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일 남았습니다. 입학할 때부터 남아 있던 수업 일 수를 셌으니 그만큼 견딘 거지요. 요즘엔 사랑받으러 학교 가는 것 같습니다. 잘 따라주는 모습에서 보람도 느낍니다. 최근엔 미뤄 둔 책 만들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교과 진도도 염려되고 기초 학력도 도와주어야 하는 입장이지만 나를 담임으로 만난 아이들에게 누구와도 해볼 수 없는 단 하나의 경험, 책 만들기를 진행하는 것을 이번 주 목표로 삼았습니다.
시를 써본 후 느낌을 메모해 보자고 했습니다. 좋다고 말하는 학생 15명, 힘들다, 지루하다고 말하는 학생은 4명입니다. 지루하다는 말에 마음이 꽂혔습니다. 이유를 물어보았지요. 연필 잡고 썼다가, 선생님이 보라색 사인펜으로 줄 그어주고 글자 바꿔주니 또 써야만 합니다. 그래서 지루하다고 한 것 같아요. 지루한 이유를 논리적으로 말한다는 건 1학년에겐 어려운 일입니다. 대화를 통해 이유를 짐작해 볼 뿐입니다.
대다수가 좋다고 했는데 몇 명의 학생이 힘들다고 하면 이끌어가는 입장에선 힘 빠집니다. 책 만들기는 개인 시간을 더 투자해야 마무리가 됩니다. 사서 고생하는 것이지요. 그럼에도 이렇게 진행하는 이유는 마무리 한 후에 뿌듯함을 경험하기 때문입니다.
1학년에게 지루하다고 들은 말은 상처가 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여덟 살밖에 되지 않은 꼬마이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나의 눈높이도 낮추어 반응을 듣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여덟 살에게는 '지루하다'는 표현 외에 유창한 말들이 떠오르지 않아서 감정을 서툴게 적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는 제법 권위도 있고, 따르는 사람도 있어서 존경할 만하다고 생각했는데도 불구하고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그동안 쌓아온 업적에 찬물을 끼 얻는 줄도 모르고 감정적으로 말을 하는 것이지요. 신뢰하는 사람이 뱉은 말엔 더 많은 상처를 받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럴 때 우리는 무엇을 취해야 할까요? 이성적으로 행동하는 세 가지 방법을 제안해 봅니다.
첫째, 사람은 완벽하지 않다는 점을 되새겨야 합니다. 누구나 단점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그동안 단점은 보이지 않았고 본받을 점만 봤다는 것은 본인에게도 책임이 있는 것입니다. 다 부족한 사람이다 생각하고 그러려니 정신이 필요한 것이지요.
둘째, 내게 상처가 되지 않도록 마음의 거울을 붙입니다. 일명 반사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상처 주는 말을 하는 사람이 가장 먼저 험한 말을 듣게 되어 있습니다. 말 함부로 하는 사람들은 본인이 옳다고 생각할 테지요. 그들과 다시 대화한들 기분만 더러워질 수 있습니다. 그냥 반사합시다.
두 가지 생각을 해보았지만 여전히 마음이 힘들다면, 마지막으로 그냥 초등 1학년이라고 생각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처음에 얘기했지요? 1학년은 표현할 수 있는 언어가 많지 않아서 지루하다고 퉁치는 것 말입니다. 상대방이 함부로 말한다면 그건 나 때문이 아니라 본인이 딴 데서 열받아 놓고는 나에게 화풀이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감정 통제할 줄 모르는 것이지요.
미숙한 사람들에게 상처받지 마시고 나에게 주어진 소중한 시간에 능률적인 일을 추진하시기 바랍니다. 기분 나빠서 하던 일을 멈춘다면 손해는 더 커집니다. 내 시간과 오늘 삶을 생산적인 일에 사용하십시오. 돼먹지도 않은 사람들 때문에 에너지 소진하는 것 참으로 어리석은 행동입니다.
업무하면서 별일 다 생깁니다. 때로는 동시에 터지기도 합니다. A 교사한테 하는 말 다르고 B 교사한테 전달하는 내용이 또 다릅니다. 초딩들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러려니 정신, 마음의 거울 활용, 내 일에 집중하는 태도로 쓸데없는 감정 다 내려놓으려고 합니다. 이성적으로 행동해야 합니다.
지루하다고 했던 책 만들기, 진행해야겠습니다. 쓰고 나면 제 생각도 정리되니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