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삭한 햇볕이 내리는 커피숍, 겨울의 끝자락
"반투명한 검정 블라인드로 가려둔 큰 창 아래로 햇살이 비친다. 바삭바삭한 햇볕. 눈으로 보기만 해도 알 수 있는 따뜻한 공기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제일 먼저 커다란 사진 프린트가 눈에 들어온다. 바닥부터 천장에 닿을 듯 큰 그림은 족히 3미터 높이는 되어 보인다. 성인인 내가 팔을 양껏 벌려도 끝에 닿지 않을 만큼 널찍한 화폭 안에는, 안개 낀 언덕 아래로 푸른 숲이 펼쳐져 있다. 평평한 언덕 능선 위로는 창고 같은 집이 한 채 보인다. 유럽의 어느 시골인가 싶다가도 다시 보니 아닌 듯하다. 그보다는 에티오피아의 어느 커피 농장, 질 좋은 커피콩을 재배하는 마을이라 상상해 본다. 커피숍에 제격인 풍경이다.
은은한 조명 아래, 왼편 벽을 따라 커피콩과 머그컵 등 다양한 관련 상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판매보다는 매장의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강조하는 듯 세련되고 여유로운 느낌을 준다. 정면에 보이는 판매대는 가지런하고 깨끗하다. 조각 케이크가 담긴 냉장 진열장과 계산대가 놓인 중앙 판매대 뒤로는 다양한 크기의 커피 메이커와 음료 작업대가 자리하고 있다. 그곳에서 일하는 직원들 등 뒤로는 메뉴와 음료 사진이 걸려 있어, 누구나 들어오면 새로운 음료가 궁금해지게 만든다. 현명한 배치다.
음료를 주문하고 빈자리를 찾아 둘러보니, 커피콩을 형상화한 벽 장식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채도를 달리 한 갈색과 흰색의 커피콩 문양들을 굽이치는 산맥 모양의 배경 위에 적절히 배치해 두었다. 추상인 듯 아닌 듯 오묘한 장식이다.
매장 중앙에는 족히 5미터는 넘어 보이는 긴 테이블이 놓여 있고 양쪽에 여섯 개씩 의자가 마주 보고 있다. 벽면을 따라서는 소파와 둘이 마주 앉기 좋은 둥근 테이블이 놓였다. 긴 테이블 한쪽으로는 천과 나무로만 이루어진 낮고 단출한 1인용 소파 네 개가 낮은 둥근 탁자를 둘러싸고 있고, 반대편으로는 식탁 모양의 4인석 테이블이 자리 잡았다.
손님들은 저마다 편한 자리에 앉아 각자의 일에 몰두해 있다.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는 사람, 노트북을 켜고 무언가 작업하는 사람도 있다. 6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성 두 분은 다리를 쩍 벌린 채, 마치 자신들의 이야기를 온 세상이 알아주길 바라기라도 하듯 큰 목소리로 대화를 나눈다.
반투명한 검정 블라인드로 가려둔 큰 창 아래로 햇살이 비친다. 바삭바삭한 햇볕. 눈으로 보기만 해도 알 수 있는 따뜻한 공기다. 겨울의 끝자락, 이제 이른 봄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기온이 오르고 있다. 봄이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