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은 "시작"입니다. 1학년 습관은 초등학생 6년 기간 중 기초가 됩니다. 독서교육 부분에서도 책을 좋아하게끔 만드는 게 우선입니다.
책을 좋아하면 한글미해득 학생들도 글자에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책은 선생님이 읽어주더라도 책 읽은 후 느낌을 쓰려고 하면 한글로 단어나 문장을 쓸 줄 알아야 하기 때문에 글자 쓰려는 노력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2024학년도 1학년을 맡았습니다. 입학 준비할 때부터 그림책을 활용하여 1년간 학급 운영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지요. 출근길에 걸어 다닙니다. 한꺼번에 그림책을 교실에 갖다 두면 좋겠지만 매일 서너 권씩 들고 갑니다. 신간 도서 입고 느낌처럼 교탁에 쌓아둔 책에 학생들은 관심 가집니다.
1학년 교실 배정받았을 때부터 책꽂이를 어디에 놔두면 좋을까 고민했습니다. 집에서 사용하지 않는 2단 책꽂이를 칠판 아래에 두었습니다. 그림책을 한 권씩, 한 권씩 올려두었습니다.
앞에만 책을 비치하는 게 아쉬웠습니다. 학습준비물비로 플라스틱 책꽂이 다섯 개를 주문했습니다. 창가에 한 줄로 올려 두었지요. 여기에 그림책을 비치해도 될까 염려되었지만 크기가 작은 책 위주로 채우니 전면 표지가 보였습니다. 한 칸에 여러 권 꽂게 되면 책은 많이 들어갈 것 같습니다.
오늘은 고3인 큰딸이 초1 때 읽었던 책을 가져갔습니다. 교실 학생들보다 책이 나이가 더 많은 상황이었지만 선생님 큰딸이 너희들만 할 때 읽은 책이라고 부연 설명하면서 창가에 꽂았습니다. 학생들이 한두 권씩 가져가서 책을 넘겨봅니다.
매일 아침활동 시간에는 그림책을 스스로 읽습니다. 9시 1교시 시작 종이 울리면 그림책 한 권을 모두에게 읽어줍니다. 중간중간 이 내용 알아요, 이렇게 될 것 같아요 같은 학생들 반응도 받아주며 한 권을 읽어준 후, 느낌을 물어봅니다. 재밌다는 말만 하기도 하지만 학생들이 집중해서 들은 만큼 내용 파악도 잘 하는 것 같아 교사로서 기분 좋습니다.
매일 읽어주기 힘들 때도 있습니다. 목이 아픈 경우 포함입니다. 그럴 때는 유튜브 책 읽어주는 채널을 활용합니다. 피피티 형태로 책을 보여주거나 유튜브 화면으로 책을 노출시킬 때는 반드시 관련 종이책은 교실에 두려고 애쓰는 편입니다.
며칠 전, 학생들에게도, 부모에게도 <완벽한 아이 팔아요> 읽어주었습니다. 한 명의 학생이 그 책은 왜 없냐고 하더군요. 선생님이 안 샀다고 했더니 빨리 사 오라고 합니다. 그만큼 책을 좋아하게 된 것이지요.
초등 1학년에게 책을 좋아하도록 만드는 방법 세 가지를 제시합니다.
첫째, 주변에 좋아할 만한 책을 비치합니다. 저의 경우 2005년부터 그림책/동화책을 한두 권씩 모은 상태이기 때문에 집에 있는 그림책을 어서 빨리 교실에 갖다 두고 싶은 심정입니다. 그러면 서로 윈윈입니다. 저는 제 교실을 서재로 사용할 수 있어서 좋고, 학생들은 책을 가까이에 두고 볼 수 있어서 유익합니다. 한두 권 분실해도 연연치 않습니다. 집에서 먼지만 쌓인 채 보관하는 것보다는 책도 바깥바람 쐬고 독자의 사랑받는 것을 좋아할 테니까요. 소장 도서가 많지 않은 경우 지금이라도 한 권씩 모으기를 권해드립니다. 개인 비용을 써야 하기에 조심스럽긴 하지만 지금 제 블로그 글을 읽는 분이라면 독서교육에 관심 있는 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매달 한두 권 그림책/동화책 사 모으는 건 일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교사가 개인적으로 구매해서 읽고 교실에 비치하는 건 학생 앞에 "본보기"입니다. 약간의 투자 망설이지 않았으면 합니다. 카페 커피와 조각 케이크 먹을 땐 아깝지 않은데 책값은 아깝다? 글쎄요. 돈 가는데 마음 가지요.
둘째, 매일 읽어줍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매일 읽어주면 학생들은 책을 좋아하게 되어 있습니다. 특히, 읽어주는 사람이 담임 선생님이라면 그 자체로도 의미 부여가 된 셈입니다. 선생님이 읽어준 책은 또 보고 싶지요. 도서관에 가서도 눈에 보이면 우리 선생님이 읽어준 책이라고 좋아할 겁니다.
저는 전체를 읽어주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나태평과 진지해>를 읽어주다가 종례시간이 되었습니다. 마치기 5분 전, 자투리 시간 아까워서 읽어주기 시작했지만 5분은 금방 지나가더군요. 학생들이 언제 다 읽어줄 거냐고 항의(?) 합니다. 그래서 잘 되었다고 생각했지요. 궁금한데 내용을 더 이상 읽어주지 않았으니 도서관에서 책을 찾아 읽어야 할 겁니다. 아니면 부모에게 구매해달라고 요청하겠지요. 매일, 지혜롭게, 학생 독자와 밀당하면서 읽어주시면 읽어주는 담임 입장에서도 학생 반응에 재미날 겁니다.
셋째, 그림책 수업에 활용하세요. 국어 교과 시간에 활용해도 되고요,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구성해도 괜찮습니다. 1학년은 국어시간에 한글놀이를 합니다. 책 표지 모아둔 책 자음, 모음 찾기도 괜찮을 것 같고 텔레파시 게임도 좋습니다. 두 권의 표지 중에 선생님이 고른 책과 일치하면 점수를 얻는 거지요. 책 제목 맞히기 게임도, 빙고 놀이도 권합니다. 수학 시간에는 <괜찮아 아저씨>로 9까지의 수 수업했습니다. 그림책 활용하면 수업 시간에 교사가 빨리 책을 투입하고 싶어지기도 하더라고요.
수업에 활용할 때 반드시 전체 이야기를 쓸 필요는 없습니다. 장면 하나 발췌해서 학습목표에 맞게 활용한 후 더 이상 읽어주지 않아도 됩니다. 관심 있는 주제의 책은 학생들이 따로 책을 찾아 읽습니다.
초등 1학년, 낯선 환경에 적응 중인 학생들입니다. 좋아하는 책 한 권 교실에 있다면 적응 절반은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담임 선생님마다 특색교육 영역이 다를 수 있습니다. 엄마 입장에서 내 아이 선생님이 책을 강조해 주면 좋겠는데 줄넘기, 종이접기, 바른 글씨 쓰기 등을 우선 지도할 수 있잖아요. 그렇더라도 염려하지 마십시오. 담임 선생님이 무엇을 우선 지도하더라도 내 아이에게 도움 되는 교육입니다.
단, 부모님이 학생 등굣길에 가볍고 유머 있는 그림책 두세 권 넣어서 보내주세요. 쉬는 시간 친구들과 같이 보면서 깔깔 웃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