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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버멘쉬 Nov 13. 2023

9편. 기적을 맛보다

‘늦어도 괜찮더라고요’

‘기적’을 마주친 적이 있는가?

기적이라는 것은 인기척 없이 인생에 갑자기 찾아오는 존재다. 인생에 아무런 진전이 없다 생각해도 결국 우리는 매일 최소 한 발짝은 전진하고 있다. 그래서 노력이 가시적이진 않아도 헛된 노력은 없다. 분명히 우리를 성장시키는 자양분이다.


143:1

내가 지원한 대학 전형의 경쟁률이다. 나는 어마어마한 경쟁률을 뚫고 143:1의 주인공이 됐다. 결국 우여곡절의 대학 입시 끝에 ‘기적’을 마주친 것이다. 나는 현대판 장원급제 전형이라 불리는 한양대 인문 논술에 붙었다. 한양대 논술은 수능 최저 기준이 없어서 수능을 응시하지 않고 논술을 잘 쓴다면 붙을 수 있는 전형이라 그러한 별명이 붙었다.


정말 행복했다. ‘합격’이라는 글자를 본 순간 그동안 나의 모든 노력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가장 간절했던 순간이고, 수백 번 바랐던 순간적이어서 더욱 벅찬 감정이 들었다. 목표 대학 중 하나였고, 드디어 스스로에게 미안하지 않을 수 있었다.


사실 대학이라는 것은 인생에서 교육을 받기 위한 수단이지 인생의 목적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 그런데 현실은 온전히 그렇지 않다. 한국의 학생들은 12년 간 마치 인생의 목적이 ‘대학’인 것처럼 치열하게 공부하고 경쟁한다. 그 과정에서 20대 때 “대학, 별 거 아니다”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물론 사회는 더 넓고, 대학만으로 성공이 좌우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러나 오랫동안 들인 대학 입시를 위한 노력이 기왕이면 빛을 발하기를 바라는 게 일반적인 생각일 것이다. 또한 개인에게 목표 달성의 성공 경험은 추후 다시 그 사람의 성공을 이끄는 원동력이 된다.


모두에게 대학이 중요한 의미는 아니지만, 최소한 내게는 내가 정한 목표를 달성했다는 점에서 뜻깊었다. 논술 합격이라는 것을 상상하긴 해 봤다. 그러나 그저 애초에 재능을 가졌고, 운이 좋은 사람들이 붙는 전형인 줄 알았다. 사실 많은 사람이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나는 아직도 내가 글을 특출 나게 잘 쓴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한 가지 분명한 건 주어진 바를 파악하고 그에 대한 답을 써낼 수 있는 글 실력은 있다는 것이다. 


한 번은 학과장 교수님께 수업의 쉬는 시간에 ‘논술’에 대해 잠깐 물은 적이 있었다. 어떻게 논술을 채점하고 합격자를 발표하는지 잠깐 들었다. 그리고 내가 운이 좋았다고 하자, 교수님은 절대 운이 아니라고 했다. 나는 내가 문제에서 요구하는 정도의 글을 어느 정도 쓸 수 있는 정도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143:1 경쟁률에서 눈에 띄었다는 건 운의 요소의 작용도 어느 정도 존재했을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교수님의 말씀으로 나는 그래도 자신감을 얻었다. 계속된 입시 실패에, 스스로가 쓸모없는 존재인지 고민했던 시기에 나의 능력 하나를 발견한 것 같았다. 그래서 자만은 하지 않되, 어느 정도 다시 자신감을 가져 보기로 했다.


또한, 목표 대학에 논술로 합격한 순간은 나를 도전의 세계로 이끄는 시발점이 됐다. 결국 ‘고진감래’라고 했던가. 내 모든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나를 성찰할 수 있는 기회였고, 성장의 발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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