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차 경력. 6년 차 학년부장이다.
부장하지 않았던 15년 기간 동안에는 나의 부장도 있었다.
A 학교에서의 부장은 엄마 같았다. 먹을 것 자주 챙겨 주었다. 학년부장은 1교시 마친 쉬는 시간에는 여섯 반 담임과 두세 명 전담교사를 위해 연구실 책상에 과일을 준비해 두었다. 나는, 먹고 치울 줄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학급 학생들끼리 싸움이라도 일어나면 내가 어떻게 중재할지 몰라 고민할 때 많았다. 부장과 의논하며 말하는 방법, 부모에게 전화하는 내용까지 알려주었다. 저 경력 교사였을 때 학년을 총괄하여 책임 지던 부장 덕분에 학교생활 잘 버텼다.
그러나 A 학교에서 우리 반 만의 특색 있는 활동을 하려고 하면 동 학년 눈치가 보였다. 내가 학습지 한 장이라도 인쇄할라치면 여섯 반 분량을 모두 준비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래야 마음이 편안했다. 반대로 나도 학습자료 부분에서 덕보기도 했지만, 나의 수업 계획과 맞지 않아서 버리는 종이도 있었다.
B 학교에서는 학년부장의 역할이 A 학교보다는 가벼웠다. 학급마다 관여하지도 않았고 부장으로서의 최소한의 일만 챙기는 듯했다. 그래서 학급 운영에 자율권이 있는 것 같아서 처음엔 편안하다 여겼으나 A 학교에서 익숙해진 탓에 '이 학교 분위기 왜 이래?'라는 마음도 생겼다. 4,5년씩 근무하다 보니 학교별로 적응하게 마련이다.
부장이 아니었던 B 학교에서 나는 어떻게 행동했는지 떠올려 보았다. 부장이 학년을 모두 챙기지 않더라도 내가 일을 서둘러 해서 필요한 학반은 자료를 주겠다며 나섰던 것 같다. 내가 먼저 챙긴 서류를 부장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간략하게 학교 분위기를 말하느라 A 학교, B 학교라고 칭해보았다. 요즘 나의 경우 A와 B의 부장 역할의 중간쯤 하는 것 같다.
업무 연락을 자주 하지 않는다. 모임도 최소화한다. 안전을 위해서 한두 마디 아이들을 챙기는 것 외에는 다른 학급의 일에 관여하지 않는다. 학습자료야 상호 전달을 하는 편이고 주로 내가 선생님들에게 자주 얻어 쓴다. 수업 아이디어도 옆 반 덕분에 배운다.
현장학습을 앞두고 나는 무엇을 책임지면 될까 생각해 보았다. "문의 사항은 1학년 부장에게"라는 멘트를 학년 알림장에 넣었다. 전화번호도 기재했다. 동 학년 선생님이 넘 멋지다는 말을 해주었다. 부장으로서 동 학년 마음 편안하게 해드리고 싶다는 게 내 생각이다. 과일 깎아 챙길 줄 모르고 청소 올케 할 줄도 모르는 사람이지만 마음만이라도 챙기고 싶다. 그리고 동 학년 각반 특색 있게 운영해도 응원하고 존중한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고 학교마다 분위기가 차이 난다. 사람 생각도 잘 변하지 않으며 구성원이 바뀌어도 학교의 분위기는 그대로 가는듯하다. 다르다는 게 정답이다. 좋았던 점, 배울 점을 생각하는 게 정답이다.
선배 부장들을 떠올린다. 나라면 어떻게 행동할까 고민해 본다. 부족한 점은 부족하다고 인정하면 된다. 마음으로 응원하는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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