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위버멘쉬 Nov 06. 2023

8편.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자

‘늦어도 괜찮더라고요’

대학 입시에서 난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 원하는 목표를 하나도 이루지 못했으니. 하지만 그 또한 ‘나’다. 내가 한 일이고, 나의 능력이다. 그래서 인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좌절감에만 빠져있을 순 없었다. 미래를 살아가야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난 언젠가 성공할 사람일테니까. 이런 고난들은 날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경험들이자, 내 인생의 디딤돌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그렇게 현실에 맞춰 대학에 지원했다. 문과로 수능을 봤지만, 뭔가 목표 대학도 아닌데 문과로 대학을 가기 싫었던 것 같다. 그래서 다시 이과로 교차지원을 해서 대학을 갔다. 높은 기준 말고 보편적 기준에서 인서울의 마지노선이라 볼 수 있는 대학의 자연과학대학(학부)에 입학했다. 그렇게 나는 드디어 새내기가 됐다.


하지만 마냥 즐거울 순 없었다. 일단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는 찝찝함이 계속 남아있었고, 코로나19로 인해서 정상적인 대학생활을 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현실을 살아가야 한다. 무엇보다 나는 내가 놓여있는 상황에 최선을 다하는 편이다.


비대면 대학 생활이었지만 열심히 대학 생활을 하려고 노력했다. 물론 비대면의 한계는 있지만, 학교에서 개최하는 토론대회를 참여하거나 비대면으로 대학 사람들과 전공과목 스터디를 하는 등 교내 활동에도 참여했다. 수업도 비대면 녹화 강의로 들었지만, 나름 계획을 짜서 수강하여 학점도 꽤 좋았다. 1학기에는 5등을 하여 30퍼 장학금을 받았고, 2학기에는 1등을 하였다.


목표에 동기부여를 강하게 받는 나는, 곧이어 다시 새로운 목표를 설정했다. 전과 그리고 편입. 자연과학대학으로 입학해서 성적은 곧 잘 받았지만, 지속적으로 좋은 성적을 받기에는 적성이 아니란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됐다. 그래서 1학년 때의 좋은 성적을 바탕으로 문과로 전과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2학년을 마치고 목표 대학 이상으로 편입하고자 하는 2차적 목표도 세웠다. 어떻게 보면 나는 하나의 목표에 매우 집요한 편인 것 같다. 목표를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편이다. 끝까지, 될 때까지, 길을 찾는 편이다. 사실 이러한 성향이 항상 득일순 없지만, 득이 될 때도 있다.


12월 중순쯤이었다. 1학년 2학기가 끝나가는 시점쯤이었다. 나는 기적 같은 결과를 하나 얻었다. 평생을 살면서 정말 얻기 힘든 기적이었다. 인생은 정말 단짠단짠(달고, 짜고, 달고, 짜고)의 반복인가보다. 죽으란 법은 없나보다. 어떻게 보면 개인이 겪는 고통의 총량은 여러모로 비슷할 수도 있다. 정말 크고 연속된 좌절 끝에 기적을 맛볼 수도 있으니 말이다.

이전 07화 7편. 4번째 도전, 진짜 마지막 수능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