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있는 부모라면 누구나 내 아이가 공부 잘하길 바랄 텐데요. 그래서 아이가 유치원만 들어가도 하루에 2~3개씩 학원을 보냅니다. 학원에서 끝나지도 않아요.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해도 될 법한 국영수를 가르치기 위해 학습지도 시킵니다.
그러나, 이렇게 하면 우리 아이가 공부를 잘할 수 있을까요? 아이가 스스로 공부를 즐기면서 할 수 있을까요?
어렸을 때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건 공부가 아닙니다. 자연과 교감하고 부모와 소통하며 마음껏 뛰어노는 겁니다. 어렸을 때는 다양한 경험과 넘치는 부모의 사랑으로 아이 스스로 관심분야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어렸을 때 부모의 강요로 시작한 학원, 학습지 등은 아이를 망치는 지름길입니다. 아이가 아닌 부모 주도의 학습이기 때문이지요. 공부하라는 말은 잔소리로 들리고 스트레스로 다가옵니다. 어렸을 때 이런 경험은 공부 자체를 거부하고 부모와 관계를 멀어지게 만드는 주된 원인입니다.
하기 싫은 일을 자꾸만 강요하는 부모 말은 잔소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반발심마저 생기게 될 거예요. 아이가 커갈수록 부모를 거부하고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면 그건 아이의 문제가 아닙니다. 오롯이 부모의 책임입니다.
공부는 커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자유롭게 뛰어놀고 자신이 관심분야를 발견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 줘야 합니다.
바쁜 하루를 보내고 집에 온 아이는 잠자기 전까지 짧은 시간 만이라도 실컷 놀아야 합니다. 책을 볼 수도 있고 부모와 함께 역할놀이, 블록놀이 등 다양한 놀이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다수 아이는 어떻게 시간을 보낼까요? 태블릿을 하거나 휴대폰을 가지고 영상을 보고 게임합니다. 집에서 조차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없는 것이죠. 휴대폰, 태블릿과 같은 전자기기는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합니다. 아이는 스스로 사고하지 않고 맹목적인 정보를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입니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면 제때 잠드는 건 불가합니다. 집은 불이 다 켜져 환한 데다가 전자기기 빛도 수면을 방해합니다. 아이는 졸음이 오더라도 참습니다. 전자기기는 졸음을 참아낼 만큼 매력적이고 중독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부모도 아이에게 전자기기 사용을 통제하기는 어렵습니다. 부모 역시 휴대폰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기 때문입니다.
아이는 잠을 늦게 자고 아침에 늦게 일어나고 하루종일 피곤합니다. 이런 상태에서 또다시 유치원에 가고 학원 가고 학습지하고 늦게까지 전자기기와 함께합니다. 반복되는 악의 순환고리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됩니다.
어른은 7시간 이상, 아이는 9시간 이상 자야 합니다. 특히 밤 10시에 성장과 치유를 위한 호르몬이 나오기 때문에 늦어도 밤 10시까지는 잠들어야 합니다. 잠을 억지로 참으면 수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이 나오지 않게 되는데요. 졸음을 참으면 어느 순간 정신이 멀쩡해지고 잠이 오지 않는 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잠자는 시간은 절대 버리는 시간이 아닙니다. 잠을 자야 머릿속에서 단기기억을 분류해 필요 없는 건 버리고 중요한 건 장기기억으로 저장됩니다. 잠을 늦게 자면 잘 수록 정리시간은 줄어들고 머릿속이 정리되지 않은 정보로 가득 차게 됩니다.
건강상 문제도 발생합니다. 잠이 부족하거나 늦게 자는 아이들은 면역력도 약해집니다. 병원에도 수시로 자주 들락거리게 됩니다.
아이가 하품하거나 졸려하면 모든 걸 다 내려놓고 잘 수 있게 만들어 주세요. 꼭 해야 될 일이 있다면 아침 일찍 일어나서 하는 게 더 효과입니다.
저녁을 먹고 나면 집안 조명을 어둡게 해 주세요. 따뜻한 물로 가볍게 목욕하고 잠자리에 들기 전 책을 읽어 주세요. 억지로 읽으라고 강요할 필요는 없습니다. 자장가처럼 들려주면 됩니다. 처음에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아이도 시간이 지나면 '그래서 어떻게 되었데?'라고 물어보거나 책을 더 읽어달라고 조르게 됩니다.
자연스럽게 태블릿 같은 전자기기를 멀리하고 다양한 책을 통한 간접경험은 아이의 관심사를 빠르게 발견하고 찾아줄 수 있습니다.
아이와 하루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부모 목소리를 들으면서 잠이 드는 아이는 커가면서 내면이 강한 아이로 자라나게 됩니다. 잠들기 전 부모와 함께 했던 시간들이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장기기억으로 저장되기 때문입니다.
아이는 원하는 걸 배울 수 있고 부모는 억지로 강요하지 않아서 좋습니다. '말을 물가로 데려갈 수는 있어도 물을 먹일 수는 없다'라는 말이 있죠? 책을 사주고 학원에 등록해 줄 수는 있지만 배움을 대신해 줄 수는 없습니다.
본인 스스로 배움의 즐거움을 찾는다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알아서 합니다. 이게 모든 부모들이 원하고 바라는 진정한 '교육'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