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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버멘쉬 Nov 06. 2023

7편. 4번째 도전, 진짜 마지막 수능

‘늦어도 괜찮더라고요’

나는 결국 사수를 하게 된다. 정말 마지막 수능이라고 되뇌었다. 그리고 수험 상황에 있어서 예년과 다른 변주를 줬다. 매년 재수 독학학원에서 공부를 했었는데, 이번에는 처음으로 재수 종합반에 다녔다. 또한 처음으로 논술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아예 정시로는 힘든 것 같아서 최저를 맞춰서 인문 논술을 응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재수종합반으로 옮긴 탓인지, 내가 목표한 대학까지는 무리지만 그래도 안정적으로 인서울 대학에 갈 정도의 성적은 계속 나왔었다. 그리고 그동안의 성적 중에서는 모의고사 성적이 가장 좋았다. 그래서 이번엔 꽤 순조롭게 입시가 풀릴 것이라 생각했다. 수능 직전 모의고사까지 나름 좋았다. 그리고 하나 더, 논술이라는 선택지도 있으니까. 엄청 불안하진 않았다.


그러나

수능과 나는 연이 아닌가 보다. 끝끝내 나는 스스로와 타협할 만한 성적을 받지 못했다. 삼수 때와 성적과 비슷했다. N 수 실패는 나태해서가 아니다. 그만큼 결과로 보여주진 못했지만 스스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부족한 건 그냥 나의 한계였다. 어쩌면 내가 타고난 나의 한계.


만족할 만한 수능 성적을 얻진 못했지만 논술 최저는 많이 맞춰서 논술로 대학을 갈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은 갖춘 상태였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논술 특강을 들으면서 제발 논술로 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랐다. 내 마지막 희망이었다.


희망은 쉽게 닿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예비번호 하나 없이 나는 ‘광탈’했다. N 수를 생각하는 누군가에게 말해주고 싶다. 도전은 본인의 몫이지만, 도전에 대한 고통도 본인의 몫이라는 것을. 물론 추후에 다시 말하겠지만 이 모든 도전들이 허무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미래를 알 수 없는 우리에게 현재 닥친 큰 실패는 버티기 버겁다.


이 순간 내가 버틸 수 있었던 건 결국 ‘인정’이었다. 내 능력에 대한 인정, 그리고 한계에 대한 인정. 더 이상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될 시점이었다. 난 더 이상 수능을 잘 볼 자신이 없었고, 그동안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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