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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버멘쉬 Nov 06. 2023

6편. 엎친 데 덮친 격

‘늦어도 괜찮더라고요’

삼수할 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사실 나의 공부 기록보다는 힘든 상황들이 많이 기억에 난다. 나의 소중한 사람들을 많이 잃은 해였다. 어쩌면 아직까지도 상실감이 느껴지고, 큰 충격이었던 것은 ‘외할아버지의 죽음’이었다. 나는 가족의 죽음을 처음 경험해 봤다. 


나는 외조부모님 댁에서 꽤 오래 살았어서 외조부모님에 대한 친밀함과 애정도가 더 높다. 특히 나는 어릴 때부터 자기주장이 셌어서 항상 내 멋대로 행동했다. 그래도 외할아버지는 항상 내게 무조건적인 사랑으로 나를 보살펴 주셨다. 어쩌면 부모님보다 외할아버지께 더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느낄 정도였다.


심지어 외할아버지는 내가 재수, 삼수한다는 말을 듣고 공부 비용도 보태주셨다. 나를 독촉하지도 않았다. 항상 외할아버지를 뵈러 가면 마음이 찡했다. 그래서 꼭 목표를 이룬 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은 우릴 기다려주질 않는다. 정말 흔한 말이지만, 사실이다. 지병이 있으신 분이 아니었기에 정말 한 순간의 죽음이었다. 그렇게 처음 소중한 사람의 죽음을 경험하고, 나는 마음속으로 방황을 했다.


친한 친구들도 잃었다. 무덤까지도 같이 갈 친구들일줄 알았는데, 결국 영원한 건 없었다. 친구들의 사소하지만 서운한 행동에 나는 끝까지 그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들은 내게 지쳤다. 한 번의 다툼이었지만 결국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하고 우린 각자의 인생에서 서로를 지웠다.


정말 온전하게 혼자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하지만 나를 지킬 수 있는 것은 오직 나라는 생각으로 버텼다. 그렇게 남은 수험 기간을 마무리했고 삼수도 일단락 됐다. 원하는 목표를 이루진 못했지만 인서울 정도는 쓸 수 있을 정도여서 일단 대학을 조금 높여서 정시 지원했었다.


하지만 더 현실적이지 못한 탓이었을까. 아니면 한 번 더 해보고 싶단 미련이 남은 탓이었을까. 결국 붙은 대학은 없었고, 보편적 정서에서 수능의 마지노선인 ‘삼수’를 넘어 ‘사수’에 도전하기로 결심한다. 이 정도면 입시 중독일까. 어쩌면.

이전 05화 5편. 다른 목표로,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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