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끝났다가 저절로 입 밖에 나온 한 학기였다. 아마도 그만큼 진절머리가 나서 그랬을 것이다. 석사 시절부터 회사와 공부를 병행했기 때문에 사실 햇수로 4년이라는 시간 동안 두 가지를 병행했다.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힘든 것에 대해 어느 정도 내성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는 있었는데, 물론 그 과정에서 아파오는 목이나 때로는 밤을 새우는 거 때문에 힘들 때도 있었다. 그래도 이번 학기도 무난하게 끝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건 오산이었다.
코로나 그리고 바뀐 환경
매 학기가 끝나면 사실 시원 섭섭하기도 하고 방학이라는 생각에 설레기 일 수였는데, 이번 학기는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이 몰아쳤기에 너무 진이 빠지기도 하면서 학수고대를 할 수밖에 없던 시간이었다. 애초에 코로나 사태로 인해서 개학이 늦어진 것이 체감적으로는 한 학기가 길어진 것처럼 느껴졌다. 통상적으로 6월 말이면 학점이 다 나오는 시간인데, 그 기간에 과제를 하면서 수업을 듣는다고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게다가 난생처음 맞는 전 과목 온라인 수업은 당황스러웠다. 어떤 교수님은 녹화본 수업을 듣게 하거나, 어떤 교수님은 Zoom을 통해서 실시간 수업을 하거나, Zoom을 통해서 조별과제를 하거나, 처음 몇 주는 과제로 대체를 하는 등. 다양한 교육방식(?)에 적응이 되지 않았다. 물론 매주마다 학교에 가는 버스에 몸을 싣고 지친 몸을 이끌고 꾸벅꾸벅 졸면서 가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은 있었다. 그리고 주말 아침 일찍 시작하는 과목을 위해서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일찍 눈을 떴다가 조금 더 자야지 하다가 수업을 늦게 켜게 된 적도 많다.)
바뀐 업무 그리고 몰아치는 업무
올 상반기 진급을 하게 되고 코로나가 시작되어 재택근무를 시작할 때쯤 업무가 바뀌었다. 기존에 하던 업무도 아니고 업무 인수인계도 초반에는 재택근무로 인해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PPT로 대부분 업무를 했었는데, 갑작스럽게 대부분의 보고서가 엑셀로 되어 있어서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물론 엑셀은 아직도 익숙해지려면 멀었다.)
업무 용어들도 생소하고 게다가 관심이 없는 분야여서 더 샘(?)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게 덜 생겼다. 아무래도 학교 공부랑 숙제를 할게 많기도 하고 말이다.
이번 학기는 역대급 과제 지옥
코로나로 인해서 발생한 큰 변화는 과제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수업을 제대로 들었는지 확인하고자 매주 수업 후 수업내용을 정리해서 올려야 했다. 그리고 매주마다 있는 리딩 자료들을 읽고 개인적인 공부들도 병행해야 되었다.
개인 발표라도 있는 날이면 주말 내내 쓰거나, 하루 월차를 쓰고 밤새 과제를 하기도 하면서 그렇게 하루하루를 버텨갔다. 사실 박사 때는 내 논문을 쓰고 연구를 하기 위해서 리딩을 많이 해야 되는데 사실 시간에 쫓기다 보니 과제랑 수업 리딩만 읽으면 하루와 주말이 훌쩍 갔다. 그러다 보면 한 번씩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이렇게 사서 고생을 하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것은 코로나 때문에 많은 오프라인 모임들이 줄어서 그 시간을 오로지 과제에 쓸 수 있었다는 것이다.정신없이 지내다가 그 날 수업이 있는지 모르고 본의 아니게 결석을 하기도 하면서 지냈던 한 학기였다. 꽤 진절머리가 났기 때문에 다시는 이런 경험을 안 해봤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중간에 있는 아카데미나 6.15 남북정상회담 20주년 행사들 등 행사들을 참석하는 것도 신경 쓰이는 것들 중 하나였다.
한 학기의 끝은 역시 성적표
그리고 코스웍을 빨리 끝내고 싶다 보니 3학점 전공과목을 매 학기 4과목씩 해서 총 12학점을 들었으니 동기들보다 더 피로도가 높았던 것 같다.
2학기 성적표
2학기 성적표를 보니 그래도 직장 생활하면서 힘들게 공부했던 게 나쁘지 않게 결과가 나와서 다행이다 싶었다.
4.5학점 기준으로 총 4.11 학점을 받았으니 말이다.
물론 수업을 까먹고 결석을 하고 지각을 해서 그 점수들이 마이너스가 된 듯하지만 그래도 성적표에 B라는 알파벳이 없어서 다행인 듯하다. 다음 학기는 좀 더 성적을 올려봐야지 하는 생각을 하다가도 잘 해낼 수 있을까? 고민을 하게 된다.
그리고 요즘에 주간 52시간이 시행된 후 주변 동료들(대부분은 박사 진학 사실을 모른다.)이나 친구들이 대학원 진학에 대해서 많이 물어보곤 한다. 이것저것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들어보고, 내 생각을 들려주면서 있기는 하지만, 결국엔 선택은 자기 몫이고, 사실 정답은 정해져 있는데 괜히 자기 위안(?)이나 확신을 얻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은 듯하다.
개인적으로는 무사히 일반대학원 박사과정과 직장생활을 잘 마무리해서 누군가에게 용기(?)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상반기 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