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 웅진 전집을 좋아했다. 지금도 괜찮은 책 많은 건 알지만 구매하지는 않는다.
작년에 교실에 보관했던 <3D 애니메이션 세계명작동화 2>는 학교 이동 이후 집에 꽂아두었다. 마땅히 둘 곳도 없었는데 방치된 상황이다. 걸어서 5분 거리에 근무하는 나는 매일 두세 권씩 책을 챙겨서 출근한다.
마음 같아서는 우리 집 전집을 모두 교실에 가져오고 싶다. 책꽂이도 2단으로 구매해서 칠판 아래에 비치하고 싶어서 쿠팡에 사비로 주문을 넣었다가 취소했다가를 두 번 반복했다. 책을 먼저 가져온 후 조리할 책꽂이를 구매해도 늦지 않으니까.
최근에 갖다 둔 명작동화 다섯 권을 자주 읽는 학생이 눈에 띄었다.
"재밌니?"
"네"
"선생님이 한 권씩 갖다 줄게."
출근하자마자 가방 속 책 정사각형 모양의 명작동화 한 권을 꺼내 OO 이를 부른다. OO 이는 시크한 표정으로 책을 받아 간다. 며칠간 계속 배달 중이다.
"선생님 나도 읽을래요."
다른 친구들도 책 배달을 알아차린 듯하다. 당연히 읽으면 되지.
책에 미쳐서 살았다. 특히, 전집 많이도 샀다. 형편 좋아서 산 것도 아니고 구매 중독이라고나 할까. 이름 스티커도 붙여두었다. 우리 반 친구들은 내 원래 전화번호 모른다. 투넘버 쓰니까. 그런데 전집에는 원래 전화번호 붙어 있다. 상관없다. 이런 식으로 이름도 붙여두니 전집을 중고로 팔기도 애매했다. 집에 놔두거나 버렸다. 재활용에 버리면 누군가 주워가는 것도 탐탁지 않았다. 내가 구매한 책을 다른 엄마가 공짜로 주워가는 걸 보고 싶지 않았다.
작가가 된 이후로 마음이 바뀌었다. 교실에 이웃에게 나누어 주지는 않지만 현재 가지고 있는 전집을 교실에도 둘 줄 안다. 어차피 방치된 책 교실에서 빛을 보면 서로 좋다. 1학년 우리 반 아이들에게 명작과 옛이야기 한 세트는 미리 보여줄 참이다. 특히, 웅진 옛이야기 중 몇 권은 교대 옛이야기 교수님도 괜찮다고 했으니까.
책은 독자가 있어야 역할을 다 한 거다. 우리 반 독자 덕분에 책 배달 재미가 난다. 걸어 다니는 신세라 4면을 채울 만큼 책을 가져오지는 못하지만 한 권씩 보여주는 재미도 나쁘지 않다.
교실 속 독서교육은, 숨어 있는 책에 담임이 의미를 부여하여 학생에게 선물하는 것이다.
호들갑도 떨어본다. 너무 귀해서 선생님이 가방에서 꺼내고 싶지 않다는 둥. 책 찢으면 내 가슴 찢어진다는 둥.
아침마다 하는 잔소리가 있다. 아이들은 이미 다 외웠다. 실천 문제는 둘째 치고서라도.
"선생님이 제일 싫어하는 게 뭔가요?"
"선생님 책에 우유 쏟는 거요!"
쿠팡에 책꽂이를 또 조회해 본다. 빈 벽을 그냥 두지 못한다. 병이다. 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