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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기 Aug 01. 2020

예민함은 재능이다

예민한 사람에 대한 오해

쓸 데 없이 유난이네? 그만 좀 예민하게 굴어

예민한 사람들은 자신의 예민함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타인으로부터 '예민함'을 공격당한다. 예민하다는 것이 어떤 모습이길래 그만해야만 하는 불편한 모습인 걸까? 예민함은 긍정적인 의미보단 부정적인 의미로 많이 쓰인다. 예민한 사람을 생각하면, 대부분 신경이 날카롭고 작은 것 하나를 쉽게 넘기지 못하는 까다로운 사람 떠올린다. 나 또한 살아가며 예민하다는 평가를 차곡차곡 들었다. 하지만 예민함을 지적당하기 전에 나 먼저 나의 예민함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자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민하다는 말을 들을 때면 상황 상 내 잘못이 큰 것 같았고, 내가 유난을 떠는 상황처럼 느껴져서 예민한 내가 이상한 것이라고 믿고 살았던 것이다. 그래서 내가 진짜 예민한 사람인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한참을 생각하다 보니 내 내면의 모습과 주변의 관계가 이해되었고 나는 내 예민함에 대해 큰 오해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예민함은 쓸 데 없는 유난히 아니라 인정해야 할 재능이었다. 이를 알고 나니, 이것 저것 신경 쓸게 많은 까탈쟁이와 같은 내 모습이 아니라 밝고 외향적인 예민한 내 모습을 그대로 인정할 수 있었다.



예민한 사람에 대한 오해

예민한 사람들은 선천적으로 내부적·외부적 자극을 한 번에, 많이, 빠르게 지각하는 사람들이다. 자신도 모르게 받아들이는 자극이 많기 때문에 이를 처리하는 데에 에너지가 빨리 소진되고 빨리 지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예민함은 타고난 기질이기 때문에 이를 두고 부정적인 모습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 아무도 나의 머리숱을 두고 '왜 많은 머리숱을 가지고 태어났냐'라고 따질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예민한 자신의 모습 때문에 유난히 힘들었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의도치 않은 상처를 준 적이 있다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되짚어보자.



[오해 1] 예민해서 '신경질'이나 '짜증'을 낸다?

예민함의 사전적 정의는 <무엇인가를 느끼는 능력이나 분석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빠르고 뛰어나다>이다. 자극을 더 많이, 강하게 받아들이는 선천적인 기질이 강하므로 좋고 나쁨을 알아채기 전에 자극부터 받고 본다. 그래서 힘든 일이 생기면 타인보다 더 민감해진다. 그러나 근본 없는 신경질 또는 짜증을 예민함과 동일하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이는 특히나 우리 예민둥이들이 조심해야 할 부분이다. 물론 우리의 짜증도 이유가 있다. 예민한 기질로 인해 '짜증'의 정도가 높을 수는 있지만 예민함을 핑계 삼아 짜증을 합리화시켜서는 안 된다. 주변 사람들에게 못된 행패를 부리는 것과 내 예민함을 드러내는 것은 전혀 다르다. 예민함인지 짜증인지 구분이 안 간다면 잠시 자극적인 공간에서 벗어나야 한다.


[오해 2] 밝고 외향적인 사람은 예민하지 않다?

내가 나에 대한 오해를 가장 많이 한 부분이기도 하다. 「예민함이라는 무기」를 쓴 저자인 롤프 젤린에 따르면 밝고 외향적인 예민한 사람들의 경우, 겉보기엔 일반적인 예민한 기질이 드러나지 않는 무던한 모습이 도드라진다고 한다. 예민한 사람은 작은 자극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므로 대부분 센세이션을 추구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크다. 그래서 나처럼 외향성과 예민함이 같이 있는 경우는 다소 드물다.


‘사람은 이러해야 한다'라는 고정관념에 부합하지 않으므로 스스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일이 생기고 혼란을 느끼기도 한다. 혹시 나와 같은 사람들이 있다면 자신에게 두 가지 면모가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 그리고, 두 가지 기질 중 무엇이 현재의 자신에게 더 편한지 선택해야 한다. 다소 모험적으로 살다가 휴식이 필요할 때 급브레이크를 걸거나, 평소에는 안전한 루틴 속에서 자극을 최소화하며 살다가 필요한 경우 에너지를 드러내거나 편한 대로 선택하면 된다!


[오해 3] 예민함은 불필요한 기질이다?

예민한 사람은 사소한 일에도 기쁨과 감사를 크게 느낀다. 매일 가는 카페의 커피맛이 오늘도 맛있다고 느끼는 기쁨, 오늘따라 반듯하게 써지는 동그라미에서 느껴지는 안정감, 길 고양이가 너무 예뻐서 바라만 봐도 좋은 행복, 택배를 찾으러 가는 길에 떨어진 나뭇잎의 색깔에 시선을 돌릴 수 없어 한참을 쳐다보고 싶은 마음 등 예민한 사람들은 일상에서 일반적이지 않은 시선을 갖고 있다. 그래서, 예민한 사람들에게 일상은 예술이다. 사물을 세심하게 바라보는 은 예민한 사람들의 특권이다.  또한 예민한 사람들은 말 한마디에 깊은 감동을 느낀다. 말 한마디가 사소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도 온화한 말을 쓰고 싶어 한다. 감정에 민감한 사람들은 시기적절하고 따뜻한 말을 잘한다. 이렇듯 예민함에는 장점이 많다. 예민함은 억누르고 없애야  불필요한 기질이 아니라, 건강하고 건설적으로 다루어야  특별한 기질이다.



이 말을 하기까지 오래 걸렸다

스스로가 예민하다고 느끼는 사람의 경우, 자신의 예민함을 들키면 사람들이 싫어할 까 봐 억누르고 살았던 사람들이 많다. 자신의 감정에 민감한 만큼 타인의 감정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알아서 조심하는 것이다. 짜증과 예민함을 헷갈리는 것, 나의 예민함을 들킬까 봐 억누르는 것, 모두 다 과거의 내 얘기 이기도 하다. 나는 예민함 덕분에 외국어 공부에서 드러나는 강점, 직업적 성과, 주변 관계의 조화를 얻었지만 이것저것 신경 쓰고 걱정하느라 무기력해질 때도 많았고, 가끔 스스로가 너무 이해가 되지 않아서 괴로움에 밤잠을 이루지 못한 적도 많았다. 하지만, 예민함을 인정하고 건설적으로 다루고 나서부터는 나의 세심한 예민성을 사랑하게 되었다. 예민한 사람에게 무던하지 못하다고 말하는 것은 무던한 사람에게 조금 더 기민하게 행동하지 못하냐고 다그치는 것과 똑같다. 나무를 잘 타는 원숭이에게 치타처럼 빠르게 달리지 못한다고 우열을 비교하지 않는 것처럼 예민함은 그 자체로 인정하고 계발해야 할 기질이자 재능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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