 뛰어놀고 싶어 합니다. 공부는 별 관심 없어요. 하지만 부모의 강요에 못 이겨 시작합니다. 학습지 공부를 하다 보니 부모가 수고했다고 칭찬해 줍니다. 먹고 싶은 걸 사주거나 장난감을 사주기도 합니다. 배움의 목적 대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학습의 목적이 바뀌어갑니다. 부모도 좋아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도 얻을 수 있으니 안 할 이유는 사라집니다.
부모는 아이가 100점을 맞고, 문제 답을 맞힐 때 가장 좋아합니다. 100점을 맞아야겠다는 생각, 문제 답을 맞혀야겠다는 생각이 아이 머릿속을 점점 채워나갑니다.
아이는 공부 과정을 중요시하거나 문제의 원리를 알고자 하지 않습니다. 이해가 되지 않으면 억지로 외웁니다. 그렇게 해서라도 정답만 맞으면 되니까요.
이런 교육방식은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통할 수 있어요. 그러나 초등학교 고학년, 중학교, 고등학교로 올라갈수록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반에서 1등을 하던 아이가 점점 등수가 밀려나고 점수가 낮아질수록 아이의 자존감은 크게 흔들리게 되지요.
점수만을 위해 공부를 해왔는데 점수가 잘 나오지 않으니, 모든 걸 포기하고 공부를 놓아버리는 경우도 생깁니다. 심각한 우울증에 빠져들기도 하지요.
더 큰 문제는 목적성이 없다는 거예요. 무엇 위해 공부하는지? 왜 공부해야 되는지? 대답할 수 없어요. 정답 맞히기가 공부의 목적이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대학교까지 이런 방식이 통한다 해도 훗날 본인의 적성에 맞는 일을 찾을 수 있을까요?
얼마나 공부가 싫었으면 아이들은 수능이 끝나자마자 책을 불태우고 찢어버릴까요?
무조건 다른 아이와 똑같이 '학습지'를 시키기보다는 '아이의 적성'을 찾아주는 게 우선시되어야 합니다.
2. 유튜브 영상
요즘은 돈을 들이지 않고 편하게 공부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건 '유튜브 시청'입니다.
유튜브에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공부 관련 영상이 존재합니다. 그런 영상들은 아이들이 좋아하기도 합니다. 부모는 공부라는 명목하에 아이들을 유튜브 영상에 노출시켜 줍니다.
한 두 번 노출시켜주다 보니 아이가 부모를 찾지도 않습니다. 유튜브 영상만 계속 보려고 합니다. 못 세던 숫자를 세고 한글을 읽기도 합니다. 게다가 부모는 갑자기 육아에서 해방된 기분이 듭니다. 아이는 공부하고 부모는 쉴 수 있는 유튜브 영상을 안 보여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때부터는 아이 유튜브 영상 노출 횟수와 시간이 급증합니다. 집에서도 보여주고 밖에 나가서도 보여줍니다.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습니다.
주변을 한 번 둘러보세요. 유튜브 영상을 시청하지 않는 아이들을 찾을 수 있나요? 부모는 육아를 하는 게 아닙니다. 아이를 단순히 방임하고 있는 겁니다.
유튜브 영상을 통해 공부는 진짜 공부가 아닙니다. 일방적 소통이기 때문이지요. 공부와 관련된 어떤 자극이 들어오면 아이는 스스로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궁금해해야 합니다.
그러나 아이는 궁금해하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고 결론까지 내버리기 때문입니다. 아이의 생각하는 힘을 빼앗아 버립니다. 단순한 지식전달과 그걸 암기하는 수준에 불과한 것이죠.
지금까지 공부를 시킨다고 생각했던 '유튜브 시청', 아직도 공부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아이에게 무언가를 가르친다는 것, 즉 공부를 시킨다는 건 아이 관심이 우선시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배운 지식들을 현실 속에서 직접 느껴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아이 스스로 관심분야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목적 없는 공부를 10년 하는 것보다 그 시간 동안 관심분야를 찾는데 집중하는 게 더 나은 선택입니다.
관심분야만 찾으면 거기에만 집중하면 됩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를 찾은 아이는 부모와 관계없이 스스로 열심히 합니다. 자신이 가고 싶은 방향과 목표가 명확하게 설정되었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성공할 확률도 높겠죠?
제가 아이와 하고 있는 한 가지 사례를 예로 들어 설명해 보도록 할게요!
저도 아이에게 유튜브 영상을 많이 보여주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육아에 대한 경험도 없었지만 일단 편했거든요. 그때만큼은 아이가 저를 찾지 않으니 쉴 수도 있었고요. 저 역시 몇 년 동안 육아가 아닌 방임을 했던 거죠.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문제가 발생했어요. 아이의 언어발달이 또래에 비해 한참 뒤처졌거든요. 그래서 모든 영상매체를 끊고 책에 집중하고 제가 육아에 직접 뛰어들었습니다. 아이와 함께 소통하는 시간을 최대한 많이 갖고자 했습니다.
제 아이는 마트에 가는 걸 좋아합니다. 먹고 싶은 걸 사는 것도 좋아하고 이것저것 시식하는 것도 즐기는 것 같더라고요. 거기서 한 가지 생각을 해보았어요. 마트에서 장을 보면서 아이 관심분야를 찾을 방법이 있을 것 같았습니다.
아이가 말이 느리니 글자와 숫자를 자연스럽게 노출시켜 주기로 결정했어요. 마트에서 과자를 살 때는 과자 이름과 선반에 붙어있는 가격을 숫자로 읽어주었습니다. 지나가면서 보이는 물건의 이름을 하나씩 말해 주기도 했지요.
아이가 듣든 말든 상관하지 않았습니다. 일단 노출시켜 주는 게 목적이었으니까요.
집에 돌아오면 아이와 함께 장본 재료를 가지고 함께 요리를 했어요. 재료를 같이 썰어보고 냄비에 넣었습니다. 그렇게 같이 만든 요리를 함께 나누어 먹었습니다. 싫어하는 식재료도 이런 과정을 거치니 하나씩 먹기 시작했습니다.
자기 전에는 아이를 품어 안고 책을 읽어주었습니다. 이런 과정을 3개월 정도 했을 무렵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는데요. 아이가 부쩍 말도 늘고 한글이나 숫자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집에서도 종이에 글자나 숫자를 쓰기도 하고요. 소리 내어 읽기도 합니다.
저는 옆에서 응원해 주고 아이가 관심보이는 분야에 대한 책을 사줬을 뿐입니다. 물론, 자기 전 책 읽는 건 빼놓지 않았지요.
만약 제 아이에게 말이 늦다고 억지로 학습지를 시켰다면 어땠을까요? 지금도 제대로 말을 하지 못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부모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건 아이의 관심분야를 찾아주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유튜브 영상을 보여주거나 억지로 학습지를 시키는 게 아닙니다. 그 효과를 극대화시켜주는 건 부모와 상호작용입니다.
내 아이에게 관심을 보여주세요! 세상 그 무엇보다 소중한 우리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건 공부가 아닌 부모와의 소통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